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하는 김광현

투구하는 김광현 ⓒ AP/연합뉴스

 
김광현이 3번째 등판 만에 짜릿한 빅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광현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3피안타 무사사구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경기는 김광현의 호투와 시즌 첫 홈런을 때린 해리슨 베이더의 2안타1타점2득점 활약에 힘입어 세인트루이스가 3-0으로 승리했다.

지난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57개의 공만 던진 김광현을 미련 없이 교체했던 것처럼 신시내티전에서도 김광현에 대한 세인트루이스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예상을 깨고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는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빅리그 데뷔 3경기(선발 2경기) 만에 첫 승을 따낸 김광현은 3.86이었던 시즌 평균자책점을 1.69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몰리나와의 첫 만남에서 환상의 호흡 자랑한 김광현

김광현은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과 달리 어디까지나 기존 선발 투수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부상 때문에 기회를 얻은 '임시선발'이다. 김광현이 KBO리그에서 276회의 선발 경험이 있는 것과 별개로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쉴트 감독 입장에서 보면 김광현은 불펜에서 활약하던 평범한 루키에 불과하다. 컵스전에서 4회 2사까지 57개의 투구수로 호투하던 김광현을 마운드 운영 계획에 따라 곧바로 강판시킨 이유다.

세인트루이스는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한동안 팀에서 빠져 있던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경기에서 김광현과 호흡을 맞춘 포수 맷 위터스가 발바닥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김광현은 몰리나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이에 맞서는 신시내티는 좌완 김광현을 맞아 스위치 히터 한 명을 포함해 라인업에 7명의 좌타자를 배치했다.

김광현은 장타력 저하로 올 시즌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신시내티의 선두 타자 조이 보토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진 닉 카스테야노스를 1루 직선타로 잡은 김광현은 맷 데이비슨까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세인트루이스는 1회말 공격에서 2사 후 폴 골드슈미트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4번 타일러 오닐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선취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김광현은 2회에도 작년 시즌 49홈런103타점을 기록했던 신시내티의 간판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1사 후 필립 어빈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한 김광현은 최근 뜨거운 타걱감을 자랑하고 있는 제시 윈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두 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이어갔다. 김광현은 3회 2사 후 카일 파머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출루의 신' 보토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세인트루이스는 3회말 공격에서 토미 에드먼의 2타점 적시타로 김광현에게 2점의 득점지원을 해줬다. 4회 투구에서 시속 108km짜리 느린 커브를 선보이며 카스테야노스를 2루 땅볼로 처리한 김광현은 데이비슨을 유격수 직선타, 수아레즈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호투행진을 이어갔다. 김광현은 4회까지 한 번의 위기도 없이 지난 컵스전에서 세웠던 자신의 빅리그 최다이닝(3.2이닝)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빅리그 데뷔 3경기 만에 QS, 선발 잔류 보인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 5회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선두타자 어빈을 3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1사 후 윈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첫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1사2루에서 카살리의 잘 맞은 타구가 3루 직선타로 잡히면서 한숨을 돌린 김광현은 바깥쪽 꽉 차는 슬라이더를 통해 갈비스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채웠다.

세인트루이스는 6회초 공격에서 베이더의 솔로 홈런으로 귀중한 추가점을 뽑았고 5회까지 74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광현은 선두타자 파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보토를 좌익수 플라이,카스테야노스를 중견수 플라이,데이비슨을 우익수플라이로 각각 처리하며 빅리그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지난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단 57개의 공만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 왔던 김광현은 신시내티전에서도 길어야 70개 내외의 투구수가 예상됐다. 하지만 쉴트 감독은 5회까지 74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렸고 김광현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단 9개의 공으로 6회 3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다. 선발투수로서 김광현이 가진 경험과 능력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날 첫 호흡을 맞춘 주전포수 몰리나와 찰떡호흡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9번의 골드글러브에 빛나는 몰리나는 탁월한 투수리드 능력을 가진 빅리그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 몰리나가 김광현과의 첫 만남에서 6이닝 무실점을 합작했으니 김광현은 앞으로도 몰리나와 자주 배터리 호흡을 맞출 확률이 높다. 김광현이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다음 등판은 오는 2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더블헤더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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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빅리그 데뷔 첫 승 신시내티 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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