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LG-부산 kt 경기에서 kt 허훈이 LG 김시래의 밀착 마크를 제치며 골밑으로 대시하고 있다.

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LG-부산 kt 경기에서 kt 허훈이 LG 김시래의 밀착 마크를 제치며 골밑으로 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프로농구에서 가장 화제인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허훈(부산 KT)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프로농구 3년차인 허훈은 경기당 16.5점, 7.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국내 선수 득점 부문과 전체 어시스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3점슛도 평균 2.23개로 3위다.

허훈의 맹활약에 힘입어 KT의 팀성적도 상승세다. 2라운드 중반까지 6승 9패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KT는 최근 파죽의 7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선두 서울 SK에 이어 단독 2위까지 급부상했다. KT의 7연승은 2010-11시즌 이후 약 9년 2개월만이다.

허훈의 데뷔 첫 시즌(2017-18시즌)만 해도 리그 꼴찌에 불과했던 KT는 지난 시즌 5년만의 6강 진출에 이어 이제는 더 높은 곳을 기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어느덧 KT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허훈의 성장세가 있다.

허훈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친형인 허웅(원주 DB)과 함께 '농구대통령' 허재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일찍 유명세를 얻었다. 기대에 걸맞게 대학생 시절부터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되는가 하면,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히 1순위까지 차지하면서 엘리트 코스만을 밟았다.

하지만 허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허훈의 농구인생에 항상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선발을 둘러싸고 허훈과 허웅은 나란히 '부자 발탁'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허재 감독이 팬들의 여론과 기술위의 충고까지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선수선발을 강행한 것도 문제였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한창 민감한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은 당사자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우승에 실패한 이후 허재 감독은 결국 불명예스럽게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신스틸러 역할 톡톡히 한 허훈

비록 시행착오의 시간을 겪었지만 허훈은 이후로도 흔들리지 않고 착실하게 성장했다.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2019년 FIBA 농구 월드컵 본선에 당당히 선발되며 더이상 아버지의 후광 없이도 대표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이번에도 출전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한국농구에 25년 만의 세계무대 1승을 선사한 코트디부아르와의 순위 결정전에서는 모처럼 16득점을 올리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프로농구에서 당당히 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자신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이미 1라운드 MVP에 선정된 것을 비롯하여 10월 19일 LG전에서 32득점으로 개인 최다득점 신기록을 작성했고, 하루 뒤 원주 DB전에서는 2경기 연속 30점 득점과 함게 3점슛 9개를 연속으로 꽂아넣는 진기록(역대 2번째)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허훈은 12월 3일 삼성전부터 지난 14일 창원 LG전까지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7어시스트 이상을 기록중이다. 최근의 인기와 활약상을 반영하듯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본인의 이름만으로 당당히 '홀로서기'를 이뤄냈다고 할 만하다.

허훈의 성장이 긍정적인 것은, 프로 데뷔 초기 약점으로 거론되던 중장거리 슈팅의 기복과 수비 능력이 개선되면서 '듀얼 가드'로서의 능력이 만개했다는 데 있다. 양동근과 김선형 이후 공격력과 리딩을 모두 겸비한 정상급 듀얼가드의 출현은 오랜만이다. 비록 허재나 허웅에 비하여 신장은 작지만 체격조건이 탄탄하고 밸런스가 좋아서 가드로서 기본기는 이미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특히 허훈만의 최대 장점은 역시 승부처에서의 강심장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결정적인 공격시도를 즐기거나, 자신보다 큰 선수와의 미스매치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근성은, 형인 허웅보다도 오히려 허재의 장점을 더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선수답게 어디서나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감정 표현이 분명한 모습도 오늘날의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스타성이다.

허훈이 지금같은 활약상을 이어갈 경우, MVP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지만 국내 선수 득점과 어시스트 양대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사례는 아직 없다는 점에서 허훈의 성적은 주목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가드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역대 총 24명의 정규시즌 MVP 중 14명(공동 수상 포함)이 가드였다. 특히 역대 KBL을 호령한 일급 포인트가드들에게 MVP는 반드시 한 번 이상 거쳐가는 통과의례와 같았다. MVP 도전은 허훈이 KBL의 위대한 전설로 남은 선배들과 같은 반열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별로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가드의 계보가 있다. 60년대생에는 허재와 강동희가 있었고, 70년대에는 이상민, 김승현, 주희정, 신기성 등이 배출되었으며, 80년대에는 양동근과 김선형이 나왔다. 그리고 또 한 번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농구에서 앞으로 '90년대생'을 대표하는 한 자리를 논할 때 현재로서는 허훈의 이름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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