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 말 2사 주자 만루상황에서 삼성 이학주가 끝내기 안타를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 말 2사 주자 만루상황에서 삼성 이학주가 끝내기 안타를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이 한화에게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안방에서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리며 3-2로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에 들어 나머지 경기들이 전부 우천 순연된 이날 유일하게 열린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삼성은 연승을 달리며 6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21승22패).

삼성은 8회까지 1-2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9회말 공격에서 구자욱의 동점 적시타와 이학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만들었다. 이날 허삼영 감독은 한화에게 끌려 가고 있는 와중에도 경기 중반부터 필승조들을 차례로 등판시켰다. 특히 홀드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최지광은 1-2로 뒤지고 있던 7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단 10개의 공으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교 시절 뛰어난 성적에도 작은 신장 때문에 저평가

2001년 두산 베어스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차명주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던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차명주는 선수생활 내내 언제나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프로필 기준으로 173cm에 불과했던 작은 신장 때문이었다. 야구는 농구나 배구처럼 높이가 절대적인 종목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체격이 큰 투수가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

부산고 출신의 최지광 역시 차명주와 마찬가지로 프로필 신장이 173cm에 불과한 체격이 작은 투수다. 고교 3학년 때는 윤성빈과 원투펀치를 형성하며 주말리그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0.91로 맹활약했지만 연고팀 롯데는 197cm 90kg의 당당한 체격를 자랑하는 윤성빈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물론 고교 시절 윤성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윤성빈은 롯데에 지명을 받으면서 4억5000만 원이라는 많은 계약금을 받았지만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최지광은 계약금 1억3000만 원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에서도 최지광의 고교 시절 활약에 높은 평가를 내렸음에도 윤성빈 만큼의 잠재력을 기대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을 기점으로 윤성빈과 최지광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물론 최지광 역시 처음부터 1군 무대에서 좋은 실적을 올렸던 것은 아니다. 루키 시즌 11경기에 등판한 최지광은 승리 없이 2패 6.48로 부진했다. 6경기에 등판했던 2018 시즌에는 11.42의 민망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군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삼성팬들은 최지광을 일찍 군대에 보내 병역의무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구단은 최지광을 일찍 군대에 보내는 대신 아시아 윈터 베이스볼리그(AWBL)에 참가시켜 일본 유망주들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AWBL에 참가한 최지광은 2018년 11월 29일 일본 2군 연합팀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하며 삼성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최지광은 2018년 겨울의 소중한 경험을 작년 시즌의 성적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작년 처음으로1군 풀타임 시즌 경험하면서 더욱 성숙

작년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최지광은 63경기에 등판해 68이닝을 책임지며 프로 입단 3년 만에 풀타임 1군투수로 활약했다. 3승 8패 2세이브 10홀드 4.10으로 패가 다소 많긴 했지만 프로 3년 차의 젊은 투수임을 고려하면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었다. 작은 신장 때문에 프로에서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보였던 단신투수 최지광이 삼성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작년 31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최지광은 올해 연봉이 8000만 원(158%)으로 인상되면서 올해도 삼성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해 줄 거라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풀타임 2년 차를 맞아 상대에게 집중 분석을 당할 최지광이 크게 고전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작년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해도 최지광은 아직 만 22세에 불과한 프로 4년 차의 젊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지만에 대한 걱정은 부질 없었다. 최지광은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21경기에 등판해 1승 9홀드 0.89의 성적으로 삼성의 허리를 완벽하게 지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러 있는 삼성은 불펜 평균자책점 만큼은 4.36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는 최지광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실제로 최지광은 올 시즌 피홈런은커녕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단 1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최지광은 24일 한화전에서도 허삼영 감독이 '불펜 총력전'을 펼치면서 1-2로 뒤진 7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두타자 이용규를 삼진으로 처리한 최지광은 대타 정진호를 2루수 김상수의 실책으로 출루시켰지만 첫 타석에서 적시 2루타를 때린 김태균을 1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잔루 없이 세 타자를 처리하면서 투구 수는 단 10개에 불과했을 만큼 깔끔한 투구가 돋보였다.

'무쇠팔' 고 최동원의 공식 신장은 179cm로 '트로이카'로 명성을 떨친 선동열(184cm)이나 김시진(183cm)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KBO리그 초창기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현역 시절 '외계인'으로 불리던 페드로 마르티네스 역시 180cm의 신장으로도 장기간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그리고 2020년 173cm의 최지광이 큰 선수들 사이에서 연일 호투 행진을 펼치며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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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최지광 단신 투수 믿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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