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이 불가능한 최악의 플레이였다.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 소속의 이강인이 4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불과 경기 출전 13분 만에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강인의 소속팀 발렌시아는 19일 오전 5시(한국시간)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스페인 라리가 29라운드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3으로 완패했다.

이강인은 레알 벤제마-아센시오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31분 로드리고를 대신하여 교체투입됐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후 다시 벤제마에게 추가골을 허용하여 패색이 짙어졌다.

그런 가운데 후반 44분 이강인이 갑자기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레알 수비수 라모스의 공을 빼앗기 위해 등뒤에서 접근한 이강인은 라모스를 밀며 발을 연달아 거칠게 휘둘렀다. 라모스는 이강인에게 발목을 걷어차여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주심은 휘슬을 불고 바로 경기를 중단시킨 후 경고도 없이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강인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었고 다분히 악의적이었다는 판단하에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한 것이다. 이강인은 퇴장 판정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3골차에 수적 열세까지 안게 된 발렌시아는 결국 별다른 반격도 하지 못하고 완패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강인 때문에 경기는 물론 매너까지 졌다는 혹평을 받게 됐다. 

 
 이강인(발렌시아·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메라리가 헤타페와의 홈경기에서 상대 수비를 뚫고 돌진하고 있다.

이강인(발렌시아·오른쪽). ⓒ AFP/연합뉴스

 
경기는 물론 매너까지 '혹평'

유럽축구에서도 특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교묘하게 상대 선수를 가격하거나 도발하는 거친 플레이로 악명이 높은 리그다. 스페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이강인 역시 이러한 축구문화의 영향을 보고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피해자가 된 라모스만 해도 다혈질적인 성향과 거친 플레이로 여러 선수에게 심각한 부상까지 안긴 전력이 있을만큼 악명이 높다.

하지만 거친 플레이나 기싸움을 즐기는 선수들도 최소한 심판의 눈을 피해 지능적으로 파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강인처럼 대놓고 상대를 걷어차는 식의 노골적인 비매너 플레이나 감정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되면 유럽에서도 비판과 함께 징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의 행동은 발렌시이가 가뜩이나 큰 점수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은 물론이고 본인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강인이 이날 경기 내내 보여준 활약도 미미했다. 중원에서 경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하여 교체투입되었지만 이날 이강인이 기록한 볼터치는 미드필더임에도 단 3번에 불과했다. 경기 후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양 팀 최저 평점인 4.8점을 부여하며 사실상 낙제점을 매겼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2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도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이강인은 0-1로 팀이 끌려가던 후반 45분 아틀레티코 수비수 산티아고 아리아스의 돌파를 저지하려다가 무리한 백태클로 비디오 판독(VAR) 결과 퇴장당했다. 당시 아리아스가 고통에 큰 비명을 지르고 선수의 양말까지 찢어졌을 정도로 태클이 거칠고 위험했다. 다만 당시에는 고의성보다는 이강인의 부족한 수비와 태클 능력으로 인하여 빚어진 실수로 보는 시각이 많았고, 스페인 축구협회도 따로 추가징계를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향후 추가징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도한 승부욕이나 미숙한 수비력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떠나 프로선수로서 미숙한 행동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도 않은 교체선수가 한 시즌에 벌써 두 번이나 퇴장당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기록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볼 수상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의 반열에 올랐다. 박지성-손흥민의 뒤를 잇는 또 한명의 '월드클래스급' 선수의 탄생에 거는 국민적인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로 발렌시아에서의 주전 경쟁과 기량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이번에는 터무니없는 비매너 플레이로 퇴장을 당하는 수모까지 겪으며 또 한번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부족한 피지컬과 수비력'은 기술과 노력으로 만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프로선수로선 치명적이다. 이강인이라는 선수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미화나 옹호보다 냉철한 쓴소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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