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KBO리그에서 화제가 된 소식이 있다. 최근 KBO리그 단장들이 회의를 통해 KBO리그의 포스트 시즌 제도를 일부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변경된 안은 추후 구단 대표이사들이 참석하는 KBO리그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2020 시즌부터 시행될 수 있다.

포스트 시즌 제도를 개편하는 이유는 순위 대결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상위 5팀의 순위가 대략 확정되고 난 뒤 다른 남은 경기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더 좋을 경우 포스트 시즌에서 더 큰 어드밴티지를 따낼 수 있을 전망이다.

늘어나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 일정 변경되는 한국 시리즈

우선 포스트 시즌의 첫 번째 라운드인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개편된다. 기존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정규 시즌 4위 팀에게 1승을 얹은 상태에서 2전 2선승제로 치러졌다. 5위 팀은 2경기 중 1경기라도 무승부가 날 경우 바로 탈락하는 벼랑 끝에서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2020 시즌부터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늘어난다. 2선승제에서 3선승제로 확대되기 때문에 4위 팀에게 1승을 얹어준다고 해도 최대 4경기까지 치르게 된다. 5위 팀에게는 1경기를 패하더라도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3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짊어진다.

한국 시리즈는 일정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2017년 포스트 시즌부터 잠실 야구장 중립 경기장 규정이 폐지되면서 정규 시즌 1위 팀이 1,2,6,7차전 4경기를 홈에서 치를 수 있는 어드밴티지로 고정된 상태였다.

일단 중립 경기장 규정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1위 팀의 홈 어드밴티지가 4경기에서 5경기로 늘어난다. 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3차전과 4차전 2경기만 홈에서 치르고 정규 시즌 1위 팀은 1,2차전을 홈에서 치른 후 나머지 5,6,7차전을 연달아 홈에서 치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일정 자체는 기존에 중립 경기장 규정이 시행될 때로 돌아간다. 1차전과 2차전을 연속으로 치르고 하루 휴식, 3차전과 4차전을 치르고 하루 휴식, 그리고 나머지 3경기를 연속으로 치르는 방식이다. 잠실 중립 경기장 규정이 있을 때는 정규 시즌 1위 팀에게 5차전과 7차전을 홈에서 치를 자격이 주어졌는데, 이제는 3경기 연속 홈에서 치를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준PO와 PO도 경우에 따라 상위 팀 1승 추가 가능

한국 시리즈에서 정규 시즌 우승 팀의 홈 어드밴티지가 강화된 것처럼,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상위 팀의 홈 어드밴티지가 조건부로 강화될 예정이다. 정규 시즌 2위 팀과 3위 팀이 각각 바로 윗순위 팀과의 승차를 2경기 이내로 시즌을 마칠 경우, 경기장 어드밴티지에 1승을 더 얹어서 시작하는 방식이다.

정규 시즌 1~3위의 순위가 지난 2019 시즌처럼 촘촘한 승차로 끝나게 될 경우 이 모든 홈 어드밴티지를 적용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의 5차전을 생략할 수 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은 승차와 관계 없이 4위 팀에게 무조건 1승을 얹고 시작한다.

상위 팀에게 1승 추가 어드밴티지를 적용할 경우 상위 팀의 경기장에서 1차전과 2차전을 치르며, 하위 팀의 경기장에서 3차전과 4차전을 치른다. 만일 1승을 얹고 시작하는 상위 팀이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하면, 상대 팀의 경기장으로 가기 전에 시리즈를 끝낼 수 있다.

정규 시즌에서의 1승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의 1승은 그 몇 배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금의 계단형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포스트 시즌에서 한국 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한 다른 팀들이 한국 시리즈에서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려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최대한 빨리 시리즈를 끝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이럴 때 1승을 얹고 시작해서 시리즈를 빨리 끝내는 것이 체력 비축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한국 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하는 다른 팀들은 정규 시즌 1위 팀과의 승차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 바로 윗순위 팀과의 승차를 어떻게든 2경기 이내로 만들어야 1승을 얹을 수 있다.

흥미진진한 순위 경쟁, 하위권 팀들도 분발해야

이렇게 되면 상위권 팀들이 시즌 막판까지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었지만, 이제 그럴 여유는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하위권 팀들이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된 하위권 팀들은 시즌 막판에 리빌딩 차원에서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경기 경험을 쌓아가는 유망주들은 패기는 있지만 그 기량 활용에 미숙하여 경기력이 밀리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하위권 팀들은 팀 사정에 관계 없이 져주기 경기를 한다고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시즌 막판까지 주전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게 되면, 장기적인 육성 계획과 다음 시즌 계획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포스트 시즌과 관계 없는 하위권 팀들도 확실한 계획을 갖고 시즌을 치러야 한다. 미래 자원들에게 경기 출전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무기력하게 패하며 상대 팀들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상위권 팀들도 계산이 복잡해진다. 2위 팀의 플레이오프 1승 추가 어드밴티지를 막기 위해 3위 팀은 2위 팀과 맞붙었을 때 최대한 경기를 많이 이겨야 한다. 2위 팀 역시 한국 시리즈를 위해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을 아껴야 하는 만큼, 정규 시즌 막판까지 1위 팀을 전력으로 추격해야 한다. 동시에 3위 팀과의 경기에서는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

정규 시즌 1위 팀도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순위 팀들의 포스트 시즌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그 만큼 상대 팀의 전력들을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동시에 하위권들이 체력을 그 만큼 더 소진하니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규 시즌 1위 팀은 2위권과의 승차를 최대한 많이 벌리기 위해 정규 시즌 막판까지 전력을 다해 달려야 한다. 만일 2위 팀이 1승을 안고 플레이오프를 시작하여 2경기 만에 플레이오프를 끝낼 경우, 1위 팀은 어드밴티지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정규 시즌 상위 팀에게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것은 정규 시즌 성적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 시즌 라운드마다 승률이 높은 팀이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가며, 와일드 카드 진출 팀들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라는 단판 승부를 추가로 치러야 한다.

상위 팀에게 1승을 주는 어드밴티지는 일본의 포스트 시즌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NPB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2위 팀과 3위팀이 대결하고, 이 스테이지의 승리 팀이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리그 1위 팀을 만난다. 각 리그에서 이 스테이지를 승리하는 팀이 일본 시리즈를 치른다.

그런데 퍼스트 스테이지(3전 2선승제)는 3경기 모두 리그 2위 팀 경기장에서 치르는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 파이널 스테이지는 리그 1위 팀들에게 1승을 부여한 상태에서 6전 4선승제를 치르는데, 이 6경기를 휴식일 없이 모두 1위 팀의 경기장에서만 치른다.

사실 이는 NPB가 정규 시즌 리그 1위 팀에 대한 가치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정규 시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1위 팀들에게 포스트 시즌에서 조금이나마 어드밴티지를 더 주기 위하여 디비전 시리즈 상대 팀인 와일드 카드 팀들에게 1경기를 더 치르게 하는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상위 팀들에게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것은 시즌 막판까지 다른 팀들의 순위 경쟁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걸로 보인다. 일단 이 포스트 시즌 개정안은 추후 열리는 KBO리그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 여부가 가려진다. 흥행 회복을 목적으로 10구단 단장들이 의견을 냈다고는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게 되면 이해 관계에 따라 갈라서게 된다. 과연 포스트 시즌 개정안이 시행될지, 아니면 기존의 틀이 유지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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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제도 제도개편안 홈어드밴티지 적극적경쟁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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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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