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부터 팀 타선이 많은 점수를 지원해줬다. 그러나 하마터면 비 때문에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할 뻔했다. 콜드 게임 조건을 채우기 위해 경기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졌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는 결국 시즌 첫 완봉승을 따냈다.

브룩스는 6월 10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렸던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시즌 7번째 선발 등판했다. 이전까지 6경기에서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없었던 브룩스는 37.2이닝에서 2승 2패 평균 자책점 3.13을 기록하고 있었다. 첫 21.1이닝 무사사구 기록으로 역대 외국인 선수 데뷔 이후 최다 이닝 기록을 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승률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대량 득점, 지원 확실히 받았던 브룩스

이 날은 경기 초반부터 KIA의 타선이 불을 뿜었다. kt의 선발투수 김민을 상대로 첫 타자 김호령부터 6구 승부 끝에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경기는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어서 프레스턴 터커까지 볼넷으로 출루한 KIA는 최형우의 스트레이트 볼넷까지 묶어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kt 코칭 스태프의 마운드 방문이 한 차례 있었지만 김민의 공은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다음 타자인 나지완도 초구 헛스윙 이후 4구 연속 볼이 나오면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점수가 나왔다(1-0). 다음 타자인 유민상은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났지만, 다음 타자인 한승택도 초구 헛스윙 이후 4구 연속 볼로 또 밀어내기 볼넷을 기록했다(2-0).

다음 타자는 홍건희(두산 베어스)와 맞트레이드되어 KIA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이었다. 류지혁의 타구는 2루수 앞 땅볼이 되어 병살타가 될 뻔했지만, 병살을 유도하려던 kt의 2루수 박경수가 송구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또 밀어내기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3-0).

다음 타자 박찬호의 타석에서는 투수 김민의 폭투가 나왔다. 폭투로 주자들이 모두 진루하며 나지완이 홈을 밟았고(4-0), 박찬호의 타구가 중견수 희생 플라이가 되면서 3루에 갔던 한승택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5-0). 다음 타자 김규성의 적시타가 터지고(6-0), 타자 일순하여 김호령의 타석이 되어서야 KIA의 1회초 공격이 끝났다.

시작부터 6점을 지원 받고 마운드에 오른 브룩스는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다만 조용호, 강백호와 풀 카운트 접전을 벌이느라 3명의 타자를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투구수가 17구에 이르렀다. 다음 이닝에도 투구수가 많을 경우 브룩스는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KIA는 2회초에도 선두 타자 터커가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최형우의 삼진과 나지완의 볼넷으로 1사 1,2루가 된 가운데 유민상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여기서 김민이 초구를 던진 뒤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갑작스럽게 교체되고 말았다.

유민상은 바뀐 투수 이강준을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려 김민의 책임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9-0). 이 날 김민은 1.1이닝 2피안타 5볼넷 1탈삼진 8실점(6자책)하고 부상까지 겹치며 안타깝게 경기를 마무리했다(61구).

비로 15분 늦게 시작된 경기, 빠른 범타 유도한 브룩스

경기 초반부터 무려 9점을 지원 받았지만 브룩스는 불안했다. 안 그래도 이 날 수원에는 많은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경기가 15분 늦게 시작됐다. 이 날 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비가 내렸고, 이 때문에 경기는 언제 다시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비록 이번 시즌에 서스펜디드 규정이 시행되면서 경기 자체가 무효 처리되지는 않겠지만, 5회 이전에 서스펜디드가 선언될 경우 다음 날 등판할 수 없는 브룩스는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없었다. 공격 이닝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브룩스는 팀의 좋은 경기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수비 이닝을 빠르게 운영할 필요가 생겼다.

브룩스는 2회말에도 6번타자 박경수와 8구 풀 카운트 승부를 펼치면서 투구수가 다소 많아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전에 유한준을 4구 만에 땅볼로 유도했고, 멜 로하스 주니어는 초구 땅볼 유도에 성공하면서 2회말 수비를 1회말보다 적은 13구 만에 마무리했다.

KIA는 3회초 공격에서도 김규성과 김호령, 터커의 3타자 연속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면서 kt의 두 번째 투수 이강준마저 끌어내렸다. 다만 다음 타자인 최형우가 초구 인필드 플라이로 물러나고 나지완과 유민상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2회까지 30구를 던졌던 브룩스는 3회부터 본격적으로 투구수를 절약하며 경기 운영을 빠르게 이끌어갔다. 3회말 장성우를 3구 만에 땅볼 유도로 아웃을 잡아낸 브룩스는 천성호와 배정대를 상대로 초구 땅볼 유도에 성공, 3회말 수비를 5구만 던지고 마무리했다.

4회초에는 KIA도 처음으로 삼자 범퇴로 공격을 끝내면서 브룩스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김민혁과 유한준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강백호를 초구에 범타로 유도하는 등 행운도 따랐다. 4회말에 5명의 타자를 상대한 브룩스는 14구로 4회말 수비를 마쳤다.

5회초 KIA는 선두 타자 김규성이 안타 후 2루까지 진루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정정됐다. 이후 김호령이 다시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 대타 오선우의 안타와 나지완의 적시타를 추가하며 KIA는 이 날 경기 10득점을 채웠다(10-0).

5회말 브룩스는 선두 타자 김영환을 상대로 또 초구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다음 타자 강현우를 2구 만에 땅볼로 유도한 브룩스는 다음 타자 천성호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 배정대를 다시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에 10구를 더 던진 브룩스는 이 날 59구 중 41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며 공격적으로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다.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브룩스가 승리투수 최소 요건을 채운 시점에서 kt 위즈 파크에는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강우 콜드 선언, 행운의 1군 첫 완봉승 챙긴 브룩스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브룩스가 투구하고 있다. 2020.6.4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브룩스가 투구하고 있다. 2020.6.4 ⓒ 연합뉴스

 
밤 8시 30분 경 중단된 경기는 30분 이상 됐다. 비가 그치지 않으면서 심판진은 밤 9시 경 강우 콜드 게임을 선언하고 이 날의 경기를 종료했다. 이에 따라 경기가 중단된 시점까지 마운드를 지켰던 브룩스는 행운의 KBO리그 첫 완봉승을 챙기며 3승 2패를 기록, 시즌 평균 자책점을 2.76까지 낮췄다.

1990년 4월 27일 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이었던 브룩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쳤다. 그 동안 메이저리그 47경기(28선발)에 등판했지만 브룩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완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마이너리그 153선발 5완투 1완봉승).

브룩스는 마이너리그에서 61승 47패 평균 자책점 4.46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 그리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의 첫 소속 팀이었던 로열스는 2015년 월드 챔피언에 올랐지만, 로열스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로열스 통산 4경기 1선발). 여러 팀을 거치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메이저리그에서는 9승 13패 평균 자책점 6.49에 그쳤다.

그러나 브룩스는 2018년 마이너리그에서 26경기(15선발) 9승 4패 평균 자책점 3.35를 기록하며 KIA 스카우트 눈에 띄었다. 그리고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에서 기회를 얻게 된 브룩스는 올 시즌 7경기 7볼넷(1사구)의 뛰어난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브룩스는 이번 경기를 통해 프로 1군 무대 첫 완투의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 부진했던 경기가 5월 17일 두산과의 경기(5.1이닝 4자책) 정도였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던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날 강우 콜드가 겹친 행운의 완봉승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은 셈이다.

사실 이 날 경기 흐름이 조금만 지체되었어도 브룩스는 서스펜디드 규정으로 인하여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었다. 물론 다음 날 다시 등판할 수 있긴 하지만, 5~6일에 한 번 등판하여 전력을 다해 던지는 선발투수의 루틴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KIA 야수들도 브룩스의 빠른 경기 운영에 호수비로 답했다. 2회말 1사 상황에서 로하스의 깊은 땅볼 때는 외야로 빠질 수도 있었던 공을 팀에 새롭게 합류한 류지혁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완벽한 송구로 범타 처리했다. 3회말 수비에서는 유격수 박찬호의 호수비도 있었고, 브룩스 자신도 어려운 타구를 민첩하게 잡아냈다.

KIA의 강력한 선발진, 상위권 경쟁의 자신감

이 날 승리로 KIA는 2연승을 달리며 시즌 17승 15패 승률 0.531을 기록하게 됐다. 같은 날 패한 4위 키움 히어로즈(18승 14패 0.563)의의 승차를 1경기 차이로 좁혔고,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었던 3위 LG 트윈스(18승 12패 0.600)와의 승차도 2경기 차이로 좁혔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6위 롯데 자이언츠(16승 15패 0.516)도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KIA를 반 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고, 7위 삼성 라이온즈(14승 18패 0.438)도 오승환의 복귀 이후 처음으로 승리하면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에게 스윕패를 당한 뒤 2연승을 거둔 KIA는 순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KIA는 올 시즌 잔루를 많이 남기며 득점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에 비해 투수 전력이 많이 좋아지면서 3위권 경쟁에 도전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7경기 3승 2패 평균 자책점 2.76을 기록하고 있는 브룩스 이외에도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도 6경기 33.2이닝 2승 3패로 승률이 좋진 않지만 평균 자책점 3.48로 좋은 편이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7경기에서 5승 2패 평균 자책점 3.89로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패했던 2경기가 크게 부진했던 경기였지만, 승리한 나머지 5경기에서 모두 2실점 이하를 기록하며 에이스 겸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9일 경기에서는 주목받는 신인 선발투수 소형준을 상대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임기영과 이민우도 올 시즌 선발진에서 선전하고 있다. 임기영도 올 시즌 승운은 2승 3패로 다소 부족하지만 6경기 32.1이닝에서 평균 자책점 3.34로 호투하고 있다. 이민우는 가장 최근 두산과의 6월 5일 경기에서 6.2이닝 5실점으로 패했지만 6경기 37.1이닝 3승 1패 평균 자책점 3.86으로 선전하고 있다.

비록 5이닝 만에 강우 콜드로 경기가 끝났지만, 10일 경기에서 브룩스가 경기를 모두 책임진 덕분에 KIA는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 등 필승조를 모두 아낀 상태에서 일찍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특히 그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왔던 전상현이 첫 자책점을 기록했던 만큼 쉬어갈 필요가 있었던 타이밍에 강우 콜드라는 행운이 겹치며 다른 투수들이 하루 쉬어갈 수 있었다.

KIA는 11일 경기에서 이민우가 선발로 등판하며 시리즈 스윕에 도전한다. 이민우 개인 입장에서도 최근 경기에서 5실점하며 부진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만회할 필요가 있는 경기다. 이닝 소화에 있어서는 최근 4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던지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와의 일정이 끝나면 SK 와이번스와의 인천 원정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8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최근 연패를 끊은 이후 삼성과의 시리즈를 2승 1패로 승리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서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그 다음 시리즈가 리그 선두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인 만큼 확실하게 잡아놓아야 할 경기가 만은 만큼 KIA의 선발진이 향후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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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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