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은 KCC 전창진 감독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전창진 감독이 눈을 감고 있다.

▲ 눈 감은 KCC 전창진 감독 지난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 KCC 전창진 감독이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올시즌 KBL의 '슈퍼팀'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주 KCC의 행보가 예상보다 저조하다. KCC는 지난 11일 대형 트레이드를 통하여 국가대표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는 2대 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트레이드 전까지 8승 5패로 상위권을 유지하던 KCC는 정작 트레이드 이후로는 1승 3패에 그치며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홈 대결에서는 64-90으로 대패했다. 26점차 패배는 올시즌 KCC의 최다점수차 패배였다.

KCC는 이대성의 컨디션 난조에 이어 찰스 로드도 종아리 부상으로 당분간 전력에 포함시키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라건아도 경기에 출전하고 있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 이전까지는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모션 오펜스를 통하여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최근에는 조직력이 무너지며 정체된 농구를 하고 있다. 그나마 제몫을 다해주던 송교창과 이정현의 슛 밸런스까지 흔들리는 부작용까지 나오고 있다. 첫 1~2경기에서 부진할 때만 해도 팀 개편에 따른 적응기로 여겼던 팬들도 최근에는 KCC의 경기력에 갈수록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리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NBA(미국 프로농구) 명문팀으로 꼽히는 LA 레이커스의 2012~13시즌이다. 당시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비롯하여 스티브 내쉬, 드와이트 하워드, 파우 가솔 등이 뭉친 슈퍼스타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주축 선수들의 엇박자와 줄부상 속에 PO 1라운드 탈락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1998-99시즌의 휴스턴 로케츠도 슈퍼팀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하킴 올라주원과 찰스 바클리에 스카티 피펜까지 가세하며 이름값으로는 역대급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정작 세 선수 모두 당시 30대 중반을 넘기며 전성기가 지난 상황이었다. 우승 반지가 절실했던 바클리는 피펜의 합류 소식을 듣고 은퇴까지 취소하며 잔류했으나 팀이 시즌내내 엇박자를 그리면서 오히려 피펜과 갈등만 깊어졌다. 휴스턴은 그해 PO 1라운드에 탈락하고 피펜이 포틀랜드로 이적하면서 슈퍼팀은 한 시즌만에 무너졌다.

KBL에서도 슈퍼팀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의외로 많다. 1998-99시즌 신생팀 청주 SK(현 서울)는 당시 국내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던 서장훈(신생팀 특별지명)과 현주엽(신인드래프트 1순위)을 동시에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일약 프로농구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두 선수는 휘문중고교 1년 선후배 간으로 사적으로도 돈독한 사이였다.

하지만 정작 프로무대에서 두 선수의 호흡은 생각보다 잘 맞지 않았다. 고교 시절만 해도 전천후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현주엽은 고려대 시절부터 사실상 빅맨으로 자리잡았고, 이미 국내 최정상급 센터로 성장한 서장훈과 역할과 동선이 겹치게 됐다. 대학 시절부터 경쟁해온 라이벌이자 소속팀의 에이스 역할에 익숙해져있던 두 선수간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경쟁도 있었다. 결국 1998-99시즌 SK는 19승 26패, 8위에 그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하는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이듬해인 1999-00시즌에도 두 선수의 공존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당시 최인선 감독은 과감하게 현주엽을 광주 골드뱅크로 트레이드하고 슈터 조상현을 영입하며, 서장훈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내외곽의 밸런스를 맞춘 SK는 그해 대전 현대(현 전주 KCC)의 3연패를 저지하고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2007-08시즌에 KCC는 당시 삼성에서 FA로 풀린 서장훈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기존의 이상민-추승균과 호화 라인업 구축을 꿈꿨다. 하지만 서장훈과 임재현을 잇달아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이상민을 삼성이 지명하며 졸지에 서장훈-이상민이 맞트레이드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연세대 시절에 이어 이상민-서장훈 콤비의 재결합을 기대했던 팬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두 선수가 다시 이별하는 모습을 봐야했다.

이듬해인 NBA 무대에서 복귀한 하승진이 신인으로 KCC에 가세했다. 서장훈과 함께 '한국농구 역대 최장신 트윈타워'의 등장에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1998-99시즌 SK 시절과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키는 크지만 지나치게 느리고 활동범위가 좁은 두 선수의 조합은, 높이의 장점보다 수비에서의 구멍이 더 두드러졌다. 개인기록에 집착하던 서장훈과,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하승진간 출전시간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KCC는 서장훈을 전자랜드로 트레이드하고 장신가드 강병현을 영입하며 트윈타워의 해체를 선택했다. KCC는 이후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플레이오프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10년전의 SK처럼 트레이드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2009-10시즌 서울 삼성은 당시 2년연속 준우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테렌스 레더를 중심으로 이상민-강혁-이정석의 호화 가드진, 장신슈터 이규섭까지 보유한 탄탄한 라인업이었다. 여기에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로 스타성과 기량을 겸비한 이승준까지 가세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볼소유욕이 강한 레더와 이승준이 좀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 화려한 공격에 비하여 이승준의 부족한 수비력과 전술 이해도도 삼성의 조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안준호 감독은 3년 계약 만료가 임박한 레더를 라이벌팀이었던 KCC로 이적시키고 마이카 브랜드를 영입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웠지만 팀은 별다른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전년도보다 못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이 시즌을 끝으로 안준호 감독은 사임하고 베테랑 이상민도 은퇴를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KBL 역사상 가장 용두사미로 끝난 슈퍼팀이 되고 말았다.

지금의 KCC는 올시즌이 끝나면 이대성이 FA자격을 얻게되고, 다음 시즌에는 라건아가 특별 드래프트에 나오게 된다. 간판스타 이정현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으며, 송교창은 슬슬 입대 시기를 고민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전력을 유지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우승을 위하여 야심찬 트레이드까지 단행하면서 '슈퍼팀'을 결성했지만 정작 '실패팀'이 될 위기에 놓인 전창진 감독과 KCC 구단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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