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불타는 청춘> 출연자들로 구성된 '불나방'이 현역 모델들로 구성된 '구척장신'을 넘고 여자축구리그 2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불나방과 구척장신의 준결승전이 펼쳐졌다.

국대패밀리가 월드클라쓰를 꺾고 이미 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남은 결승티켓 한 장을 놓고 A조 1위인 불나방과 B조 2위 구척장신이 맞붙게 됐다. 준결승이 시작되고 예상대로 불나방이 공격을 주도하고 구척장신이 지키는 양상으로 경기 흐름이 진행됐다. 이천수는 에이스 박선영을 내세워 다양한 세트플레이를 선보이며 구척장신의 골문을 위협했다. 구척장신은 차수민을 중심으로 견고한 수비를 선보이며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우세가 예상됐던 불나방은 정작 필드플레이에서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에이스 박선영이 수비에 묶였고 부정확한 킥과 패스가 속출하며 의도한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구척장신도 볼소유권에서 불나방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며 공격다운 공격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박선영은 인터뷰에서 "구척장신은 지난 시즌과 이번 예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막상 붙어보니까 이들이 수비가 되게 쫀쫀하다"며 의외로 만만치 않은 실력에 감탄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거듭 골문을 두드리던 불나방이 결국 먼저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막판 박선영이 좌측에서 킥인해준 볼을 중앙에서 서동주가 힐패스로 살짝 건드려서 옆으로 연결했고 오른쪽 측면에서 대기하던 조하나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공은 골대를 맞고 흘러나왔으나 다시 쇄도한 서동주가 2차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구척장신은 골키퍼 아이린이 첫 슈팅에서 공에 얼굴을 맞으며 방향을 놓쳤고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멈춰서서 지켜보다가 서동주의 2차 쇄도를 저지하지 못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상황에서 최용수 감독은 만회골을 위하여 수비수 차수민에게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주문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한 구척장신은 킥인 상황에서 불나방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이현이가 빠르게 올려준 킥인이 수비벽을 맞고 굴절되어 후방으로 흘렀다. 대기하던 차수민이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불나방의 골망을 갈랐고 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세를 탄 구척장신은 다시 송해나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한혜진이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잡았으나 신효범의 수비에 막혔다. 불나방은 작전타임을 부르며 구척장신의 흐름을 끊고 팀을 재정비했다.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한 끝에 박선영이 프리킥에 직접 나서 낮게 깔아친 킥이 수비벽의 빈틈을 정확히 뜷으며 다시 2-1로 리드를 잡는 추가골에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로 이현이에게 수비에 가담하지말고 불나방 진영에서 역습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최 감독의 지시가 있었던 직후, 거짓말처럼 불나방의 킥인을 차단하고 역습 상황에서 이현이에게 일대일 찬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이현이의 로빙 슈팅이 골키퍼 안혜경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며 동점골이 무산됐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이현이의 킥을 이어받은 한혜진이 하프발리슛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안혜경이 먼저 볼을 캐칭해냈다.

만회골을 넣기 위하여 사력을 다했던 구척장신은 경기 종반 박선영이 코너킥을 시도한 볼이 수비수 차수민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흐르며 뼈아픈 자책골까지 추가로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3-1 불나방의 승리로 끝났다. 설특집 대회 당시 우승팀이던 불나방은 다시 한번 결승에 올라 국대패밀리를 상대로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불나방은 에이스 박선영이 이날 다소 부진했고 신효범도 무릎부상을 당하여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에 예상보다 상당히 고전했다. 하지만 결국 박선영이 프리킥 결승골로 중요한 순간에 제몫을 해냈고, 3골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들어낸 결정력과 안혜경의 선방에 힘입어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골때녀> 프로그램의 정체성 보여준 구척장신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구척장신은 준결승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끝까지 아름다운 선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우승후보인 불나방과 국대패밀리같은 팀들이 실력적인 측면에서 돋보이는 우승후보라면, 구척장신은 '축구 초보들의 도전과 성장기'라는 점에서 사실상 <골때녀>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팀이기도 했다.

구척장신은 지난 설특집 파일럿 당시 2연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4개팀 중 유일하게 한 골도 넣지 못했고 심지어 국대패밀리와의 3·4위전에서는 전미라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0-4로 참패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최진철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당하며 월드클라쓰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모델 출신들답게 장신에서 나오는 피지컬은 겉보기에는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막상 실제로는 기술-체력-스피드-활동량 모두 전형적인 최약체팀이었다.

구척장신은 정규편성과 함께 최용수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고 차수민-김진경 등 젊은 피들을 보강하며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차수민은 특유의 중성적이면서도 걸크러시한 매력으로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으며 등장과 동시에 팀전력을 크게 상승시켰고 수많은 팬들을 양산해냈다.

하지만 구척장신을 더욱 빛나게 했던 것은 다소 부족한 실력을 노력과 근성으로 극복해낸 '언니들의 성장기'였다. 주장이자 맏언니 한혜진은 지난 파일럿에서는 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방영 중반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등 수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같은 투혼과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조별리그에서 팀이 기록한 2골과 결정적인 승부차기 결승골의 주인공은 모두 한혜진의 몫이었다.

배구선수 출신인 아이린은 '까만 리본의 골키퍼'로 활약하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수문장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별리그에서 두 경기 연속 승부차기를 치르는 악전고투를 치러야 했던 구척장신의 골문을 끝까지 든든하게 지켜낸 아이린이 있었기에 지난 설특집 꼴찌의 아픔을 딛고 4강이라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특히 이현이는 구척장신의 실질적인 숨은 진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승부에 몰입하여 수시로 대성통곡을 하는 것은 물론, 엉뚱하게 A보드를 쓰러뜨리는가 하면, 룰을 이해하지 못하여 역주행 하는 등 대회 내내 의도치 않은 몸개그들로 송해나와 함께 구척장신의 '예능 지분'을 책임진 인물이 바로 이현이였다.

하지만 그만큼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진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이현이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 이상을 넘어선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설특집 때만 해도 걸핏하면 그라운드에 쓰러지거나 헛발질로 구멍 취급을 받았던 이현이는 이번 대회에서 실력 면에서도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당당히 팀의 한축을 담당했다.

이현이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프리킥을 전담하거나 헤딩 경합까지 가능해질만큼 팀내에서 가장 실력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불나방과의 경기 막판에서는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졌음에도 끝까지 경기출전을 고집하는 투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현이가 방송 내내 <골때녀> 출연진 전체를 통틀어 승리한 경기든, 패배한 경기든 가장 많은 '눈물'을 보였던 선수였다는 점은, 그녀가 누구보다 축구에 진정으로 몰입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였다.

이현이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축구하기 전에는 내 삶이 그냥 저절로 살아졌었다. 어쩌다보니 모델이 됐고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축구는 내가 정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삶에 대한 시선이나 태도가 달라졌다"며 축구가 그녀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고백했다.

이번 대회에서 구척장신은 지난 설특집에서 참패를 안겼던 국대패밀리를 종료 직전까지 패배 위기로 몰아넣는가 하면 액셔니스타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극적으로 4강까지 진출하는 등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잇달아 만들어냈다. 구척장신의 선전과 성장은 지난 대회 최약체의 이미지를 보란듯이 떨쳐내면서 <골때녀>의 인기 상승에도 톡톡히 기여했다.

모델은 누구보다 몸이 재산인 직업 특성상 부상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도도하고 차가울 것 같았던 탑모델들이 프로 선수들 못지않게 몸을 안 사리고 매 경기 가장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축구에 몰입하는 진정성은, 최용수나 최진철같은 축구인들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구척장신은 이제 3·4위전에서 하필이면 전임 감독이던 최진철이 이끄는 월드클라쓰와 운명적인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최진철 더비'로 명명된 구척장신과 월드클라쓰의 외나무다리 한판 승부는 오는 8일 방송되는 <골때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구척장신 골때리는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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