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대박부동산> 정용화 인터뷰 이미지

ⓒ FNC엔터테인먼트

 
"20대 때는 잘생겨보이고 싶고 멋있게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굳이 그렇게하지 않았다. 정용화로서의 껍질을 버리고 연기하자. 그냥 부끄러워하지 말고 연기하자는 마음을 많이 먹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대박부동산>은 퇴마사 홍지아(장나라 분)가 사기꾼 오인범(정용화 분)과 한 팀이 되어 흉가를 떠도는 원혼들을 퇴치하는 생활밀착형 오컬트 드라마였다. 부동산과 퇴마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꾸준히 5~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정용화는 극 중에서 사람이 죽은 건물에서 퇴마 사기를 치는 방식으로 돈을 벌던 사기꾼 오인범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정연기부터 코믹, 액션, 빙의 연기까지 다방면으로 소화하며 호평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껍질을 버리고" 내면에 집중한 덕분이었다고. 지난 15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정용화를 만났다.

이번 드라마는 그에게 2017년 방송된 JTBC <더 패키지> 이후 4년 만의 안방복귀작이기도 했다. 그 사이 군 복무를 마친 정용화는 "전역 후 첫 작품이라 사실 좀 떨리기도 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출연하길 잘했다 싶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용화는 전형적이지 않은 사기꾼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사기꾼 캐릭터에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사기꾼을 생각하면 재잘재잘 대는 느낌도 있는데 그렇게만 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고민했다. 말을 현란하게 하는 스타일과 느물느물 능글맞은 스타일을 두고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한 가지 면의 사기꾼을 보여주는 것보다 상황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게 좋을 듯했다. 처음에 스탠포드 연구원으로 등장할 때는 현란한 화법의 사기꾼처럼 연기하고, 홍지아랑 만났을 때는 느물느물하게 했다. 이런 부분들이 (영매로서) 빙의됐을 때와 상반돼 보일 거라고 생각해서 확실하게 준비하려고 했다."

홍지아를 만나 자신이 '영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오인범은 그녀와 손잡고 사기가 아닌 진짜 퇴마에 나선다. 드라마에는 영혼들에겐 육체가 없기 때문에 영매의 몸에 빙의되어야 퇴마가 가능하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정용화는 극 중에서 여러 캐릭터로 빙의된 연기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는 "빙의 설정 때문에 (출연을) 고민했는데 하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했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오인범 캐릭터의 코믹한 요소들은 정말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는 대본을 읽을 때, 제 대사들을 직접 입으로 말하면서 읽는데 '아, 이렇게 하면 100% 터질 것 같다,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빙의된 연기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대본에 나오는 원혼들의 사연을 여러 번 읽고 공부하려고 했다. 원혼들의 과거 감정을 더 많이 공부하면서 노력했던 결과가 도움이 좀 많이 됐던 것 같다."

많은 노력과 고민의 힘일까. 정용화는 이번 <대박부동산>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내가 연기할 때 생각했던 것과 시청자분들이 느낀 게 일치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어? 쟤 빙의됐다. 누구로 빙의됐네' 그런 걸 바로 알아채주시더라. 연기하면서 신경썼던 부분들,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아주실 때도 희열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을 모두 끝낸 지금 그는 "아쉬운 부분도 많고 부족하고 채워야 할 부분도 많다는 걸 느꼈지만, 배우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장나라, 강말금, 강홍석 등 드라마 내내 함께 호흡을 맞췄던 '대박부동산' 패밀리들로부터도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그는 "특히 장나라 누나한테 제일 많이 배웠다. 누나가 막 당근을 주면서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아이디어도 많이 줘서 진짜 많이 배웠다. 저한테 장나라 누나는 너무 귀인이고 좋은 사람이다. 한턱 쏴야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KBS 2TV 드라마 <대박부동산> 정용화 인터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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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09년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데뷔해 밴드 씨엔블루 리더로 활동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정용화는 올해 어느덧 13년차 배우이자 가수가 됐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부터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잘 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여서 그땐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힘든 시기를 겪고 난 뒤인 지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핫하게 주목받는 것과 인기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력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과정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채찍질하면서 달릴 수 있었다. 천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고민, 걱정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될 정도였다. 잠도 못 자고 눈만 감으면 걱정이 너무 많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그런 걸 덜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해낼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바뀌었다."

그는 특히 군 복무를 하면서 해답을 찾은 부분이 많다고 고백했다. 어린 동기들과 지내면서 자신의 고민이 얼마나 배부른 것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30대에 접어든 정용화에게서 여유가 느껴지는 까닭이었다.

"나는 이미 사회에서 오래 지내다가 왔고 그 친구들은 어렸기 때문에 그들의 걱정들을 들으면서 '아 내가 지금까지 너무 행복하게 살았구나, 배부른 소리를 하면서 힘들어했구나'라는 마음이 들더라. 사소한 이야기지만 PX에 가서 그 친구들이 '휴가 가서 써야 할 돈을 아끼느라 라면 사먹기가 아깝다'는 얘기도 하고 그러면 사주기도 하고. 이런 부분들이 나이듦에도 포함되는 것 같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말이 좋은 것 같다.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촉박해 보이면 남들 눈에도 다 보이지 않나. 여유로워 보이는 게 좋다."
대박부동산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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