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의 정규 2집 < Purpose >

태연의 정규 2집 < Purpose > ⓒ SM 엔터테인먼트

 
누구에게나 '믿고 듣는 가수' 한 명은 있을 것이다. 음원 사이트에 신곡이 업데이트되었을 때, 주저 없이 클릭을 유도하는 이름 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수 태연은 '신뢰의 이름'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가요팬들의 입장에서, 맑은 음색과 풍부한 표현력을 갖춘 가수를 거부할 이유는 몇 되지 않는다. 태연이 처음 대중과 인사를 한 것도 어느새 12년 전의 일이다. '다시 만난 세계'의 고음 부분을 소화하는 모습은 가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할래 모음'으로 정리된 짧은 영상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순간 따스하게 감겨오네. 모든 나의 떨림 전할래!' 
- 다시 만난 세계(2007) 중


소녀시대는 원더걸스, 빅뱅 등과 함께 아이돌의 르네상스를 열어젖힌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지금 아티스트 태연을 말하는 데에 있어 '소녀시대'라는 수식어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소녀시대를 부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태연이 솔로 뮤지션으로서 자리매김한 영역이 뚜렷하다는 것.

지금 태연이 받고 있는 신뢰는, 뮤지션으로서 견지해 온 부지런한 태도에 근거한다. 여기서 '부지런하다'는 단순히 작업물의 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폭을 끊임없이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첫 솔로 앨범부터 편견을 깼다.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내세운 'I'를 시작으로, 장르적인 실험을 거듭했다. 

타올라라, 꺼지지 않게

지난 10월 말 발표된 태연의 두 번째 정규 앨범 < Purpose >은 한 달째, 차트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앨범 발표에 앞서 지난 3월 공개된 '사계'에서부터 변화는 감지되었다. 사랑이 주는 설렘이나 슬픔이 아닌, 회의와 권태를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듣고 보니, '사계'와 'Blue'는 정규 앨범의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문을 여는 'Here I Am'은 훌륭한 인트로다. 웅장한 스트링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보컬이 귀를 사로잡는다. 타이틀곡 '불티'에는 자기 확신과 결연함이 묻어 있다.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처럼 둔중한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데, 다소 예스러운 가사는 오히려 청년들을 위한 '동기 부여 송'처럼 들리기도 한다. '추락 따윈 의미 없다'라고 선언하는 'Find Me'에서도 결연한 태도는 유지된다.

섹슈얼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하하하(LOL)', 히치하이커의 섬세한 편곡이 두드러지는 'Better Babe' 역시 이 앨범에서 놓칠 수 없는 감흥의 순간이다. 'City Love'나 'Do You Love Me'처럼 재즈의 세례를 받은 곡들은 분위기의 전환을 시도한다. 뻔한 곡은 잘 보이지 않고, 표현에 생동감이 있다. < Purpose >는 아이돌 보컬이라는 범주를 넘어, 동세대 최고의 가요 보컬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무대라 할 만하다.

최근 방영된 '비긴 어게인 3'나 '놀라운 토요일' 등을 제외하면, 그녀를 방송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순위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연장을 선호하고, SNS를 통한 직접적인 소통을 즐긴다.  

'인생의 낙이 무엇이냐'는 한 팬의 질문에 태연은 '내일에 대한 기대'라고 대답했다. 노을과 달, 해가 매일 다르듯, 우리는 매일매일 다른 날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 태연의 대답이었다. 태연의 음악 인생 역시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아티스트 태연은 하루가 다르게 자신 안의 불티를 끊임없이 태우고 있다.
태연 불티 태연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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