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실패 6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두산-LG 무관중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LG 채은성 내야땅볼 때 3루주자 정근우가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 득점실패 6일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두산-LG 무관중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LG 채은성 내야땅볼 때 3루주자 정근우가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예년보다 뒤늦게 개막한 2020시즌 한국 프로야구가 뜻밖의 '스포츠 한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프로 리그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해외에서 일종의 대안 콘텐츠로 한국 프로스포츠에 주목하고 있는 것. 지난 5일 2020시즌 공식 개막전이 열렸던 전국 5개 구장에서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취재진이 몰려들어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5일 삼성-NC전을 시작으로 매일 하루에 한 경기씩 KBO리그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하고 있다. ESPN은 단순한 경기 중계만이 아니라 홈페이지에 KBO리그 섹션 코너를 신설하는가 하면, 한국의 프로야구 역사나 문화, 선수들에 대해서도 심층 보도를 이어가며 당분간 주력 스포츠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야구의 본고장이지만 코로나19로 아직 시즌 개막 시점조차 잡지 못하며 오랫동안 스포츠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팬들이 자연히 KBO리그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SNS를 중심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해외 팬들의 검색량이 최근 급증한데 이어 하루종일 개막 경기들에 대한 감상평과 응원이 시시각각 올라왔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벌써 한국프로야구 특정 구단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생겨나는 등 많은 해외팬들이 KBO리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야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야구팬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야구용어나 누리꾼들의 야구관련 은어-유행어들을 배우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팬들이 주목하는 매력은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와는 또 차별화되는 KBO리그 특유의 역동성과 쇼맨십이다. 장타가 빵빵 터지는 타고투저 현상, 속도감 있는 경기 전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구-시타 문화나 선수들의 다양한 감정표현이 돋보이는 세리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외 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야구만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해외 팬들 중에는 '볼거리는 메이저리그보다 KBO리그가 더 많다', '한국 야구 보기 시작하면 앞으로 다른 야구는 못 볼 것 같다'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배트 플립(방망이 던지기)'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이다. 이는 타자들이 장타를 뽑아낸 후 방망이를 투척하듯 내던지는 세리머니를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에서의 배트 플립은 상대팀을 향한 도발로 여겨지며 자칫 양팀간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기의 볼거리를 더하는 쇼맨십이자 퍼포먼스 정도로 가볍게 여겨진다.

5일 NC와 삼성의 경기에서 모창민의 홈런 이후 배트 플립이 나오자 중계진은 "올시즌 KBO리그 1호 배트플립이 나왔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배트 플립 사례를 모아놓은 동영상이나 타자들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편집한 장면이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팀명 때문에 본의 아니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더 화제를 모았다. NC와 삼성의 경기가 올해 KBO리그 경기 중 처음으로 ESPN을 통하여 생중계되면서 NC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약자가 바로 NC다. 마침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는 현재 유명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는 상황이다. 우연의 일치지만 NC 구단 마스코트인 공룡이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화석으로 많이 발견됐다는 점도 지역 팬들이 NC와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연고 트리플A팀 더럼 불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하여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를 자아내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로서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 메이저리거 조쉬 린드블럼이나 에릭 테임즈는 현지 방송의 중계 해설자로 깜짝 변신하여 눈길을 끌었다. 

한편으로 화제성 면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해외 중계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국내 팬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목은 자칫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KBO리그의 이미지가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개막 시기가 늦어져서 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건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팀과 선수들의 경우, 프로답지 않게 집중력을 잃은 플레이와 수비 실책이 나온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개막 2연전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KBO리그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불리는 심판의 판정이나 경기 운영 면에서도 약점이 노출됐다. KBO리그를 생중계로 지켜본 해외 팬들의 반응에서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온 것은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한편으로 국내에서도 해외중계로 인하여 높아진 관심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외 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더 치밀하고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에도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이대호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현지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들이 많은데 이들을 적극 활용하여 해외 팬들을 겨냥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현장의 선수와 감독, 심판 등 구성원들도 더 많은 팬들이 KBO리그를 지켜보고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좀 더 집중력과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케이팝이나 케이무비, 케이뷰티 등이 한류를 등에 업고 세계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케이볼(한국프로야구)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뜻밖의 기회가 인기 중흥을 꿈꾸는 KBO리그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개막 배트플립 스포츠한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