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2020 KBO리그는 10팀 중 4팀이 새로운 감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손혁(키움 히어로즈)과 허문회(롯데 자이언츠) 두 감독은 코치를 거쳐 감독을 맡게 되었고, 허삼영(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구단 전력분석원을 거쳐 감독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감독상을 수상했던 맷 윌리엄스(KIA 타이거즈)도 감독으로 부임했다.

예년 같았으면 현재까지 팀당 40~50경기 정도를 치렀을 테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5월 5일에야 개막전을 치렀다. 5월 10일까지 한 주 동안 각 팀은 6경기 씩이 편성되었는데, 30경기 중 3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10월로 연기됐다.

고작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 선두 그룹과 최하위 그룹의 승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다. 비로 1경기가 취소된 롯데 자이언츠는 5경기를 모두 승리했고, 역시 5경기를 치렀던 SK 와이번스와 kt 위즈가 각각 1승 5패에 그쳤다.

이 상황에서 올해부터 감독을 맡은 새로운 감독 4명에 대한 관심도 크다. 허문회 감독은 고향 부산에 있는 롯데에서 감독을 맡았지만 롯데에서의 선수 생활은 짧았고, 손혁 감독은 코치 경력이 길었던 히어로즈에서 감독을 맡았다. 허삼영 감독은 코치보다는 전력 분석원으로 주로 활동하다 감독이 되었고,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가 아예 처음이다. 

고향 부산에서 지휘봉 잡은 허문회 감독
 
 개막 5연승을 달성한 롯데 허문회 감독

개막 5연승을 달성한 롯데 허문회 감독 ⓒ 롯데 자이언츠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롯데는 올해 시작부터 최고의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첫 주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 최종 성적을 감안하면 그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롯데의 개막 5연승은 2013년 이후 7년 만이며, 개막 연승 역대 최고 기록은 6연승(1986, 1999)이다.

롯데의 개막 연승 행진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막 6연승을 했던 마지막 해 1999년이기 때문이다. 1999년은 바로 롯데가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마지막 시즌이다. 당시 매직리그 2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던 롯데는 드림리그 1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 혈투에서 1승 3패 뒤 3연승으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으나 한화 이글스에게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를 내줬다.

마지막으로 개막 5연승을 했던 2013년에는 한화와의 개막 2연전과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롯데는 2013년 개막 5연승 이후 7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내내 페이스 기복이 심했다. NC가 1군 리그에 처음 참여했던 9구단 체제였기 때문에 당시 롯데는 66승 4무 58패(0.532)를 기록하고도 5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개막 최다 연승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롯데는 12일부터 다소 힘든 상대를 만난다. 바로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다. 롯데의 지난해 두산 상대 전적은 5승 11패다. 홈 경기로 한정해도 3승 5패였다.

하지만 롯데가 개막 시리즈에서 상대했던 팀은 지난해 창단 첫 5할 시즌을 만들었던 kt 위즈와 정규 시즌 승률 공동 1위였던 SK 와이번스였던 만큼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의 대결도 해볼 만하다는 전망이다. 

롯데의 시즌 초반 승승장구에 이번에 새로 부임한 허문회 감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허 감독은 선수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산 출신이었지만 해태 타이거즈 지명 직후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되었고, 서용빈(현 SPOTV 해설위원)에게 밀려 주로 백업으로만 활약했다. 잠시 고향 팀인 롯데에서 뛴 적도 있었지만, 당시 롯데가 97패 시즌을 보내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코치로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허문회 감독은 고향 팀에서 첫 감독을 맡았다. 특히 교류 연습경기 1위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롯데는 정규 시즌 5경기 5승 중 3번의 역전승을 이뤄내는 등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부친의 임종을 지키고 돌아온 애드리안 샘슨이 자가 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면 전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득점 대부분이 상대 팀 선발투수들이 물러난 후인 경기 후반에 집중돼 있다. 이는 시즌을 치르면서 선발투수들의 투구수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경우 특정 에이스들에게 타선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단 이야기다. 워윅 서폴드(한화 이글스)가 개막전부터 완봉승을 기록하고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2번째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롯데에겐 향후 상대 팀의 선발투수 공략이 큰 숙제가 될 수도 있다.

페이스 좋은 키움, 손혁 감독의 투수 운영 주목
 
 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감독 데뷔 첫 승리를 거둔 손혁 감독이 김치현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감독 데뷔 첫 승리를 거둔 손혁 감독이 김치현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 다음으로 페이스가 좋은 팀은 지난해 준우승을 한 키움 히어로즈다. 김하성, 박병호, 서건창, 이정후 등이 포진한 리그 최강 타선에 힘입어 5월 7일 1경기만 내줬을 뿐 나머지 5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감독 직책을 맡은 건 처음이지만, 손혁 감독은 현재 자신이 코치 시절에 함께했던 거의 대다수 코치들과 함께 시즌을 치르고 있다. 기존에 호흡을 맞춰본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라, 자신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 굉장히 익숙한 환경인 것이다. 

투수 이론 및 지도 관련 이력으로 숱한 화제를 남기고 있는 손혁 감독이라서, 어떻게 투수를 운영할 것인지가 가장 관심거리다. 손혁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구원투수들의 3일 연속 등판은 없앨 것이란 계획을 내놓았다.

야구에서 투수들의 투구 수 관리는 꾸준히 화제가 되는 주제다. 특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투구수 제한 규정과 더불어 투수들의 루틴 관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WBC에서 투수들은 라운드별 투구수 제한을 적용 받으며, 한 경기에서 30구 이상 던지거나 이틀 연속 투구했을 경우 다음 날 등판할 수 없다. 강제 휴식일에 경기가 있을 경우 마운드에 오를 수 없지만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 끼어 있을 경우 다음 경기 등판이 가능하다.

물론 프로야구에 투수들의 투구수나 등판 간격에 따른 강제 휴식 규정은 없다. 그러나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의 분업,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따른 루틴이 강조되면서 투수들의 혹사를 막는 것이 시즌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손혁 감독이 시즌 개막 시점에서 이를 밝힌 것은 시즌 운영의 밸런스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단 키움은 강력한 타선의 지원 덕분에 첫 주 동안은 투수들의 부담이 덜했다.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각자 계획된 투구수에 맞춰 던지다가 점수를 내줘도 타선이 확실하게 득점을 지원해주면 부담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 한 주는 나름 성공적인 투수 운영을 보여줬다.

그러나 점수 차가 적은 타이트한 경기들이 너무 많아질 경우 필승조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러한 투수 운영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투수나 타선 중 어느 한 곳에서 슬럼프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트 시즌의 경우는 모든 경기마다 승부를 걸어야 한다.

사실 키움에게도 위기 상황이 한 번 있었다. 지난 8일 한화전에서 5-3으로 앞섰던 8회에 원래 대로라면 필승조가 나와야 했지만, 손혁 감독의 원칙에 의해 일부 필승조가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물론 통산 2번째 등판이었던 김재웅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리드로 실점 없이 이닝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전력 분석원 출신 허삼영 감독, 현장 적응중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허삼영 삼성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허삼영 삼성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허삼영 감독은 대구 출신의 투수로 삼성 한 팀에서만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허리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명이 짧았고, 이후 삼성의 훈련 지원팀과 전력 분석팀에서 주로 활동했다.

전력 분석팀에서만 21년간 있으며 데이터 야구에 대한 상당한 경험을 쌓았고, 이로 인해 허삼영 감독은 현장의 감독이나 코치와는 다르게 또 다른 위치에서 삼성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시즌 연속 한국 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과정에서 분명히 그의 공헌도 컸다.

하지만 허 감독은 너무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왔고, 아직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개막 3연전에서 NC에게 스윕패를 당했고,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는 위닝 시리즈를 거두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대패를 당하면서 뭔가 찝찝한 마무리를 보였다.

대량 득점을 통한 승리도 있었지만, 삼성은 지난 한 주 동안 대구에서만 경기를 치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정 방향의 타구를 선호하는 타자들에게 유리한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벗어난 다른 경기장에서도 삼성의 전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숙제다. 

삼성은 12일부터 지난해 준우승 팀인 키움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뒤이어 수원으로 이동해 kt를 만나는 수도권 원정 6연전으로 묶인 일정이다. 이후에는 대구로 돌아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홈 6연전을 치르는 등 앞으로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삼성은 처음 30경기 동안 베테랑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전력에 활용할 수 없다. 징계 카운트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1군 경기는 물론 퓨처스리그 경기도 나설 수 없다. 5월 한 달 동안 다른 필승조 투수들이 최대한 버텨주어야 향후 시즌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이 어떻게 투수를 운영해 이 시기를 보낼지도 주목된다. .

메이저리그 감독상 출신 윌리엄스, 한국 야구 적응중
 
 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8회 초 2사 후 홈런을 때린 키움 3번 타자 김하성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개막전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윌리엄스 감독이 8회 초 2사 후 홈런을 때린 키움 3번 타자 김하성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맷 윌리엄스는 2014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던 시즌에 내셔널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1승 3패로 패해 탈락했지만, 정규 시즌의 성적을 토대로 내셔널리그 감독상을 수상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내셔널스 이외의 다른 팀에서는 주로 코치로 활동하다가 KIA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광주 출신 김병현(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2001년 월드 챔피언을 함께 달성한 인연이 있었으며, 조계현(KIA 타이거즈 단장)과는 1985년 대학야구 한미 교류전에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었는데 광주를 연고로 하는 KIA의 감독이 된 것이다.

윌리엄스 감독 부임 이후 시즌을 준비하면서 KIA는 다른 팀의 큰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미뤄진 4월에는 팀내 자체 연습경기(홍백전)에서 양현종과 임기영의 일일 감독 이벤트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나름 큰 기대를 모으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프런트에서 현장에 적응하고 있는 허삼영 감독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로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분위기다. 윌리엄스 감독에겐 자신의 지휘 스타일과 KBO리그의 스타일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용했던 데이터 야구를 기반으로 출전 선수들의 라인업을 구성하는 편이다. 일단 KIA의 선수들이 어떤 상태인지는 파악을 한 것 같지만, 교류 경기를 치를 기회가 많이 없었다보니 상대 팀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 시즌 첫 주엔 좀 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개막전에서는 상대 팀 키움의 타선이 양현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투구수가 너무 많아져서 패한 것을 포함하여 2패 뒤 1승을 겨우 달성했다.

대구에서 있었던 삼성과의 두 번째 시리즈도 2패 뒤 1승을 거뒀다. 특히 9일 2차전에서는 불펜의 집단 난조로 인하여 8회에만 9실점하는 대참사를 당했는데, 다음 날 등판해야 할 필승조를 대신하여 야수 황윤호를 등판시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면 10일 경기에서는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했고, 덕분에 12-3라는 큰 점수 차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문제는 경기력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인데, 이후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그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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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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