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아래 스우파)가 매회 댄서들의 거침없는 캐릭터와 예측불허 반전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스우파> 3회에서는 '계급 미션'의 최종 결과와 'KPOP 4대천왕 팀대결'의 대진표가 공개됐다.

1, 2회의 '노리스펙 댄스배틀'에 이어 <스우파>의 두 번째 미션은 각 그룹별로 리더 계급, 세컨드 계급, 서브와 어시스트 계급 등으로 나뉘어 각 계급끼리 무대를 꾸미는 방식이었다. 계급당 메인댄서는 단 한 명이었고, 승자는 댄스 비디오 안무 연출과 디렉팅을 전담할 수 있으며, 해당 계급의 워스트 댄서를 지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다.

치열한 댄스배틀 끝에 계급별 메인 댄서 자리를 차지한 5인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리더 계급에서 '웨이비'의 노제, 어시스트 계급에서 '프라우드먼'의 헤일리가 메인 댄서로 선발됐다. 이어 서브 계급에서는 '원트'의 모아나·엠마, 세컨드 계급에서는 '라치카' 리안이 뽑혔다.

댄서들의 '전략적인 선택'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어시스트 계급은 블랙핑크의 'Pretty Savage'에 맞춰 안무와 댄스 비디오를 완성했다. 제작 과정에서 메인댄서로 선발된 헤일리는 "아직 안무 시안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고 고백하며 동료 댄서들에게 "파트를 분배하여 안무 구성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동료들은 그런 헤일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안무 원작자인 시미즈가 헤일리를 제치고 디렉팅을 주도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시스트 계급의 댄스비디오를 감상한 파이트 저지(심사위원, 보아-태용-황상훈)들은 "흐름을 잘 이어갔다. 파트 분배가 잘 되어 있으면서도 메인댄서가 돋보여야 할 부분을 잘 살렸다"고 호평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워스트 댄서를 선정하는 시간이 되자, 헤일리는 프라우드먼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훅'의 선윤경을 지목했다.

세컨드 계급에서는 라치카 리안이 안무 원작자인 프리우드먼 립제이를 제치고 메인댄서에 선발됐다. 'Mi Gente'에 맞춰 제작된 댄스비디오에서 메인댄서 리안은 립제이의 안무를 원형만 유지한 상태로 사실상 구성을 완전히 갈아엎으며 댄서들을 당황하게 했다.

완성된 뮤비에서 파이트 저지들은 가장 돋보이는 댄서로 리안을 이구동성으로 꼽으며 화면 장악력을 극찬했다. 리안은 워스트 댄서로 '홀리뱅'의 제인을 선택했다. 리안은 "다른 팀들보다 비중을 고르게 많이 나눠줬다고 생각한다. 나눠줬는데도 안 보이는 댄서를 뽑았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제인과 홀리뱅 리더인 허니제이는 전혀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긴장감 도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팀당 2명씩 출전한 서브 계급의 'Run the World-Girls'에는 가장 많은 댄서들이 경합했다. 메인댄서로 선정된 원트의 모아나-엠마는 안무 원작자인 YGX의 여진-지효와 미묘한 기싸움을 벌였다. 아직 메인댄서가 선발되기 전 YGX는 안무 디렉팅과정에서 동선상 원트 멤버들은 후방에 배치하며 은근히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메인댄서 자격으로 디렉팅 권한을 가져간 원트는 YGX가 제의한 엔딩 연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댄스 비디오 촬영 현장에서는 YGX 멤버들을 가장 낮은 1층에 위치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된 댄스비디오를 모니터한 파이트 저지들은 대체로 메인댄서인 원트보다도 YGX에게 더 시선이 간다고 평가했다. 원트는 워스트 댄서로 YGX를 지목했다. YGX는 "사실 예상했다. 저희가 그만큼 견제가 됐나보다"는 생각을 밝혔다. 원트의 리더 효진초이는 "YGX가 너무 센팀이어서 붙기 싫었다"는 속내를 드러냈고, 모아나는 첫 노리스펙 배틀 당시 YGX가 아이돌 출신인 이채연을 집중공략했던 것을 거론하며 복수심을 드러냈다.

가장 치열했던 리더 계급의 'Hey MAMA' 댄스비디오가 공개됐다.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리더들만 모여있는 계급이다보니 멤버들은 노제의 느리고 신중한 디렉팅에 답답함과 불만 섞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행히 완성된 댄스비디오는 압도적인 퀄리티로 찬사를 자아냈다. 파이트 저지들은 특히 모니카, 아이키, 효진초이의 퍼포먼스를 극찬했다. 보아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세게 눈에 들어와서 메인댄서인 노제가 잘 기억이 안난다"고 평가했다.

노제는 워스트 댄서로 예상을 깨고 프라우드먼의 모니카를 지목했다. 이에 모니카는 "워스트로 뽑힐 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나를 뽑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기에 이해한다. 그런데 그게 너무 분하다"며 독기를 드러냈다. 노제는 "득점을 빼오고 싶기도 했고, 모니카와 제 안무 스타일이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하지만 워스트 댄서 선정은 이대로 끝난 게 아니었다. 메인 댄서에게 워스트로 지목당한 댄서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워스트를 다시 지목하여 1대 1 댄스배틀(서브계급은 2대 2)로 계급별 최종 워스트 댄서를 선정하게 됐다. 이번 배틀의 파이트 저지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참가한 댄서 전원이 참가하여, 다수결 투표로 패자를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YGX는 훅의 예본-효우를 대결 상대로 지목했다. 예진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상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훅이 탄탄한 기본기와 에너지 넘치는 크럼프 무대를 선보이며 예상을 깨고 12대 17로 승리하며 YGX가 서브계급의 최종 워스트 댄서로 선정됐다.

어시스트계급에서는 훅의 선윤경이 원트의 이채연을 선택했다. 대결 결과 선윤경을 지목한 표는 하나도 없었고, 무효표가 7개, 이채연이 무려 21개의 몰표를 받을 만큼 일방적인 승부였다. 이채연은 "제가 배틀만 하면 계속 져서 미안하다. 앞으로 춤을 못 출 것 같다"며 눈물을 펑펑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했다. 세컨드계급에서는 홀리뱅의 제인이 웨이비의 리수를 지목하여 대결을 펼친 끝에 8대 20으로 승리하며 워스트에서 벗어났다.

마지막으로 리더 계급의 워스트 결정전이 펼쳐졌다. 모니카는 예상을 깨고 허니제이를 선택했다. 왕언니들의 대결답게 두 사람은 각자 비장의 무브를 선보이며 명승부를 펼쳤다. 최종결과는 모니카 6, 허니제이 8, 무효표 13으로 모니카의 승리였다. 노리스펙 배틀-계급미션에 이어 3연패를 당한 허니제이는 "여기서 크루에 도움이 안 되는 리더가 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워스트 댄서 결정전에서 패한 홀리뱅, YGX, 웨이비, 원트는 다음 미션에서 감점이라는 핸디캡을 안게 됐다.

<스우파>의 매력, 고도의 두뇌싸움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Mnet) 댄싱 크루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엠넷


최초의 탈락크루가 발생하게 되는 케이팝 4대 천왕 미션이 시작됐다. 보아-제시-현아-CL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곡을 커버하여 1대 1 팀대결로 탈락 크루를 가리는 미션이었다. 계급미션을 통해 파이트저지로부터 MVP로 선정된 프라우드먼이 대진결정권을 부여받았다.

프라우드먼은 CL의 미션곡을 선택하며 웨이비를 대결 상대로 지목했다. 계급미션에서 노제에게 워스트 댄서로 지목당했던 모니카는 "내가 노제에게 잘해줘서 편했을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내치면 안된다. 한수 가르쳐 주겠다"고 복수심을 드러냈다. 노제는 "후회는 없다. 당연히 우리를 지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우리도 더 이 악물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현아의 노래를 두고 훅 vs. 코카앤버터, 제시의 곡으로 라치카 vs. 홀리뱅, 보아의 곡으로 YGX vs. 원트의 대진이 성사됐다. 또한 4대 천왕 미션 대결에서는 '안무 카피 챌린지' 룰이 도입되며 2개의 카피챌린지 구간을 각각 하나씩 맡아 서로의 안무를 카피해야 하는 미션이 추가됐다. 대결을 앞둔 프라우드먼과 웨이비, 훅과 코카앤버터는 파트배분과 참가 인원수 등을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도 각 팀들의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질 것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형성했다.

<스우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성 스트릿 댄서들의 서바이벌 경연 예능이라는 점으로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아이돌이나 뮤지션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받았던 댄서의 세계를 조명했다는 점이나,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의 향연, 연예인보다 더 다채로운 끼와 매력을 발산하는 댄서들의 캐릭터가 시종일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강하고 영악한 언니들이 득세하는 <스우파>에서 상대적인 약자 취급을 받으며 끈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노제와 이채연은 서바이벌의 필수요소인 성장서사를 전담하는 주인공들이다. 정작 가장 센 언니처럼 보였던 허니제이는 2회에서 코카앤버터 리헤이와의 감동적인 '화해의 댄스 배틀', 미션마다 번번이 '졌잘싸'하는 안타까운 동네북 취급 등으로 의외의 인간미 넘치고 짠내나는 반전매력이 오히려 친근함을 자아낸다는 평가다. 또한 매회 프로그램의 판세나 출연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분석해내는 입담으로 사실상 '해설자 겸 개그 캐릭터'를 전담하고 있는 라치카 가비-시미즈 등도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서 <스우파>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중독성은 여성 댄서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지략대결'이다. 댄서들은 단지 춤으로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본인의 크루에 더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고도의 두뇌싸움과 심리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2회에서 계급 미션 당시 메인 댄서와 안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리더들은 예상을 깨고 투표를 통해 아직 미완성 상태이던 노제의 안무를 선택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노제의 안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각자 본인들이 메인 댄서를 가져올 확률이 가장 높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노제가 안무에 이어 메인댄서 결정전에서도 최종승자가 되기는 하지만, 계급별 미션마다 이런 식의 신경전은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어진 3회차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함께 수다를 떨며 웃고있던 리더들이 노제의 디렉팅 한마디에 순식간에 전원 정색하는 듯한 장면은, 편집상으로 연출된 개그신에 가깝긴 했지만 '웃음속에도 칼이 담긴' 댄서들의 경쟁심을 잘 표현해낸 순간이기도 했다.

방송은 댄스비디오 디렉팅-워스트 댄서 선정-4대천왕 미션 대진표 등에서 자신의 크루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위한 댄서들의 수싸움이 예측불허의 장면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내가 주연이 되기 위하여 남의 안무라도 뺏어먹겠다",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경쟁자를 먼저 제거한다"는 속내를 대놓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댄서들의 모습은, 어쩌면 순수한 '경쟁'이라는 본질에 가장 충실하고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게임의 룰을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만 가는 것이 아니라, 룰을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줄 아는 '센 언니들'의 전쟁이라는 <스우파>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들은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아니기에 방송 이미지를 생각하여 가식적으로 속내를 감출 필요도 없고, 스스로 댄서로서의 자부심이나 승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교과서같은 올바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여성 댄서들의 당당함과 솔직함을 드러냈다는 것이야말로 <스우파>의 경쟁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스우파 노제 허니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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