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골목식당'이 아니라 '백종원의 인간개조' 프로젝트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요식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의지도 없는 사장님, 그런 출연자를 백종원이 설득하고 깨우쳐서 억지로 방송을 끌고가야만 하는 주객전도의 모양새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17일 방송된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30번째 골목인 강서구 등촌동편의 두 번째 이야기가 전개됐다. 이날 방송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연어새우덮밥집이었다. 같은 솔루션 대상으로 선정된 세 가게 중 추어탕집과 베트남쌀국숫집은 메뉴와 재료, 원가 등의 문제를 놓고 조금씩 솔루션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여준 데 비하여, 연어새우덮밥집은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기본적인 점검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며 솔루션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 SBS

 
연어새우덮밥집은 시작부터 최악의 위생 상태로 백종원을 경악하게 했다. 백종원이 의자와 메뉴판을 물티슈로 한번 닦자마자 먼지와 기름때가 가득 묻어나왔다. 본 촬영전에 하루종일 가게를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사장님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방 상태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벽에는 조리 과정에서 튄 음식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조리도구는 제대로 닦이지 않아 끈적끈적했다. 백종원은 "아예 걸음마도 안 되어있는 상태"라고 평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점검을 모두 마친 백종원은 연어새우덮밥집 사장을 호출해 "아예 음식점을 시작할 준비가 안돼 있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백종원은 "방송에 나오기 위하여 청소를 하는게 아니다. 흠잡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내가 묻고싶은 건 이 일을 정말 원하고 좋아하느냐는 거다. 억지로 할거면 안하는게 낫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 가게의 가장 큰 문제점이 결국 사장님의 주인의식과 책임감 부족이라는 것을 꼬집은 대목이다.

사장님은 "지금까지는 몰라서 그랬다 치고, 알려주면 할 마음이 있는가"라는 백종원의 질문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수준으로는 아직 생물을 다루는 음식을 해서는 안 된다, 사고난다"며 메뉴 선정 등의 문제는 뒤로 미루고 온수기 설치와 가게 정리 등 재정비부터 먼저 할 것을 조언했다. 청소를 통하여 사장님의 진정성을 확인해보겠다는 제안이었다. 백종원은 가게를 나서면서도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흘렀다. 원래 약속된 시간은 일주일이었지만 4일이 지나도록 상황이 큰 진척이 없다는 소식에, 촬영 3일을 남기고 백종원이 다시 연어새우덮밥집을 방문했다. 사장님은 여전히 백종원 치음 지시한 청소에만 매달리고 있었음에도 기름때로 덮인 벽이나 물이 역류하는 배수호스, 페인트 흔적으로 얼룩진 바닥 등은 바뀌지 않았다.

백종원은 "힌트를 줬는데 정작 본인이 생각하는 큰 그림이 없다"며 "집기만 꺼냈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백종원은 결국 본인이 인테리어 전문가와 청소업체 등을 불러와야 했고 가게의 상황에 대한 설명도 사장님 대신 백종원이 나서서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기대는 며칠 후 재점검을 하러 온 첫 날부터 또다시 무너졌다. 겉보기에는 깔끔하게 재정비를 마친 것처럼 보였지만 천장에는 여전히 거미줄이 곳곳에 처져 있었다. 또한 맞는 호스가 없어서 물을 대야게 받아 물청소를 했다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호스를 빼보지 않았냐"고 묻자 사장님은 "그 생각은 못 했다"고 답변했다. 어이가 없어진 백종원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백종원이 세번이나 방문할 동안 정작 가게 운영에 대한 솔루션은 진행조차 하지 못했다.

백종원은 사장님을 앉혀놓고 "이건 정말 사장님의 의지가 다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테리어나 방역 작업 등은 어차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천장의 거미줄을 방치한 것 등은 주인인 사장님이 얼마나 자신의 가게를 위해 고민했냐의 문제다.

답답했던 백종원은 사장님의 멱살을 잡는 시늉까지 해 보이며 "사장님이 나를 잡고 끌고 가도 될까 말까 인데, 사장님은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백종원이 멱살잡고 억지로 끌고 가니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장님에게 이 과정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유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 방송을 보고 도움이 되고 본보기를 얻기를 바래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불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백종원은 "난 이 일(요식업)이 재밌다. 방송도 마찬가지"라며 "음식과 관련된 일이기에 더 신나고 재밌고 방송을 통하여 메뉴도 개발해보고 열정을 다하는 것"이라고 의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장님도 "저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백종원은 "좋아하기면 하면 뭐하나. 지금까지는 몰라서 그랬다고 해도, 뭔가 (열정이) 불타는 것처럼 보여지는 모습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백종원은 "열정이 없다면 내가 억지로 끌고갈 이유가 없다"며 "사장님이 다른 곳에 취업해서 여기서 가게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이 일을 계속하겠는가"라고 질문하며 방송이 막을 내려 궁금증을 더했다.

'골목식당' 백종원의 솔루션

<골목식당>은 그간 요리사업가 백종원이 침체된 골목 상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하여 요식업의 기본과 창업과정에서 겪게되는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보여주며 공익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골목식당>의 영향력과 여론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백종원이 제시하는 솔루션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게 바람직한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골목식당> 속에서 백종원은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로서 자신의 전문적 영역을 살려 자영업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가 누군가의 인생을 개조하거나 구원해줄 수는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골목식당>은 백종원에게 요식업 멘토 이상의 역할을 부여하는 모양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는 대상이라면, 그건 자영업자로서의 자질 문제부터 점검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사장님이 솔루션을 계속 받고 싶어 한다고 할지라도, 이건 개인의 의지 문제 이전에, 과연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울리는지 '자격'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먼저 출연자를 선발하는 기준과 원칙을 통하여 걸러냈어야 했다.

좋은 명분과 노력이 항상 올바른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를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골목식당>이 공익성이라는 명분에 휩쓸려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골목식당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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