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양현종 선수.

지난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양현종 선수.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은 험난한 2020시즌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등판 전까지 올시즌 13경기에 나와 5승5패 평균자책점 6.31에 그치고 있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지난달 9일 kt전(5이닝 1실점) 이후에는 최근 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에 그치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9.30에 육박하는 극악의 부진으로 고개를 숙여야했다. 에이스의 패배는 다른 투수들에 비하여 팀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기아가 올시즌 4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음에도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에이스 양현종의 부진이었다. 공교롭게도 팀이 연승이나 상승세를 타려는 시점에 믿었던 양현종이 번번이 무너지며 선수 본인의 마음고생도 클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은 데뷔 이래 지난 2019년까지 총 1813.2이닝을 소화했으며 2014년 이후로는 6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을 꼬박꼬박 채우고 있다. 최근의 부진이 어깨 피로누적에 따른 필연적인 구위저하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일각에서는 양현종을 잠시 2군에 내려서라도 재충전의 시간을 줘야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나왔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양현종의 몸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양현종 본인도 인터뷰를 통하여 쉬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진다며 코칭스태프에게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은 지난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서 펼쳐진 한화와의 경기에서 호투했다. 5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모처럼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는 기아의 2-1 승리로 끝났다. 양현종이 승리를 맛본 것은 지난달 9일 kt전 후 무려 43일만이었다. 시즌 6승째를 기록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6.31에서 6.00으로 낮췄다.

하지만 양현종이 정말 부활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이날 상대가 자타공인 리그 최약체인 한화였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시즌 현재 17승 50패 승률 .254를 기록하며 한 계단 위인 9위 SK 와이번스(22승 44패 .333)에게도 5.5게임차나 뒤질만큼 독보적인 꼴찌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인 18연패를 당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도 22일 기아전 패배까지 6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역대급 꼴찌팀답게 한화는 공격에서도 리그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팀타율(.237), 출루율(.309) 홈런(36개), 득점(226개) 등 거의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압도적인 꼴찌를 도맡고 있다. 최근 6연패 기간동안 한화가 올린 점수는 모두 합쳐도 불과 7점, 축구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득점력이다. 선두 NC의 올시즌 한 경기 평균 득점만 6.39점(64경기 409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 타선이 얼마나 심각한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가 올시즌 한화전 첫 등판이었다. 초반에는 허약한 한화 타선을 상대로도 고전했다. 특히 3회에만 제구가 흔들리며 만루 찬스에서 김태균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는 등 볼넷 3개를 허용한 장면은, 제구나 스피드의 문제를 떠나 양현종이 심리적으로 아직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나마 후속타자인 정은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더 이상의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강타자가 부족한 한화가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타선이 약한 한화를 상대로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하고 5이닝 만에 투구수가 무려 93개에 육박하여 교체된 것은 양현종급의 투수가 만족할 수치는 아니다. 타격이 강한 팀과의 대결에서도 양현종의 구위가 유지되는지 지켜봐야할 이유다.

일정상 양현종의 다음 등판은 7위 kt전(28-30일)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양현종은 올시즌 kt전에서 2경기에 등판하여 1승 1패 자책점 6.30으로 NC(1경기 1패, 자책점 16.62)와 삼성(3경기 1승1패, 자책점 10.80)전 다음으로 부진했다.

한편 한화는 이날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양현종에게도 무려 8개의 삼진을 헌납했다. 최근 한화가 새롭게 영입하게 기대를 모은 새 외국인 타자 브랜든 반즈는 삼진 3개를 포함하여 이날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양현종은 이닝을 거듭하며 자신감을 회복한 듯 낮아진 제구가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본의아니게 한화가 양현종의 멘탈 치유를 위한 제물이 된 셈이었다.

심지어 양현종이 내려간 뒤에도 한화 타선은 홍상삼(6회), 박준표(7회), 전상현(9회) 등으로 이어지는 기아 불펜진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며 양현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한화는 2002년 롯데의 97패(당시 133경기)를 넘어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세 자릿수 패배 기록까지 넘볼 기세다. 꼴찌도 서러운데 여러 가지 불명예 기록까지 추가하며 동네북이 되고있는 한화의 처지도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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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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