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안토니오 홈페이지

샌안토니오 홈페이지 ⓒ 화면캡처


 
2019-2020 시즌 NBA 최대 이변은 바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몰락이다. 2014-2015 시즌부터 2018-2019 시즌까지 5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해 3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10년대 중·후반의 절대강자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30경기에서 단 6승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이자 NBA 30개 구단 중 애틀랜타 호크스와 함께 공동 꼴찌에 해당하는 끔찍한 성적이다.

사실 골든스테이트의 추락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예고돼 있었다. FA 자격을 얻은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가 팀을 떠났고 무릎수술을 받은 클레이 탐슨도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복귀가 쉽지 않다. 여기에 '황금전사군단의 자존심' 스테판 커리마저 시즌 개막 후 4경기 만에 손바닥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이탈했다. G-리그(마이너리그)에나 어울릴 법한 신예들로 시즌을 치르는 골든스테이트의 부진한 성적은 사실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NBA팬들은 골든스테이트의 몰락 만큼이나 이 팀의 부진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1997-1998 시즌을 시작으로 무려 22시즌 동안 .570 이상의 승률을 놓치지 않았던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이번 시즌 11승 17패로 3할대 승률(.393)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아성이 함락될 위기에 놓여 있다.

'명장' 포포비치 감독의 시스템으로 만든 5번의 파이널 우승

1994년 샌안토니오의 단장에 부임한 포포비치 감독은 1996-1997 시즌 팀의 기둥이었던 데이비드 로빈슨이 6경기 만에 시즌 아웃되는 큰 부상을 당하자 밥 힐 감독을 해임하고 직접 스퍼스의 감독에 부임했다. 그리고 천운을 타고난 포포비치 감독은 199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NBA역사상 최고의 파워 포워드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팀 던컨을 지명했다.

던컨과 로빈슨으로 구성된 최강의 트윈타워를 구축한 샌안토니오는 1997-1998 시즌 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고 2018-2019 시즌까지 한 번도 플레이오프를 거른 적이 없다. 샌안토니오는 1998-1999 시즌 창단 첫 파이널 우승 이후 팀의 무게중심이 로빈슨에서 던컨으로 넘어갔고 로빈슨은 더 이상 '해군제독'의 위용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마누 지노빌리와 토니 파커라는 젊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진정한 전성기를 맞았다.

샌안토니오는 로빈슨의 은퇴 시즌이었던 2002-2003 시즌부터 2006-2007 시즌까지 5시즌 동안 세 번의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NBA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연속 시즌 우승이 없었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샌안토니오는 2003년 뉴저지 네츠, 2005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2007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팀 던컨이 2003, 2005년 파이널 MVP에 선정됐고 2007년엔 토니 파커가 파이널 MVP 계보를 이어 받았다.

4번째 우승 이후 코비 브라이언트의 두 번째 전성기와 NBA 슈퍼팀 결성 유행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던 샌안토니오는 2013-2014 시즌 7년 만에 5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샌안토니오는 파이널에서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로 이어지는 빅3를 구축한 마이애미 히트를 4승 1패로 가볍게 꺾었다. 그리고 제임스를 효과적으로 막은 2년 차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는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2013-2014 시즌 5번째 우승을 끝으로 던컨과 지노빌리, 파커로 이어지는 '빅3 시대'를 마감한 샌안토니오는 2017-2018 시즌 새 에이스 레너드와의 불화로 큰 위기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에이스의 부상 및 부진과는 별개로 포포비치 감독의 '시스템'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샌안토니오는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과 18시즌 연속 시즌 50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며 NBA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인정 받았다. 

장기 부상 선수 없음에도 하위권 전전, 포포비치 신화 마감?

샌안토니오는 작년 여름 팀의 레너드와 토론토 랩터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더마 드로잔이 포함된 대형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스퍼스는 전통적으로 조용한 여름을 보내는 팀이다. 이번 시즌 역시 루디 게이와 재계약하고 더마레 캐롤을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드로잔과 라마커스 알드리지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보유한 만큼 기존의 시스템을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포포비치 감독의 시즌 플랜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의 성적은 포포비치 감독의 계획과는 크게 어긋나고 있다. 샌안토니오는 시즌 개막 후 22일(이하 한국시각)까지 28경기를 치른 현재 11승17패로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서부컨퍼런스의 중위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샌안토니오가 2005-2006 시즌을 끝으로 13년 동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한 새크라멘토 킹스(12승17패)에게도 순위가 뒤져 있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28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샌안토니오 전력에 이렇다 할 전력 공백이 없다는 점이다. 샌안토니오는 주력 선수 중 알드리지가 지난 12월 초 넓적다리 부상으로 2경기에 결장했고 무릎부상에서 돌아온 디욘테 머레이가 3경기에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큰 전력 공백이 없다. 그럼에도 원투펀치 드로잔(20.7득점)과 알드리지(18.6득점 7.3리바운드) 모두 토론토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시절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서부 컨퍼런스 8위 포틀랜드(14승16패)와의 격차가 2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험이 풍부한 샌안토니오가 한두 차례만 상승흐름을 타면 충분히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오를 수 있다. 물론 공동 12위 멤피스 그리즐리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이상 11승19패)와의 승차 역시 1경기 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샌안토니오는 현재 언제든 중위권으로 올라갈 수도, 최하위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미국 4대 스포츠(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를 통틀어 한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 연임 중인 현역 감독 포포비치는 시련을 극복하는 노하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하지만 감독 커리어 내내 강 팀으로 군림했던 샌안토니오를 이끌었던 포포비치 감독은 한 번도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을 중위권으로 끌어 올렸던 경험은 거의 없다. 무려 23년 만에 닥친 샌안토니오의 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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