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2002 한일월드컵 세대'가 유니폼보다 양복이 더 어울리는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한 주 사이에 2명의 2002 세대-70년대생 출신 프로 감독이 탄생했다. 26일 K리그1 성남 FC가 김남일 신임 감독의 취임식을 가진데 이어 같은날에는 K리그2 경남 FC가 설기현 감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2002 멤버 중에는 역대 7, 8번째 프로 감독(임시 대행은 제외)이다.

김남일과 설기현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였다. K리그를 비롯하여 유럽 등 해외무대를 두루 경험했으며 현역 말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번갈아가며 대표팀 코치도 경험했다. 김남일 감독은 최근까지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설기현 감독은 성남의 전력강화부장을 맡아오고 있었다. 2002세대에서도 '젊은 피'에 속했던 김남일-설기현의 감독 승격은 한국축구의 지도자 세대교체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2002 멤버 23인은 2017년 현영민을 끝으로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다. 2002세대의 맏형이었던 황선홍이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가장 먼저 감독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6명이 프로-아마무대에서 지도자를 경험했거나 여전히 활약중이다. 특히 2019년 들어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에 뛰어들거나 새롭게 감독직에 취임한 인물도 상당수다.

2002세대는 지도자로서도 이미 한국축구에 적지않은 족적을 남겼다. 황선홍 감독은 2013년 포항의 더블(리그-FA컵 2관왕)을 이끌었고,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리그 우승과 FA컵, ACL 준우승 등을 이끌며 본인이 선수시절을 보냈던 친정팀에서 감독으로도 전설을 이룬 케이스다. 투병중인 유상철 감독은 올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의 극적인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윤정환 감독은 해외무대에서 더 주가를 높인 케이스다. K리그 울산 현대 감독을 맡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남기지 못한 반면 J리그에서 사간 도스-세레소 오사카를 이끌며 돌풍을 이끌었었다. 윤 감독은 태국 무앙통 사령탑을 거쳐 다음 시즌부터는 제프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J리그에 복귀했다. 선수는 아니지만 2002월드컵 당시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지휘봉을 잡으며 2년 만에 각종 대회에서 베트남 역사상 최고성적을 잇달아 경신하며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도 2002 세대의 활약이 돋보였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2009 U20월드컵 8강과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고, 최진철 감독은 2015 U17월드컵 대표팀을 맡아 16강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감독으로, 행정가로, 방송인으로의 길 걷는 2002년 멤버들

물론 화려한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황선홍 감독은 2018년 FC서울에서 사상 최악의 부진 속에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맞물리며 불명예 사임했고 올해 초에는 중국 프로축구 연변 푸더와 계약했으나 팀이 해체되어 졸지에 직장을 잃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황 감독은 다음 시즌 재창단을 앞둔 대전의 신임감독으로 내정되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으나 1년 만에 경질된 이후 휴식기를 거쳐 다시 FC서울에 복귀하며 팀의 재건을 위해 뛰고 있다. 최진철 감독은 2016년 포항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으나 성적부진으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2019년에는 이운재와 함께 중국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으나 최근 히딩크의 경질과 함께 물러났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2002세대가 배출한 지도자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이다. 런던올림픽의 후광을 등에 업고 A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으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의리축구' 논란까지 겹치며 몰락했다. 이듬해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잡기도 했으나 팀의 2부리그 강등을 막지 못했고 이후로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복귀하여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02 멤버 중 김남일-설기현을 비롯하여 프로 감독 경험이 있는 인물은 이제 8명으로 이중 현역은 6명이다. 여기에 아마추어와 실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조금 더 많다. 차두리가 최근 12월 5인 FC서울 U-18인 오산고의 감독으로 내정되었고, 김태영 전 수원 삼성 코치가 K3리그에 해당하는 천안시청의 감독직을 맡게 됐다.

일부는 현역 코치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이을용은 2018년 서울 감독대행을 거쳐 올시즌에는 제주의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최성용과 최은성은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 최강희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최태욱은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이민성은 김학범 감독의 U23 대표팀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몇몇 스타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도자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축구계와 가까이 있다. 이천수는 친정팀 인천의 전력강화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2002멤버 중 유일하게 현장이 아닌 구단 프런트에서 활약중이다. 이영표와 현영민은 방송 해설자로 친숙하다. 박지성은 은퇴 후 맨유의 엠버서더를 거쳐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을 잠시 역임했고 현재는 행정가로서의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김병지와 송종국은 최근 축구 콘텐츠 관련 유튜버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은퇴 선수의 새로운 진로를 보여주고 있다.

안정환은 특이하게도 2002 멤버 중 사실상 유일하게 '전문 방송인'으로 성공한 사례다. 안정환은 <편애중계>,<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진행능력과 입담을 선보이며 스포테이너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중계 해설과 축구예능 <청춘FC>, <뭉쳐야찬다>의 감독직을 맡는 등 방송인으로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축구인으로서의 연결고리와 정체성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2002 세대는 한국축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경험하며 영욕을 함께한 이들이다. 그들이 선수로서 한 시대를 이끌면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는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를 위해 다시 발휘해야할 시기가 왔다. 과거와는 또 달라진 축구 트렌드와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한국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함께 고민해야할 의무가 있다. 어느덧 황금세대에서 기성세대로 진화한 2002멤버들은 지도자로서도 '존경받는 어른'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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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세대 김남일설기현감독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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