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모리뉴 감독

조제 모리뉴 감독 ⓒ AP/연합뉴스

 
토트넘 홋스퍼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은 사실상 멀어졌다. 이제 리그에서는 톱4 재진입에 무게를 두고 우승트로피는 컵대회를 기약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리버풀 FC와의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했다. 토트넘은 9승6무4패(승점 33)로 6위를 유지한 반면, 리버풀(승점 37)은 5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선두 맨체스티시티(승점 41)와의 격차는 8점이다.

지난 리그 첫 원정 경기서 피르미누에게 후반 막판 결승골을 얻어맞고 1대 2로 패했던 토트넘은 홈에서도 설욕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최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서 5연패를 당하며 유난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리버풀의 공세에 압도당했고 제대로된 공격을 거의 펼치지 못했다. 슈팅수는 단 3개, 유효슈팅은 호이비에르의 득점으로 이어진 중거리 슈팅 단 1개에 불과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2분 손흥민의 득점이 VAR 판독결과 미세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고, 경기 중반 해리 케인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토트넘은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디펜딩챔피언' 리버풀과 '무관' 토트넘 사이의 진정한 차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리버풀은 최근 리그 5경기(3무2패)서 무승이었고, 이중 4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심지어 버질 반 다이크, 조 고메즈 등 수비진이 줄부상을 당하며 미드필더인 조던 헨더슨을 수비로 내리고 비주전인 나다니엘 필립스를 긴급 투입해야 했을만큼 수비라인이 붕괴된 상태였다. 반면 토트넘은 리그 4경기(2승2무) 포함 최근 공식경기 8연속 무패(6승2무)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차포를 뗀 리버풀의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견고했고 토트넘은 무기력했다. 공격에서 케인과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약점은 리버풀전에서 케인의 부상으로 손흥민마저 고립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선발 출전한 스티븐 베르흐베인과 교체투입된 에릭 라멜라-가레스 베일 모두 케인과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했다. 만일 케인의 부상이 심각한다면 토트넘은 시즌 운용 전체에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토트넘의 또다른 고질적인 불안요소인 수비 집중력도 발목을 잡았다. 이날만 3실점을 허용한 토트넘은 시즌 20실점 고지에 오르며 경기당 평균 실점도 1골을 넘겼다. 선두 맨시티(13실점)에 이어 아스널과 공동 2위로 실점 자체는 많은 편이 아니지만 문제는 잦은 실수다.

모리뉴 감독도 지적했듯이 리버풀전에서 토트넘의 실점은 모두 수비수들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에릭 다이어 등 토트넘의 수비수들은 배후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리버풀 선수들을 연이어 놓쳤다. 후반 20분 리버풀의 세 번째 득점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던 크로스를 어정쩡하게 처리하려다가 놓친 조 로든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리버풀같은 강팀을 상대로 한 모리뉴 감독의 기본 전략은 수비를 두텁게 가져가서 실점을 최소화한 이후 역습을 노리는 전략인데, 이렇게 수비수들이 허무하게 실수로 먼저 점수를 내주게되면 실리축구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손흥민의 득점포도 최근 잠잠하다. 이번 시즌 리그 12골, 모든 대회를 통틀어 16골을 넣은 손흥민이지만 이달 6일 브렌트퍼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전 이후 골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약팀인 셰필드-위컴과의 경기에서 도움을 하나씩 작성한 게 전부다. 시즌 초반의 맹활약 이후 상대팀들의 집중견제가 심해진 데다, 팀 사정상 비중이 낮은 컵대회나 약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체력적 부담도 가중된 모습이다.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 문제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유럽축구 최고의 우승청부사로 꼽혔던 모리뉴 감독은 그동안 가는 팀마다 부임 두 번째 시즌에 반드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경우가 많아 '모리뉴 2년차'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이 2년차에 우승을 거두지 못한 것은 전 소속팀이었던 맨유가 유일하다.

토트넘에서는 아직 모든 대회에서 우승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모리뉴 감독의 낡은 전술과 선수 활용 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서 강점을 극대화시키는 유연한 전술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선수를 짜맞추는 성향이 강하다. 모리뉴 감독이 의도한 대로 선수들이 움직여주고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적절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다.

토트넘이 시즌 초반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과 케인 '월드클래스 콤비'의 역대급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체력이 떨어지고 역습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루트가 간파 당한 현재 토트넘엔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거액을 들여 임대 영입한 가레스 베일은 좀처럼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까지 핵심선수로 활약했던 델레 알리는 아예 전력외로 분류된 상태다. 비니시우스-라멜라-모우라-베르흐베인 등백업 공격자원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팀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자신의 전술이나 선수기용방식에 대한 성찰보다는 '선수 탓'과 채찍질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 모리뉴 감독의 대응 방식은 또 다른 불안요소다. 모리뉴 감독은 자신의 눈 밖에 난 선수들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혹하게 길들이려는 성향이 있다. 이전 소속팀에서는 이런 성향이 결국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로 이어지며 통제불능으로까지 이르는 상황을 초래한 바 있다.

토트넘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의 약점인 창의력과 빌드업을 보강할 수 있는 추가적인 영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모리뉴 감독의 선수 기용방식과 축구철학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전술과 스쿼드에서는 토트넘의 우승 도전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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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 무리뉴2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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