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중반이 삼성 라이온즈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 중-후반은 단연 두산 베어스의 시대였다. 물론 '왕조'를 이야기하기엔 두산의 우승횟수(3회)가 다소 적었다고 반문하는 야구팬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의 해태 타이거즈나 2010년대 초반의 삼성이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것에 비해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2015~2016년) 후 2년 연속 2인자에 머물렀던 시절(2017~2018년)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산은 분명 2010년대 중-후반을 '지배'한 팀이었다. 실제로 두산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동안 두산의 상대는 매년 달랐다. 1980년대 해태가 삼성과 빙그레 이글스, 2010년대 초-중반의 삼성이 SK와 두산이라는 라이벌이 있었던 데 비해 2010년대 중-후반의 두산에게는 자신들을 꾸준히 위협한 라이벌조차 없었던 셈이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나면 무려 9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는다. 현재 모기업의 어려운 사정과 코로나19사태로 잔뜩 위축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어쩌면 2020 시즌은 두산이 최고의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 모른다. '최강'의 자리에서 새로운 10년을 맞는 두산이 2020년 한국시리즈 2연패와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해야 할 명분이 확실한 이유다.

[투수진] 외국인과 토종 선발진의 절묘한 조화, 불펜 기복은 약점
 
 두산 베어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두산 베어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MVP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도 없고 2018년 다승왕이자 가을에 유난히 강한 '빅게임 피처'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없다. 2018년 33승, 2019년 29승을 합작한 외국인 듀오와의 재계약이 무산됐을 때 많은 야구팬들이 이대로 두산의 시대가 끝날 거라고 예상한 이유다. 하지만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가 떠난 후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를 찾아낸 것처럼 이번에도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라는 강속구 듀오를 찾아냈다.

1994년생의 젊은 투수 플렉센은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연습경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작년 kt 위즈에서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알칸타라 역시 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26이닝 2실점(평균자책점0.69)이라는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다. 두산은 플렉센-알칸타라 듀오가 린드블럼-후랭코프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두산의 최대 강점은 순번을 정하는 게 무의미한 강력한 토종 선발진에 있다. 작년 17승으로 유망주에서 일약 국가대표 투수로 신분이 급상승한 이영하는 올해 작년 이상의 성적으로 '최고우완' 자리를 굳히려 한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유희관과 이용찬은 본인들의 야구인생에서 올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신예와 베테랑, 정통파와 기교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두산의 토종 선발진은 단연 10개 구단 최강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두산의 가장 큰 약점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불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년 양의지(NC다이노스)의 보상선수로 이적해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2.66을 기록했던 마무리 이형범과 마운드 위에서 다소 기복을 보이는 좌완 함덕주만 안정을 보인다면 두산 불펜도 결코 약하지 않다. 여기에 작년 6승 2패 1세이브 14홀드 2.63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맹활약한 윤명준도 있다.

다만 두산은 작년 3승 3패 3세이브 7홀드 3.07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준 최고령 투수 김승회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고 베테랑 좌완 권혁도 연습경기에서 썩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직 김강률과 곽빈의 복귀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안한 제구 때문에 1군 데뷔도 하지 못한 이동원이 연습경기에서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타선] 예비 FA만 5명,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하는 두산 타선

두산은 2018년 191개(4위)였던 팀 홈런이 작년 84개(9위)에 그치며 절반 이상 줄어 들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여전히 팀 타율 3위(.278), 팀 득점 2위(736개), 팀 득점권 타율 3위(.277)로 좋은 공격력을 유지했다. 여기에 팀 실책은 83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뛰어난 집중력과 탄탄한 수비는 작년 시즌 두산이 극적인 역전우승을 할 수 있었던 커다란 원동력이었다.

2018년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 슬라이크라는 끔찍한 악몽을 경험한 두산은 작년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라는 '축복'을 만났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의 교타자 페르난데스는 작년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344 197안타 15홈런 88타점 87득점을 기록하며 최다안타 타이틀과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90만 달러에 재계약한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200안타와 20홈런, 그리고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한다.
 
 4월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키움 대 두산 경기. 0대5로 이긴 두산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4월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키움 대 두산 경기. 0대5로 이긴 두산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25개 이상의 홈런과 8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고도 김재환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오재일은 김재환이 부진한 작년 시즌 커리어 첫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면서 프로 데뷔 15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물론 올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오재일은 올해 작년을 능가하는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2018년 타율 .333 26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간판타자로 떠올랐던 최주환은 작년 시즌 부상으로 두 달이나 1군에서 자리를 비우며 타율 .277 4홈런 47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FA를 앞둔 많은 선수들의 연봉이 대거 인상된 가운데 1억 원 이상 연봉이 삭감된 최주환으로서는 올 시즌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올해는 지명타자 자리에 페르난데스가 버티고 있는 만큼 '캡틴' 오재원과의 2루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두산은 작년 양의지가 떠난 후 박세혁이라는 좋은 포수를 발굴했고 박세혁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두산은 박세혁이 있음에도 39세의 노장 포수 정상호를 영입해 안방을 강화했다. 김태형 감독은 가을야구에서만 46경기에 출전했던 경험 많은 정상호가 작년 배영수(두산 투수 보조코치)가 했던 '선수단의 코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키플레이어]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 굴욕, '잠수함 에이스'로 살아날까

두산은 지난 두 번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잠수함 투수 오현택(롯데 자이언츠)과 변시원(KIA 타이거즈)을 다른 팀으로 이적시켰다. 팀 내 잠수함 투수 자원이 비교적 풍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이 믿었던 젊은 잠수함 투수 자원은 바로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1라운드와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동국대의 최원준과 제물포고의 박치국이었다.

최원준이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과 갑상선암 투병으로 데뷔가 늦어진 반면에 박치국은 입단 2년째 시즌이었던 2018년 1승 5패 3세이브 17홀드 3.63으로 맹활약했다. 여기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병역혜택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박치국은 작년 2승 2패 3세이브 14홀드 4.50으로 주춤했고 급기야 정규리그에서 9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한 베테랑 이현승에 밀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박치국은 무너진 투구 균형을 되찾기 위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7kg을 감량했고 많은 훈련량을 통해 흔들렸던 투구 균형을 되찾았다. 박치국의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공을 모두 받았던 주전포수 박세혁도 박치국의 좋은 컨디션을 칭찬하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했다. 박치국은 시즌 개막이 몇 차례 연기됐을 때도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 등판을 통해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했다.

두산은 박치국이 부진했던 작년 시즌 마운드로 돌아온 최원준이 1승 2패 1세이브 4홀드 2.65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을 때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한 예비선발 1순위 후보다. 1군에서 풀타임 전문 불펜 투수로 활약할 수 있는 잠수함 투수는 팀 내에서 박치국이 유일하다는 뜻이다. 어느덧 프로 4년 차가 된 박치국이 두산 불펜의 '잠수함 에이스'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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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두산 베어스 오재일 박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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