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채 한 달이 안남았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선 후보들의 정책보다 정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상생보다는 공방으로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을 알긴 하는 걸까요? 드라마와 영화 속 '선거 이야기'를 통해 대선 정국을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정치인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들은 사람들의 고민을 으레 반영하곤 한다. 우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누가 그런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는지 등등. <정직한 후보>(2020)는 정치인에게 있어 '정직함'이라는 가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정직한 정치인은 영화 속에서만?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이미지.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이미지. ⓒ (주)NEW

 
주상숙(라미란 분)은 무게감 있는 3선 국회의원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할머니인 김옥희(나문희 분)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의미 있는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물론 4선 의원에 도전 중인만큼 영민하고 계획적인 정치인이다. 이미지를 포장하는 건 덤. 본인 홍보 영상을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돌려 보면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모두 체크하고 수정하는 등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그 누구보다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표"라고 생각하는 정치 베테랑. 

우리가 정치인 하면 떠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상숙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선거 토론회에서는 상대 후보를 물어뜯지만 끝나고 나서는 술자리를 함께하며 주식 고급 정보를 나누고, 20평대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라고 말하지만 실은 숨겨놓은 아지트 같은 고급 빌라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양 아파트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척한다. 정치인을 쉽사리 믿기 힘들다는 우리 사회의 관념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거짓말투성이인 그의 삶 속의 가장 중요한 '컨텐츠'인 할머니 김옥희조차 실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말 그대로 벼락을 맞고 나서 마음의 소리를 숨길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남편인 만식(윤경호 분)에게 시어머니 험담을 하지 않나,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대선 출마를 언급한다거나 '19금' 농담을 치는 바람에 화제의 중심이 되어버린다. 급기야 출판기념회에서는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나 같은 사람이 힘들어진다", "(책은) 내가 안 쓰고 대필작가가 썼다"라는 말을 해 버린다. 덕분에 실검 1위는 덤. 

상숙의 거침없는 입담 때문에 캠프와 당은 모두 난처해 한다. 어떻게든 이 증상을 고치려고 노력해 보지만, 차도는 없다.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김무열 분)은 한방침을 맞춰가면서까지 상숙이 거짓말을 해보도록 유도하지만 어렵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판단한다는 게 정치라지만, 정치인이 '밥 먹듯이 하는' 거짓말을 멈추고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가감 없이 했을 때 모두가 당혹감을 느낀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만약 오늘날 정치인들이 주상숙처럼 마음 속 이야기를 그대로 다 쏟아낸다면 어떨까? 아니, 그런 걸 우리가 원하긴 하는 걸까?

벼락을 맞는 바람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내뱉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유권자들 앞에서 솔직하다'는 게 이런 식일 줄이야.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이미지.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이미지. ⓒ (주)NEW

 
2022년 대선, 우리는 정치인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란들이 일어나면서,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말만 하면 논란의 중심이 되는 주상숙을 대신해서 캠프 업무를 진두지휘할 선거 전략가 이운학(송영창 분)을 영입하는 장면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관계가 생각나기도 한다. 

또 공약을 두고도 과거의 입장을 별다른 해명 없이 수정하거나 뒤집는 등의 일이 이번 대선에는 유독 논란이 되는 듯하다. 공약은 결국 유권자들과의 약속이고 그 약속을 누가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인지가 후보의 중요한 자질이다. 현실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거짓말이 되지만, 영화 속 주상숙은 너무 솔직해서 탈이 난다. 

이 부조화는 결국 우리가 정치인들이 약속을 잘 지키고 국민들 앞에 솔직하길 바라면서도 모든 것을 서슴없이 다 털어놓길 바라지는 않는 다소 이중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물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정치가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정직한 후보>를 보면서 불신의 정치와 거기에 익숙해진 유권자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정직한 후보 2022 대선 주상숙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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