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크라테스' 김준현이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석)을 하차했다. 20일 저녁 방송된 IHQ 예능프로그램 <맛녀석>에서는 김준현이 뚱4멤버들과 마지막 우정 먹방을 펼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방송은 오프닝부터 김준현의 마지막 방송임을 공지했다. 김준현은 "2015년에 시작한 '맛있는 녀석들'이 오늘로 339주, 2395일이 됐다. 한주도 빠짐없이 함께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저는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고민이 길었다. 그렇기에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며 "개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멤버들·제작진·시청자분들께 죄송하다. 그럼에도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준현 굿바이 특집 마련한 '맛녀석'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 IHQ

 
제작진은 김준현을 위한 굿바이 특집으로 김준현이 좋아했던 영화 속 맛집 코스를 준비했다. 첫 메뉴는 영화 <올드보이>에 등장했던 군만두 집이었다. 부산 군만두 3대 맛집 중 하나로, 70년전 해방 때부터 시작하여 3대째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명한 맛집이었다. 사장님은 <올드보이>의 주연이었던 배우 최민식이 개봉 이후 재방문했던 훈훈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먹방 전, '쪼는 맛'을 앞두고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제작진이 룰을 설명하면서 "김준현과 함께하는 마지막 먹방"이라고 언급하다가 돌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것. 뚱4는 모두 당황했고 덩달아 김민경까지 눈물을 보였다. 문세윤은 눈을 찌르며 눈물착즙을 시도하려다가 멤버들의 구박을 받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쪼는 맛'은 김준현이 과거 <맛녀석> 출연분에서 먹는 장면만 보고 어떤 음식인지 알아맞히는 퀴즈대결이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뚱4답게 신들린 호흡으로 모두 정답을 맞추는 데 성공하며 훈훈한 전원 먹방이 성사됐다.

뚱4는 김준현의 리드 하에 군만두 본연의 육즙을 느껴보거나, 특제소스와 취청오이를 곁들이기도 하고, <올드보이>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방을 펼쳤다.

뚱4 멤버들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추억담을 나누다가 뜻밖의 디스전으로 번졌다. 김준현이 문세윤이 이날 머리를 내리고 온 것을 보고 "한때 겉멋 들어서 머리를 내리고 다니다가 얼마 안 가서 덥다고 다시 올렸었다"고 지적해 문세윤을 당황시켰다. 김민경은 "외모에 자신감이 넘쳤었다, 뚱4중에 자신이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하자 문세윤은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당당히 응수했다. 

유민상이 "놔둬라, 어차피 유부남인데. 그렇게 생각이라고 하고 살아야지"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발끈한 문세윤은 "돌싱같은 총각 주제에"라고 맞받아치며 폭소를 자아냈다. 문세윤이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 이렇게 주목받는 거 좋아하지 않냐"고 주장하자 당황한 유민상은 "이상하게 내 연관 검색어에 '이혼'이 있긴 했다"고 말하며 자폭했다. 김준현은 "차라리 유부남이 낫지, '돌싱같은 총각'은 모순과 아이러니의 끝이다"이라고 말했고, 김민경은 "차라리 돌싱이라고 해라"라고 구박했다. 

이어 뚱4는 영화 속 중국음식 먹방 명장면들을 이야기하며 유니짜장과 탕수육까지 추가 주문하며 폭풍먹방을 펼쳤다. 그래도 뚱4멤버들은 이견없이 군만두를 이날 최고의 요리로 선정했다.

<맛녀석>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영화 <택시운전사>에 등장했던 기사식당이었다. 사장님은 원래는 영화 속 '고추장 불고기'가 메뉴에 없었지만 당시 영화 제작사에서 80년대 기사식당을 재현하기 위해 주메뉴였던 고추장 불고기를 부탁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후 가게를 방문하여 영화 속 메뉴를 원하기 시작하면서 실제 가게에서도 인기 메뉴로 등극하게 됐다는 것.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IHQ 예능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 ⓒ IHQ

 
먹방이 이어진 끝에 어느덧 김준현을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됐다. 김준현은 <맛녀석>을 촬영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먹는 중간 인서트를 안 찍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그때 '이거다' 싶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세윤은 김준현의 갑작스러운 하차를 두고 나올 수 있는 오해들을 미리 해명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김준현이 자기 개발이나 새로운 도전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멤버들도 김준현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잡지 않고 선택을 존중해줬다"며 "김준현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거나, 멤버들-제작진과 불화가 있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진은 김준현에게 "김준현에게 맛있는 녀석들이란?" 돌발 질문을 내놨다. 언변이 뛰어난 김준현도 순간적으로 먹먹한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고민하던 김준현은 "일상이었다. 양치하고 세수하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안 할 수 없는, 꼭 해야 되는 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라고 애정을 고백했다. 

<맛녀석> 제작진은 김준현을 위하여 케이크와 꼬치다발, 그리고 대형 모자이크 액자를 선물했다. 김민경은 내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김준현은 "참 오래 했고 가족같은 프로그램인데 그만둔다는 결정 또한 신중하게 했다"며 "의견을 존중해 준  제작진에게 감사드린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방송은 김준현의 음성으로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 맛있는 녀석들"이란 고유의 클로징 멘트를 전하며 화기애애하게 막을 내렸다.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김준현의 빈 자리에 개그우먼 홍윤화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장수 먹박 예능

2015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맛녀석>은 어느덧 방영 7년에 이르도록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 먹방 예능이다. 음식과 먹방이라는 소재로 따지면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맛녀석>은 오로지 순수하게 정통 '먹방' 본연의 컨셉트에 집중하여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준현은 프로그램 첫 회부터 함께해 온 주역인 뚱4에서도 실질적인 리더이자 MC의 역할을 맡아 왔다. 김준현은 안정적인 진행능력으로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먹방 자체에 있어서 각종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맛 표현으로 수많은 어록과 명장면을 연출해냈다.

여기서 먹방의 매력이 결국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음식을 잘먹는 것 이상으로 질적인 판별력을 갖춘 미각이나 다채로운 맛묘사가 능한 표현력도 필요했다. 김준현은 <맛녀석>에서 바로 그런 '해설자'의 역할을 수행해주는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맛녀석>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간 음식취향이 겹치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뚱4의 끈끈한 팀워크에 있었다. 뚱4는 첫 방송이래 단 한번의 멤버교체도 없었다. 

그런데 김준현이 하차하면서 <맛녀석>의 향후 행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정규멤버가 가세하거나 게스트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김준현과 뚱4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의 컨셉트와 비교되는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어쩌만 코로나19로 인한 정체기보다 더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는 <맛녀석>이 김준현의 공백을 앞으로 어떻게 메울지 지켜보자.
김준현 맛있는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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