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내야수 유민상 선수

KIA 타이거즈 내야수 유민상 선수 ⓒ KIA타이거즈


 
KBO리그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11회)에 빛나는 KIA 타이거즈의 마지막 우승은 2017년이었다. 당시 KIA는 2016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주찬이 1루수로 변신해 타율 .309 12홈런 70타점 78득점 9도루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김주찬은 2018년에도 타율 .340 18홈런 93타점 71득점 8도루의 성적으로 30대 후반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맹활약을 이어갔다.

김주찬은 입단 동기 이범호가 시즌 중에 은퇴를 선언한 작년 시즌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하며 100경기에서 타율 .300 3홈런 32타점으로 주춤했다. 2014년부터 이어온 6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 기록은 힘들게 이어 갔지만 홈런과 타점은 부상으로 47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다. 박흥식 감독대행이 김주찬이 이탈한 사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1루 후보들을 실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주찬은 작년 12월 왼쪽 허벅지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김주찬은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며 2월 스프링캠프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불혹의 나이를 고려할 때 풀타임 1루수로 활약하기엔 무리가 있다. KIA는 올 시즌 김주찬의 자리를 대체할 새 1루수 요원을 찾아야 하는데 맷 윌리엄스 감독은 프로 9년 차의 '대기만성 1루수' 유민상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에서도 kt에서도 자리 잡지 못한 만년 유망주

유민상은 유승안 전 경찰 야구단 감독의 차남이자 올해부터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우완 투수 유원상의 동생으로 먼저 알려졌다. 형 유원상은 천안 북일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에이스'로 불리며 5억 5000만 원의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받고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유민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전체65순위)로 지명됐을 만큼 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유민상은 2012 시즌이 끝난 후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당시 일부 야구팬들은 프로에서 실적이 거의 없는 유민상의 경찰 야구단 입대가 아버지의 뒷배경 때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유민상은 2014년 91경기에서 타율 .350 12홈런 75타점의 뛰어난 성적으로 퓨처스리그 타점왕에 오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유민상은 전역 후 두산의 좌타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2015년 두산에는 김현수(LG트윈스), 오재일, 정수빈, 최주환, 오재원 등 뛰어난 좌타자들이 즐비했다. 유민상은 그 해 8월15일 SK 와이번스전에서 8회 결승 홈런을 때렸지만 15경기에서 타율 .263 1홈런6타점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유민상은 2016년에도 한 번도 1군에 오르지 못하다가 그 해 5월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kt는 유민상에게 '약속의 땅'이 되는 듯했다. 신생구단이었던 kt는 두산에 비해 선수층이 얇을 뿐 아니라 주전 1루수였던 김상현이 불미스런 일로 팀에서 이탈하면서 1루 자리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후 kt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한 유민상은 2016 시즌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282 4홈런 37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타고투저 시대에 아주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유민상에게는 프로 입단 5년 만에 올린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유민상은 kt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유민상은 201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적한 멀티 플레이어 오태곤과 두산 시절 동료였던 윤석민에게 1루 자리를 빼앗기며 1군에서 단 15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유민상은 퓨처스리그에서 .367의 타율로 남부리그 타율 1위를 차지했지만 서른을 앞둔 유민상에게 퓨처스리그 성적은 큰 의미가 없었다. 결국 유민상은 2017년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다.

작년 시즌 통해 보여준 가능성, 올해 터트릴 수 있을까

하위 라운드로 지명 받았다가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 새 팀에서도 1,2군을 전전하다가 2차 드래프트로 다시 이적. 유민상의 프로 입단 후 행보는 전형적으로 1군 선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여러 팀을 떠돌아 다니는 '저니맨'의 행보와 같았다. 유민상은 디펜딩 챔피언 KIA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어 보려 했지만 김주찬, 나지완 같은 선배들에게 밀리며 2018 시즌 31경기에서 타율 .271 3홈런 14타점에 그쳤다.

유민상은 작년 시즌에도 KIA의 주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주찬의 손가락 부상과 이범호의 시즌 중 은퇴, 제레미 해즐베이커의 조기 퇴출 등 KIA타선에 크고 작은 변수들이 생기면서 유민상도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1루수와 지명타자, 왼손 대타를 오가며 61경기에 출전한 유민상은 타율 .291 5홈런 26타점으로 kt시절이던 2016년을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김주찬이 스프링캠프에 불참할 때만 해도 올 시즌 유민상의 주전 입성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KIA는 지난 1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루 수비가 가능한 장영석을 영입했고 김주찬 역시 빠른 회복 속도로 스프링캠프에 중도합류했다. 경쟁자가 늘어나 힘들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작년 시즌 중반에 보여준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유민상도 1루수 주전다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유민상과 자주 비교되는 선수는 바로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서용빈(SPOTV 해설위원)이다. 두 선수는 정교한 타격과 준수한 수비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장타력이 떨어져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위 라운드에 지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서용빈이 루키 시즌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 반면에 유민상은 여러 팀을 전전하며 아직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직 유망주의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유민상은 올해로 대졸 9년 차에 한국 나이로 32세가 된 중견 선수다. 나이로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체결한 김선빈과 동갑이고 연차로는 NC다이노스의 간판스타 나성범, SK의 선발 투수 문승원 등과 같다. 올해도 1군 선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유민상의 긴 선수생활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월 결혼해 가장이 된 유민상의 올 시즌 1루 도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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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유민상 1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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