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손흥민

토트넘 손흥민 ⓒ AFP/연합뉴스

 
토트넘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손흥민은 징계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토트넘은 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FA컵 64강전에서 미들즈브러와 고전 끝에 1-1로 간신히 비겼다. 2부리그 16위에 자리한 미들즈브러를 압도하지 못한 토트넘은 다시 재경기를 치러야 하는 체력적 부담을 안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첼시와의 홈경기 당시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보복설 발길질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손흥민이 빠진 기간 토트넘은 1승 1무 1패로 저조했고 설상가상 주포 해리 케인까지 햄스트링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최전방에 내세워 케인의 빈 자리를 메우려고 했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전 감독 시절에도 케인이 빠졌을 때 종종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기에 낯선 자리는 아니었다. 징계로 박싱 데이를 건너 뛴 만큼 체력도 회복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들즈브러전에서 '원톱 손흥민'의 전반적인 활약상은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초반에는 특유의 빠른 돌파와 공간 침투를 앞세워 상대 문전을 위협했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최전방에서의 존재감은 점점 얕아졌다. 알리-모우라 등과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흔들려고 했지만, 전력상 열세인 미들즈브러가 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두텁게 세운 탓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5분 미들즈브러 애슐리 플레처에게 선제골까지 내주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손흥민이 공격수 역할을 맡더라도 해리 케인같은 '정통 9번형 스트라이커'에는 걸맞지않는다는 것만 확인했다. 손흥민은 2선에서 전방으로 파고드는 공간 침투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에 강점이 있지만, 문전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볼을 지켜내거나 제공권을 노리는 플레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손흥민이 원래 몸싸움을 즐겨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날 공중볼 싸움에서 헤딩 경합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아쉬웠다. 습관적으로 페널티박스 밖으로 빠져나와 공을 받으려고 했던 것도 문제였다. 이러다보니 동료들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려주고 싶어도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

물론 손흥민만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손흥민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술적으로 많은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손흥민이 과거에 케인이 없을 때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경기에서도 몸싸움이나 포스트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많지 않았다.

손흥민이 공격수로서 득점을 노리는 패턴은 주로 역습 상황에서의 '치달'이나 문전밖에서 기습적인 중거리슛 등으로 이루어졌다. 손흥민의 약점인 제공권과 몸싸움은 페르난도 요렌테같은 장신 공격수들과 조합을 세운 투톱 전술로 보완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요렌테가 이적하면서 토트넘은 공격진에 별다른 선수 보강이 없었다. 올시즌 현재 토트넘 1군에 정통 스트라이커는 케인 한 명 뿐이었다. 모리뉴 감독은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이나 모우라, 라멜라, 알리같이 2선 자원들을 공격수로 세우는 변칙 운용에 의존하고 있다. 미들즈브러전에서 상대의 밀집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벤치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하여 내보낼만한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다. 모리뉴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문제삼기 이전에,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정상권을 노리는 클럽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선수층이 빈곤한게 현실이다.

더구나 토트넘의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케인의 공백이나 손흥민의 부진이 아니다. 토트넘은 이날도 무실점 경기에 실패하며 또다시 클린시트에 실패했다.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12경기중 번리전(5-0)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매 경기 실점(19골)을 허용중이다. 특히 최근 5경기 연속 선제실점을 먼저 허용하며 상대를 따라잡기에도 급급한 모습이다.

세세뇽, 오리에 등 풀백 자원들이 공수 양면에서 기복이 심하고, 에릭 다이어의 부진으로 마땅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도 없는 실정이다. 모리뉴 감독 부임 초기에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실점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박싱데이를 전후하여 손흥민의 퇴장 공백과 케인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이어지며 공격도 더 이상 날카롭지 않다. 감독교체 이후 첫 한달간 순항하던 모리뉴 감독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케인의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 또한 겨울 이적시장이 마감하기 전에 수비와 공격에서 대체선수들을 보강하는 것도 시급하다. 토트넘은 현재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과 FA컵-챔피언스리그 16강전 등 경기들을 앞두고 최대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모리뉴 감독의 운명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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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원톱 토트넘보로 잉글리시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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