유독 불운한 일이 많았던 황대헌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 레이스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10명의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부흥고 재학시절이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선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번이나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연이은 불운으로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석연치 않은 실격으로 1000m에서 메달수확에 실패했던 황대헌은 주종목 1500m 금메달을 통해 오랜 불운을 날려 버렸다.
 
마침내 금메달! 황대헌 태극기 들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마침내 금메달! 황대헌 태극기 들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이나 넘어졌던 황대헌의 첫 올림픽

황대헌은 지난 2016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청소년 동계올림픽에서 1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2017 시즌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000m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올림픽의 이정수, 성시백 이후 대형스타 기근에 시달렸던 남자 쇼트트랙에서 황대헌의 등장은 스포츠 팬들을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2017-2018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하며 평창올림픽 개인전 출전티켓을 따낸 황대헌은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1500m 세계랭킹 1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황대헌은 평창올림픽 1500m 결승 레이스에서 2바퀴를 남겨두고 스케이트날이 빙판에 걸리면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황대헌은 1000m 레이스에서도 한국선수 3명이 준준결승에서 만나는 불운 속에 결승선 근처에서 넘어지면서 실격 처리됐다. 주종목인 1000m와 1500m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은 황대헌은 500m에서 최선을 다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올림픽이 끝난 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m와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올림픽의 아쉬움을 털었다. 황대헌은 2018-2019 시즌에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m, 5000m 계주 금메달과 함께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급 스케이터임을 재확인했다.

억울한 실격 이겨내고 1500m 금메달 쾌거

황대헌은 2019-2020 시즌 발바닥 부상과 발목 염좌 등으로 월드컵을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2020년에 처음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4관왕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20-2021 시즌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제대회가 대거 취소되며 휴식기를 가진 황대헌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2021-2022 시즌에도 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엔 막내가 아닌 에이스 자격으로 출전하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이다.

하지만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황대헌에게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한국은 5일에 열린 혼성계주 경기에서 박장혁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8강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황대헌은 7일 열린 남자 1000m에서도 준결승에서 중국의 런쯔웨이와 리원룽을 차례로 추월하며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황대헌의 레인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패널티를 부여하며 실격 처리했다.

황대헌으로서는 다관왕의 출발점으로 여겼던 혼성계주와 자신감을 보였던 1000m에서 실력 외적인 이유로 탈락했다. 자칫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대헌은 "바람만 스쳐도 실격을 준다면 바람조차 스치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황대헌은 9일 열린 1500m 레이스를 통해 자신이 호언했던 자신감이 거짓이나 허세가 아님을 증명했다.

준준결승부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결승에 진출한 황대헌은 이준서, 박장혁을 포함해 무려 10명의 선수가 레이스를 펼친 결승에서 단순하지만 확실한 작전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서로가 눈치작전을 벌이던 레이스 초반 황대헌은 8바퀴를 남기고 단숨에 8위에서 1위로 올라선 후 무려 8바퀴 동안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황대헌의 뒤를 따르던 캐나다의 스티븐 드부아가 추월을 노렸지만 황대헌은 점점 속도를 올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금메달이 확정된 후 감격에 겨운 듯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황대헌은 남은 500m와 5000m 계주를 통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그동안의 불운을 떨쳐 버린 황대헌이 2022년 베이징을 '약속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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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황대헌 남자 1500M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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