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찬란

 
죽음의 단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곧 생명의 탄생과 이어진다고 설명되곤 한다. 초신성(supernova) 단계를 지난 뒤 분자 단위로 쪼개져 우주를 떠도는 각종 물질은 생명체를 이루는 요소들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찬란한 죽음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상징하는 초신성이 제목인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슈퍼노바>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한 연인과 그를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되는 다른 한 사람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수십 년간 인생 최고의 동반자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와 터스커(스탠리 투치)가 주인공으로 두 사람은 각각 피아니스트와 소설가로 인생의 정점을 찍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캠핑카를 타고 영국 북부로 향하는 두 사람이 나누는 사소한 대화나 몸짓에 주목한다. 동성애라는 세간의 편견이 이들 사이에 낄 틈이 없다. 눈빛만으로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듯한 두 사람이 쌓아온 시간은 그런 편견마저 아무 의미 없는 소음으로 바꿀 정도로 깊고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지인들, 가족 또한 그렇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터스커는 연인과 지인에게 짐이 되기 싫어 존엄사를 몰래 준비한다.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샘은 마지막 여행에서 나름의 결심을 내리게 된다.

동성애 자체가 전면에 등장하는 작품이 아니다. 서로가 강한 믿음과 끌림으로 가득하다는 걸 은연중에 보이면서 영화는 오히려 불치병을 인지하고 함께 견뎌 나가는 두 캐릭터에게 집중한다. 성별은 그저 부수적 조건일 뿐 사랑의 본질은 변함없다는 게 이 영화를 연출한 해리 맥퀸 감독의 지론이라고 한다.
 
 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찬란

  
 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영화 <슈퍼노바>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찬란

 
해리 맥퀸 감독은 2015년 직접 겪은 두 가지 사건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어느 순간 실수가 잦아지고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서 직장에서 해고당했고, 결국 죽음을 선택한 사건과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사건이다. 두 사건으로 감독은 치매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를 두 남성의 초연한 사랑 이야기에 녹여내게 됐다.

영화에 참여한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는 실제로 20년 넘게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한 친구 사이기도 하다. 감독의 부름을 받고 영화에 먼저 캐스팅 된 스탠리 투치가 콜린 퍼스를 감독에게 추천했고, 콜린 퍼스 또한 출연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두 캐릭터의 깊고 진한 감정과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영국 북부의 자연 풍광, 그리고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데이비드 보위, 톰 웨이츠의 명곡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고 피아니스트라는 주인공 캐릭터 직업 특성상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또한 종종 등장한다. 쫄깃한 긴장감이나 박진감은 없지만, 담백한 분위기에서 감동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한줄평: 죽음을 통해 태어난 진짜 사랑, 묵직하다 
평점: ★★★☆(3.5/5)

 
영화 <슈퍼노바> 관련 정보

감독: 해리 맥퀸
출연: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수입: 영화사 찬란
제공: (주)인터파크
배급: 디스테ㅣ션
러닝타임: 9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5월 12일
 
슈퍼노바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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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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