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전주 KCC 이지스와 경기. 4쿼터 KCC 이정현이 슛을 넣자 동료들이 기뻐하고 있다.

2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전주 KCC 이지스와 경기. 4쿼터 KCC 이정현이 슛을 넣자 동료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 프로농구 2020-2021시즌 정규리그(팀당 54경기)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각 팀의 순위 경쟁과 '봄농구'의 향방을 결정지을 사실상 마지막 한 주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정규리그 일정은 총 17경기가 남아있다. 이번 주까지 12경기를 소화하고, 월요일 하루 휴식 후 정규리그 최종일인 4월 6일에는 오후 7시부터 10개 구단이 동시에 5경기를 소화하며 대장정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정규리그 우승은 전주 KCC가 유력하다. KCC는 4경기를 남겨둔 현재 34승 16패로 2위 울산현대모비스(31승19패)에 3경기차로 앞서고 있다. KCC는 다음 경기는 31일 삼성전이고 남은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이보다 하루 앞선 30일 원주 DB를 상대하는 2위 모비스가 패해도 1위를 확정할수 있다.

KCC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추승균 감독 시절인 2015-2016시즌 이후 5년 만이다. 전창진 KCC 감독에게는 부산 KT 시절 이후 무려 10년 만의 우승이 된다. 안양 KGC 감독 시절이던 2015년 승부조작 혐의로 중도 사퇴하고 농구계에서 한동안 잊혀졌던 전 감독은 2019년 KCC를 통하여 4년 만에 감독직에 복귀했고, 부임 첫해인 2019-2020시즌엔 코로나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2년차에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면서 다시 한번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KCC를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KCC는 전창진 감독 특유의 조직적인 농구를 바탕으로 2라운드 초반 처음 1위로 올라섰고, 한때 3위까지 주춤하기도 했으나, 3라운드에서 선두를 되찾은 이후로는 3개월 가까이 한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고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시즌 막바지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하차하는 악재 속에 라건아-송교창-이정현-유현준 등 국내 선수들이 든든하게 빈 자리를 메웠고, 교체 외국인 선수로 노련한 베테랑 애런 헤인즈까지 가세하며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정규리그 1위와 2위팀은 나란히 6강을 거치지 않고 4강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어드밴티지를 누린다. KCC와 함께 4강에 직행할 2위팀은 현대모비스가 유력하다. 현대모비스는 3위 안양 KGC에 3.5게임차로 앞서고 있어서 30일 DB를 꺾으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4강 티켓을 확정할수 있다.

지난 시즌 양동근의 은퇴와 라건아-이대성-이종현 등 핵심선수들의 연쇄 이적으로 선수구성이 큰 폭으로 바뀌며 올해를 '리빌딩 시즌'으로 예상했던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의 노련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이적생들의 빠른 적응과 올해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부상한 숀 롱의 활약을 앞세워 빠르게 팀 재건에 성공했다.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양대 명장이자 63년생 동갑내기 사령탑인 전창진-유재학 감독은 오랜 인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챔프전에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올시즌 맞대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봄농구에 진출할 6강 티켓 경쟁은 KCC와 모비스에 이어 3위 KGC와 4위 오리온까지는 확정된 상태다. 현재 5위 kt와 6위 인천 전자랜드, 7위 삼성이 남은 2자리를 놓고 막바지 경합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삼성이 탈락하고 KT와 전자랜드의 6강행이 매우 유력하다. 삼성은 남은 3경기에서 다 이기고, kt나 전자랜드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이 막바지 뜨거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전자랜드가 외국인 선수 교체 이후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순위 경쟁 여부에 따라 향후 플레이오프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KCC-모비스와 한때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오리온은 외국인 선수(제프 위디-데빈 윌리엄스) 때문에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으며 막판 4연패로 어느새 4위까지 추락했다. 시즌 중반 다소 주춤하던 KGC가 특급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를 데려온 이후 다시 3위까지 반등하여 플레이오프의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6강 대진은 3위와 6위 승자가 4강에서 2위팀(모비스)을, 4위와 5위 승자가 1위팀(KCC)을 만나는 일정이다. 오리온은 4위로 시즌을 마감할 경우, 6강을 통과하더라도 4강에서 KCC를 만나야하는데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6전 전패로 KCC에 한 번도 이기지못했다.

플레이오프 진출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꼴찌를 둘러싼 그들만의 경쟁도 있다. 창원 LG는 3경기를 남겨둔 현재 18승 33패로 9위 원주 DB에 3게임차이로 뒤지고 있어서 사실상 꼴찌가 유력하다. 프로 2년차이자 10개구단 체제 첫 시즌이었던 1997-98시즌부터 합류했던 LG가 10위를 기록하게 되면 창단 이후 최초가 된다. LG는 그동안 9위만 세 차례 기록했던 적이 있지만 꼴찌만은 피해갔다. 현역 시절 LG에서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했던 '레전드' 조성원 감독으로서는 부임 첫해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다시 쓰게 되는 셈이다.

우승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개인 타이틀 경쟁도 뜨겁다. 올해 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경쟁은 송교창(KCC)-허훈(KT)-이대성(오리온)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KCC의 우승이 확정될 경우 송교창에게 무게가 기울 가능성이 높다.

송교창은 경기당 15.5점(6위, 국내 선수 2위), 6.4리바운드(14위), 2.2어시스트(24위)를 기록하며 개인성적으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허훈이 16점. 7.6어시스트로 국내 선수 득점 부문 1위, 어시스트 전체 1위 등 개인성적에서 좀 더 앞서지만 팀 성적이 5위에 불과한다 데다 이미 지난 시즌 비슷한 성적으로 MVP를 수상했다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송교창은 올시즌 4번(파워포워드)으로 전향하며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다재다능함과 강철 체력으로 KCC의 선두 등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MVP 투표에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화제성 측면에서도 송교창은 최초의 고졸 출신 MVP 도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프로에 진출하여 MVP를 수상한 최초의 사례는 은퇴한 주희정(고려대 중퇴, 2001년 챔프전, 2008년 정규리그 MVP)이지만 송교창은 순수하게 고등학교(삼일상고)을 졸업한 후 아예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로에 직행한 순수 고졸 선수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경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6강 탈락이 가까워진 삼성이 지난 28일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연장접전 끝에 99-91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한 장면은, 프로가 결과를 떠나 왜 최선을 다해야하는지를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순위와 타이틀을 떠나 각 팀이 지켜보는 팬들을 위하여 마지막 한 경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다운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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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교창 전주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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