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경기. 2회 말 두산 선발 박종기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 한화 이글스 경기. 2회 말 두산 선발 박종기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이틀 연속 LG를 제압하며 LG전 4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8-2로 승리했다. 이틀 연속 승리를 따내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두산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3경기까지 벌어져 있던 2위 LG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히는데 성공했다(24승16패).

두산은 포수 박세혁이 첫 타석 결승 적시타에 이어 9회 4번째 타석에서 3타점 3루타를 터트리며 2안타 4타점 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스위치히터' 국해성도 시즌 1호 홈런과 함께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기회를 얻은 박종기가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생투'를 펼치며 프로 입단 8년 만에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이용찬 팔꿈치 부상에 이어 플렉센마저 햄스트링 통증

작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많은 전문가와 야구팬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 받았다. 두산이 우승 후보로 꼽힐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강력한 선발진에 있었다. 비록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팀을 떠났지만 이영하, 유희관, 이용찬으로 구성된 토종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했다.

그 중에서도 유희관과 이용찬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기 때문에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확실하다. 특히 2018년 15승으로 토종 투수 최다승을 기록했던 이용찬은 작년 시즌 7승 10패로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올 시즌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간절했다. 만약 이용찬이 2018년 수준의 성적을 회복한 후 FA자격을 얻는다면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이용찬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하지만 이용찬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8.44로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용찬 부진의 원인은 바로 팔꿈치 부상 때문이었다. 결국 이용찬은 지난 10일 kt전(5이닝4실점 패전)을 끝으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든든한 5선발이자 가을야구에서는 불펜투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이용찬의 이탈은 두산에게는 치명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두산은 선발진의 이탈에 대비해 사이드암 최원준을 6선발 요원으로 준비시켜 두고 있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마저 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허벅지에 타구를 맞고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낀 것이다. 졸지에 선발 투수 두 명이 빠져 나간 두산은 또 한 명의 임시선발이 필요했지만 가뜩이나 약한 불펜에서 투수를 당겨 쓰기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좋은 구위를 보인 투수 중에서 한 명을 선정해 1군에서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의 기회를 얻은 투수가 결정됐다. 바로 2013년 두산에 입단해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2군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견뎌 온 육성 선수 출신의 우완 박종기였다.

7년 전 유희관처럼... LG전 '깜짝 호투'로 강한 인상 남긴 박종기

청주고 2학년때까지 내야수로 활약하던 박종기는 강한 어깨를 살리기 위해 졸업반 때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 전향 후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프로는 갓 투수로 전향한 선수가 지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결국 박종기는 2013년 졸업 후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1군 마운드에 서는 날을 기다렸다.

박종기는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5년 정식선수로 등록돼 드디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3경기에서 2.1이닝 3실점을 기록한 박종기는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실패했다. 결국 박종기는 2015 시즌이 끝나기 전에 군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작년 시즌에는 두 번에 걸쳐 1군에 콜업됐지만 등판 기회 없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따라서 박종기에서 프로 데뷔 8년 만에 찾아온 첫 선발 기회는 매우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14일 한화의 외국인 에이스 워윅 서폴드와 맞대결을 펼친 박종기는 4.2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3회 최재훈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선발 데뷔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첫 선발 등판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진 박종기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박종기의 두 번째 상대는 '잠실 라이벌' LG였다. LG는 전날 10-18의 대량실점 속에서도 꾸준히 두산 마운드를 공략하며 두 자리 득점에 성공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가진 팀이다. 하지만 박종기가 6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 올 때까지 스코어보드에 찍힌 LG의 득점은 '0'이었다. 박종기는 데뷔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눈부신 호투로 프로 데뷔 8년 만에 1군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통산 92승을 기록한 두산의 좌완 에이스 유희관은 지난 2013년 5월 4일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을 틈 타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2이닝 무실점 호투로 '느림의 미학'을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렸다. 물론 유희관과 박종기의 투구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두 투수는 7년 주기로 LG와의 경기에서 대체 선발로 등판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한동안 이용찬이 없는 두산의 5선발은 박종기의 몫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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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박종기 대체 선발 무사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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