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외야수 정수빈

200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한 외야수 정수빈 ⓒ 두산 베어스

 
'잠실 아이돌' 정수빈이 2026년까지 잠실야구장의 외야를 지키게 됐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외야수 정수빈과 계약기간 6년 총액 56억 원(계약금 16억+연봉총액 36억+옵션 총액 4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일 허경민과 4+3년 총액 85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두산은 정수빈에게도 6년의 장기계약을 안겨 주면서 전성기 구간에 접어든 핵심 선수 두 명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9년 두산에 입단한 정수빈은 통산 117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2 1003안타 24홈런 386타점 637득점 209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주력 외야수로 활약했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주전 중견수 정수빈은 두산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조각이다. 계약을 마친 정수빈은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구단에 감사 드린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예전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계약 소감을 전했다.

FA로 뿔뿔이 흩어진 2006년 입단 동기 4인방

2005년 8월 31일에 열린 2006년 신인 드래프트는 2010년대 두산의 운명을 결정한 날이었다. 이 드래프트를 통해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2차2라운드), 최주환(SK 와이번스, 2차6라운드), 양의지(NC 다이노스, 2차8라운드)가 두산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래프트 후 육성 선수로 '타격기계' 김현수(LG트윈스)까지 입단했다. 두산의 한 시대를 이끈 전설의 '2006년 입단 동기 4인방'이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저마다 잠재력이 폭발한 시기는 각자 다르지만 2006년 입단 동기 4인방은 2010년대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특히 김현수, 양의지, 민병헌이 3할 타율을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고 최주환이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준 2015년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원할 거 같았던 2006년 입단 동기들은 2015 시즌 겨울을 시작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계약금 한 푼 없이 동기들 중 가장 늦게 프로 무대를 밟은 김현수는 3년 차 시즌이었던 2008년 타격 3관왕과 골든글러브를 휩쓸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가장 먼저 스타가 됐다. 2015년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초대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우승과 함께 MVP에 선정된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하며 두산을 떠났고 2018 시즌을 앞두고 한국에 돌아와 4년115억 원의 조건에 LG 이적을 선택했다.

루키시즌부터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한 민병헌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주전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2번의 우승에 기여한 민병헌은 2017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4년 80억 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신인왕, 2016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리그 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는 2018 시즌이 끝난 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년 125억 원의 초대박 계약을 따내며 '린의지'가 됐다.

친구들이 하나, 둘 스타로 성장하는 동안 10년 넘게 무명 세월을 보낸 최주환은 2017년부터 주전 지명타자로 활약하다가 2018년 타율 .333 26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풀타임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올해도 타율 .306 16홈런 88타점으로 맹활약한 최주환은 지난 수 년 간 2루수 문제로 고민하던 SK와 4년 최대 42억 원에 계약했다. 4명의 2006년 입단 동기들이 계약한 FA 금액의 총합은 무려 362억 원에 달한다.

허경민-정수빈 잔류에 141억, '90년생 트리오' 지켰다
 중견수 수비와 주루 능력이 강점인 FA 정수빈

중견수 수비와 주루 능력이 강점인 FA 정수빈 ⓒ 두산 베어스


두산은 힘들게 키운 2006년 입단 동기 4인방을 차례로 떠나 보냈지만 핵심 선수들의 잇따른 이탈 속에서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2006년 입단 동기들의 자리를 대체한 2009년 입단 동기, 이른바 '90년생 트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은 허경민과 박건우, 정수빈은 두산이 왕조시대를 건설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량이 꽃 피기 시작했다.

특히 '90년생 트리오' 중 가장 늦게 지명됐지만 입단했을 때부터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던 정수빈은 뛰어난 수비와 빠른 발을 앞세워 루키 시즌부터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주전급으로 도약한 2011년부터 군복무로 자리를 비운 2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한 정수빈은 2014년 타율 .306 6홈런49타점79득점32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핵심선수로 도약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손가락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5경기에서 타율 .571 1홈런5타점6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통산 6번의 한국시리즈에 출전해 28경기에서 타율 .333(102타수34안타) 3홈런9타점20득점3도루를 기록한 정수빈은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큰 경기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 두산팬들로부터 '정가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록 3할 타율과 20홈런을 보장하는 강타자는 아니지만 이번 FA시장에 외야요원이 부족한 만큼 공수주를 겸비한 외야수 정수빈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았다. 특히 외야수가 부족한 한화 이글스에서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정수빈에게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팀의 황금기를 이끈 '잠실아이돌'에게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했고 정수빈 역시 친구들과 함께 두산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기로 결심했다.

4+3년 총액 85억 원에 두산에 잔류한 허경민에 이어 정수빈까지 두산 잔류를 선택하면서 두산은 이번 겨울 FA시장에서 두 선수를 붙잡는 데만 141억 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아직 이용찬, 김재호, 유희관 등 FA선수들과의 계약이 남아있지만 두산이 이번 FA시장에서 의외로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핵심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빼앗길 거라는 일부 야구팬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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