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는 한국인 타자 최지만이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한국시간)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는 한국인 타자 최지만이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한국시간)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MLB 프레스박스 화상 인터뷰 캡처


 
2011년 조나 케리가 저술한 책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의 주인공은 200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2007년까지만 해도 리그 꼴찌를 도맡았던 레이스는 구단주 교체(스튜어트 스턴버그 취임) 이후 200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월드 시리즈에서 시리즈 MVP 콜 해멀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역투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밀려 월드 챔피언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책의 제목 그대로 2008년 양키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레이스는 역사적인 시즌을 만들었다.

이후 레이스는 포스트 시즌에 자주 진출하며 그동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상위권을 양분하고 있던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견제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포스트 시즌에서도 레이스와 양키스는 첫 라운드인 와일드 카드 시리즈를 통과하여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붙게 됐다.

콜의 천적 최지만, 또 한 번 양키스를 이길 가능성 보였다

레이스의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타자 최지만은 올 시즌 후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하여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정규 시즌을 일찍 마무리하고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재활 훈련에 매진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서 최지만은 대타로만 2타석 출전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직후였고 류현진이 왼손 투수라서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지만은 올 시즌 류현진과 한 번도 맞대결을 펼치지 못했을 정도로 케빈 캐시 감독의 플래툰 운영은 철저했다.

그러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최지만은 대진표 덕분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최지만이 한때 소속되어 있었던 양키스가 상대였는데, 올 시즌 FA 대형 계약으로 오른손 투수 게릿 콜이 양키스에 이적했기 때문이었다. 콜을 상대했을 때 최지만의 통산 정규 시즌 전적은 14타석 11타수 8안타(타율 0.667) 6장타(3홈런) 8타점으로, 상당히 강했다.

메이저리그의 2020 포스트 시즌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라 디비전 시리즈부터는 서로 다른 리그의 중립 경기장에 모여 이동 일 없이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6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 레이스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최지만은 1차전 선발투수 콜을 상대로 4번 타순에 배치되어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최지만은 내야 뜬공으로 콜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팀이 1-2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최지만에게 기회를 잡았다. 최지만은 콜이 3구째 던진 시속 154km 짜리 빠른 공을 노리고 받아쳤다. 최지만이 밀어 친 타구는 펫코 파크에서 상당히 깊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 홈런이 됐다(3-2).

5회말 레이스가 양키스에게 3-4로 뒤진 2사 1,3루 상황에서 최지만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석에서의 홈런을 의식했는지 콜은 처음 2개의 공을 모두 변화구로 던졌는데, 그 변화구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서 한참 벗어났다. 초구는 아예 바운드 볼이 되었을 정도였다.

이후 양키스의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고, 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간 직후 양키스 벤치의 작전 지시로 자동 고의4구가 적용됐다. 콜과 양키스 벤치가 아예 최지만과의 승부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매뉴얼 마르코가 콜에게 삼진을 당하는 바람에 레이스는 역전의 기회를 놓쳤다.

레이스, 그들은 양키스를 다시 이길 수 있을까

다만 레이스가 케리의 저서 제목대로 양키스를 포스트 시즌 맞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레이스의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은 최지만의 홈런에도 불구하고 5회초 솔로 홈런 2개를 맞아 다시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3-4).

반면 최지만에게 홈런을 내준 뒤 자동 고의4구의 굴욕을 겪은 콜은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지만의 세 번째 타석에서 개인적인 굴욕을 겪고 승부하지 않은 것이 팀에게는 승리를 지키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레이스는 경기 막판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9회초 양키스는 마지막 공격에서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그랜드 슬램을 포함하여 5점을 추가, 레이스의 불펜에 치명타를 가한 뒤 경기를 마무리했다(3-9). 양키스는 스탠튼의 그랜드 슬램을 포함하여 이날 경기에서만 홈런 4방을 퍼부었다.

사실 2008년 레이스가 정규 시즌 성적에서 양키스를 이긴 것은 맞았다.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레드삭스가 와일드 카드를 차지하면서 두 팀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며 양키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 자체를 막았다.

다만 레이스가 양키스와 포스트 시즌에서 맞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 시즌에서는 레이스가 양키스를 꺾고 동부지구 우승을 몇 차례 차지하긴 했으며 이번 시즌도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의 양키스는 정규 시즌과 또 다른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 양키스는 월드 챔피언만 무려 27번을 차지하며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역대 최다 챔피언 이력을 보유한 팀이다. 중압감이 큰 가을 야구에서 양키스의 관록에 대적할 팀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 본 팀들이 더 잘 하는 포스트 시즌?

정규 시즌이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던 만큼 포스트 시즌 출전 기회가 확대됐다. 두 리그를 포함하여 무려 16팀이 참가하는 포스트 시즌이라 분명 기회는 많아졌지만, 막상 와일드 카드 시리즈 내용들을 살펴보면 경험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1라운드를 통과한 사례가 많았다.

포스트 시즌에서 잔뼈가 제일 굵은 양키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가볍게 스윕했고,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사인 훔치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 트윈스를 꺾었다. 트윈스는 2004년 양키스를 상대로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한 이후 포스트 시즌 경기 18연패가 진행되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역시 밀워키 브루어스를 가볍게 꺾었다. 포스트 시즌에 2번 진출하여 2번 모두 월드 챔피언까지 올랐던 마이애미 말린스도 시카고 컵스를 스윕으로 꺾었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하다. 포스트 시즌 첫 라운드 탈락의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첫 라운드를 통과했다.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당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3차전 혈투 끝에 카디널스를 꺾고 복수에 성공했다. 역시 첫 라운드에서 부진한 경우가 많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꺾었다.

공교롭게 디비전 시리즈에서 생존한 팀들 중 중부지구 팀은 하나도 없다. 동부지구 생존 팀들은 동부지구 생존 팀들끼리, 서부지구 생존 팀들은 서부지구 생존 팀들까지 맞붙게 되어 각 디비전의 최강자를 다시 가리는 대진표가 됐다.

최지만의 향후 포스트 시즌 출전 가능성은?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최지만은 콜에게 강했다는 이유로 1차전에서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3차전 등판으로 예고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역시 오른손 투수이기 때문에 최지만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이외의 경기에서 최지만이 선발로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일단 2차전 양키스의 선발투수 데이비 가르시아 역시 오른손 투수이기 때문에 최지만은 일단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콜과 재대결 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질 수도 있다. 보통의 디비전 시리즈 일정이었다면 2번의 이동일이 끼어 있기 때문에 1차전 선발투수가 5차전에 다시 나올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이동일이 없기 때문에 콜이 5차전에 다시 나오려면 3일만 쉬고 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 최종전인 5차전에서 더 이상 물러설 방법이 없을 경우 양키스가 콜의 구원 등판을 지시할 수도 있다. 포스트 시즌에선 에이스가 시리즈 최종전에 구원 등판하는 경우가 흔한데, 물론 이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5차전에 구원 등판했던 커쇼의 경우처럼 좋지 않은 수가 될 수도 있다.

최지만이 콜에게 강점을 보인 것은 맞지만, 사실 올해 정규 시즌 타율이 2할 대 초중반에 머물렀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매 경기 선발 출전을 장담 할 순 없다. 특히 캐시 감독의 운영 방식에 의하면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날은 벤치를 지킬 가능성도 있다. 콜을 상대로 가을 야구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준 최지만이 앞으로 어떠한 활약을 보이며 위기의 팀을 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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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메이저리그야구 포스트시즌 최지만출전경기 탬파베이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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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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