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NC 경기에서 8회초 무사 LG 라모스가 2회에 이어 우월 솔로 홈런을 치고 성호를 그으며 홈인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NC 경기에서 8회초 무사 LG 라모스가 2회에 이어 우월 솔로 홈런을 치고 성호를 그으며 홈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트윈스가 개막 첫 주 2승 3패를 기록했다. 구단 30주년과 류중일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 '레전드' 박용택의 은퇴 시즌을 맞아 호기롭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을 떠올리면 첫 주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송은범과 정찬헌이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란히 조기강판 당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4, 5선발 고민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아주 절망할 필요는 없다. LG는 지난 5일에 열린 개막전에서 9-3으로 승리하면서 두산과의 어린이날 더비 6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서는 개막 후 4연승을 달리던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초반 0-6의 열세를 10-8로 뒤집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작년 팀 홈런이 94개(6위)에 불과했던 LG는 이날 무려 4개의 홈런포를 작렬하면서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였다.

LG가 기대하는 세 외국인 선수들도 개막 첫 주 나란히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작년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올해도 좋은 활약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외국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는 첫 등판에서 심각한 난조에 빠졌다. 반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는 5경기에서 타율 .450 2홈런3타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작년 28승 합작했던 원투펀치, 첫 등판 6.1이닝 13실점 뭇매

2018년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와 함께 활약한 윌슨은 26경기에서 9승4패 평균자책점3.07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LG는 승운이 따라주진 않았지만 평균자책점 리그 2위에 오른 윌슨을 150만 달러에 붙잡았고 윌슨은 L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윌슨은 작년 LG의 1선발로 활약하며 14승 7패 2.92의 뛰어난 성적으로 LG를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작년 LG 유니폼을 입고 4년 동안 40승을 기록했던 소사를 포기하고 영입한 켈리는 KBO리그에서 검증된 바가 없는 불안요소가 많은 투수였다. 실제로 켈리는 작년 리그 공동 5위에 해당하는 12패를 당했다. 하지만 180.1이닝을 책임진 켈리는 14승12패2.55의 성적으로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4위로 맹활약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켈리는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LG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윌슨에게 총액 160만 달러, 켈리에게 총액 150만 달러를 투자하며 작년 28승을 합작했던 리그 최고 수준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윌슨과 켈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고향에 갔다가 귀국 후 2주 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고 이 때문에 시즌 개막일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류중일 감독은 작년 충분히 기량이 검증된 원투펀치의 활약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NC와의 주말 3연전에서 나란히 첫 선을 보인 윌슨과 켈리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8일 경기에서 NC 이재학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윌슨은 통산 홈런 25개에 불과한 이명기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4.1이닝 7피안타 4볼넷 7실점으로 무너졌다. 제구도 날카롭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시속 140km를 간신히 넘긴 속구 구속이 문제였다. 아무리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해도 속구의 위력이 떨어진 정통파 투수는 그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팀의 역전승으로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켈리의 부진은 더욱 심각했다. 1회부터 6점을 허용한 켈리는 2이닝 8피안타 6실점(5자책)을 기록한 채 조기강판됐다. 켈리의 경우 상대가 치기 좋게 가운데로 몰리는 변화구가 문제였다. LG팬들은 윌슨과 켈리의 첫 등판 부진이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LG가 자랑하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진이 다음 등판까지 이어진다면 류중일 감독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빅리그 경험 없는 라모스, 타율 .450으로 LG타선 '하드 캐리'

작년 토미 조셉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좌타 거포 카를로스 페게로는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6 9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풀타임으로 활약했다면 30개 가까운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LG가 찾던 유형의 거포였다. 하지만 페게로는 많은 삼진과 불안한 1루 수비, 그리고 좌투수를 상대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반쪽짜리 거포'였고 결국 LG는 힘들게 찾은 거포 페게로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LG가 페게로 대신 선택한 새 외국인 타자는 멕시코 출신의 1994년생 젊은 내야수 라모스였다. 라모스는 2014년부터 콜로라도 로키스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지만 한 번도 빅리그 무대를 밟은 적이 없어 LG가 총액 5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몸값에 영입할 수 있었다(이미 외국인 투수에게 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LG로서는 외국인 타자에게 1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투자하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다).

라모스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496경기에 출전해 타율 .292 98홈런 349타점을 기록했다. LG는 작년 시즌 트리플A에서 타율 .309 30홈런 105타점을 기록했던 라모스의 성장 속도에 주목했다. 하지만 '빅리그 경력이 없는 젊은 선수가 우승에 목마른 LG에서 4번 1루수라는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하는 의심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라모스 역시 자신이 뛰게 될 팀의 정보를 검색했다면 이 팀에 얼마나 많은 외국인 타자가 실패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모스는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타율 .450 2홈런 3타점 4득점 OPS(출루율+장타율)1.350을 기록하며 4번타자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특히 10일 NC전에서는 2회 추격의 홈런에 이어 8회에는 대역전극의 시작을 알리는 솔로포를 터트리며 시즌 첫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동료 투수 켈리가 패배의 원흉으로 몰릴 수 있었던 위기를 라모스가 속된 말로 '멱살 잡고' 끌어 올려 준 셈이다.

혹자는 4번타자로서 라모스의 타점(3개)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라모스는 올 시즌 5번의 득점권 기회에서 타율 .400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기회가 많아지면 타점을 적립할 기회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시즌 극초반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개막 첫 주 활약만 보면 LG 외국인 선수들에게 KBO리그 경험은 그리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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