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8회 초 2사 후 홈런을 때린 키움 3번 타자 김하성을 바라보고 있다

KIA 윌리엄스 감독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들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놀랍게도 100%였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2007~2009),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207~2018)은 재임기간 모두 소속팀을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는데 성공했고, 심지어 힐만 감독은 우승(2018)까지 차지했다. 2014년 두산에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송일수 감독은 일본 국적이지만 재일교포 출신이라 외국인 감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로이스터와 힐만의 성공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고 기대치를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KBO리그 역대 3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분류되는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도 부임 첫해부터 가을야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하여 KBO리그 역사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이고, 윌리엄스 감독은 보수적인 정서가 강하던 KIA가 처음으로 영입한 외국인 감독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현역 시절 김병현의 애리조나 팀동료이자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멤버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메이저리그 선수 시절의 명성이나 감독 경력까지 포함해도 KBO리그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단연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물이기에 팬들의 기대감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의 가을야구 도전은 현재로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KIA는 현재 64승 57패로 6위를 기록중이다. 승률 .529는 KIA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지만 올시즌 5할대 승률만 무려 7팀이나 난립하는 극심한 승률 인플레 현상 속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KIA는 5강 막차 티켓이 주어지는 5위 두산과 불과 2게임차지만, 아래로는 7위 롯데에게도 1게임 차이로 쫓기고 있다. 1위 NC와 2위 kt간의 격차가 8게임인 반면, 2위부터 7위까지는 불과 6게임차이로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대혼전 양상이다.

키움 상대로 첫 3연전 싹쓸이 후 두산에 스윕패

현재 흐름은 KIA에 불리하다. 지난 주 가을야구 경쟁팀들을 잇달아 만난 6연전에서 KIA는 키움을 상대로 첫 3연전을 싹쓸이하며 기세를 타는 듯했지만 곧이어 잠실 원정 3연전에선 두산에 스윕패를 당하며 6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KIA의 가을야구 진출에 최대 경쟁자이자 어쩌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는 두산을 상대로 올시즌 3승 12패에 그치며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다. 두산과의 잔여 경기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아 맞대결을 통해 승차를 단숨에 좁힐 기회도 이제 없다는 것도 KIA에 불리하다. 다른 팀들과의 대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아서 격차를 뒤집는 수밖에 없다. 또한 KIA가 주춤하는 사이 아래에서는 롯데가 4연승을 내달리며 압박해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럭저럭 잘 버텨왔던 KIA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결국 믿었던 선발진의 균열 때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 출신답게 선발 중심의 야구를 선호한다. 그런데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11승 4패)가 가족의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돌아가야했다. 구단은 기꺼이 브룩스의 귀국을 지원했고 선수단이 자발적으로 브룩스 가족에 대한 SNS 응원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훈훈한 동료애를 발휘하여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미담과 별개로 KIA의 전력에는 확실히 치명타였다. 현재로서 브룩스가 올시즌 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은 선수들이 분전을 다짐했지만 역시 브룩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벅찬 모습이다. KIA가 자랑하는 토종 에이스 양현종은 10승의 문턱에서 '아홉수'에 시달리며 벌써 6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4.5선발인 이민우와 임기영의 동반 부진도 아쉽다. 두 투수는 나란히 21경기에 등판하여 이민우가 6승 10패 평균자책점 6.62, 임기영이 7승 10패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초반에는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여름 이후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며 등판할 때마다 난타를 당하기 일쑤다.

윌리엄스 감독의 승부수, 통할까?

최근 윌리엄스 감독은 팀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인 양현종과 드류 가뇽을 두고 '4일 휴식후 등판'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4일 휴식 후 첫 등판했던 양현종은 지난 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또다른 외국인 투수인 가뇽의 페이스가 좋다는 것. 가뇽은 올시즌 10승 5패 자책점 3.97을 기록하며 브룩스에 이어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8월까지는 7승5패 평균자책점 4.55로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9월 들어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성적이 급상승했다. 가뇽은 로테이션상 6일 한화전에 선발로 나서게 되는데 직전 등판이 지난달 30일 키움전이라 이번에는 정상적인 5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게된다. 올시즌 한화전 성적은 2경기에서 1승 1패 자책점 3.09다.

이번 주 일정이 빡빡한만큼 기존 선발진 외에도 대체 선발 투입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무실점의 쾌투를 펼친 김현수가 일단 이번주에도 다시 선발등판 기회를 잡을 것이 유력하다. 이민우-임기영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1~2경기 정도는 깜짝 선발카드가 더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KIA로서는 이번 주가 5강진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수 있는 한주라고 할 만하다. KIA는 이번주 '2약' 한화-SK와 더블헤더(7일 한화전) 한 차례를 포함한 7연전을 모두 홈에서 치른다. KIA는 올시즌 SK에 8승 5패, 한화에는 무려 9승 2패를 기록하며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보였다.

5강 라이벌 두산은 SK(10승 3패)-kt(5승7패)를 모두 원정에서 상대한다. 롯데는 kt(8승4패, 홈)-삼성(7승6패, 원정) 등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있는 팀들을 만난다. KIA가 이번주 홈에서 얼마나 많은 승수를 챙기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을야구를 향한 윌리엄스 감독의 승부수는 과연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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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윌리엄스감독 KIA타이거즈 양현종 KIA경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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