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 와일드카드에서 맞붙는 템파베이-오클랜드

AL 와일드카드에서 맞붙는 템파베이-오클랜드 ⓒ 정강민

 
돈은 많은 것을 해결해주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실생활에서도, 야구계에서도 이는 사례를 흔히 찾을 수 있는 명제다. 무제한적인 페이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제 비싼 선수들을 우승청부사로 여기는 풍토보다는, 연봉구조 적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성향들이 점점 강해져 가고 있다.

이젠 빅마켓으로 불리우는 팀들도 FA 선수 대신 팀 자체의 내실을 다지고 가성비를 올려줄 선수들을 우선하여 선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의 경우 스몰마켓의 성공에서 비롯되는 경우들이 많다. 캔자스시티의 2연속 월드시리즈 진출과 25년 만의 월드시리즈 제패, 그리고 2016 클리블랜드의 선전과 맞물린 불펜 가치폭등 현상처럼 말이다.

스몰마켓으로 불리는 오클랜드와 템파베이는 이런 흐름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팀들이다. 머니볼 신화를 이룩한 빌리 빈이 이끄는 오클랜드는 세이버매트릭스 흐름을 주도했으며, 템파베이가 내놓은 오프너 전략은 고육지책이든 전략의 선택이든 간에 여러 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부상했다.

각자 확고한 길을 걸어 빅마켓 강팀들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강한 행보를 추구해온 두 팀이 가을의 초입부터 맞닥뜨리게 됐다. 색깔 강한 자신들의 유니크한 야구를 좀 더 많이 보여줄 2019년의 '스몰 & 스마트' 팀이 단 한 경기에 승부를 보려 한다.

# 오클랜드-템파베이, 최강의 스몰마켓을 가린다!
 
 템파베이-오클랜드 주요 성적 비교

템파베이-오클랜드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오클랜드는 작년 타선의 새로운 리더 맷 듀오가 끌고 수비로 일을 내며 탄탄한 기초 위에 성과를 내며 가을야구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비록 오프너 작전이 시작하자마자 틀어지며 조기 퇴장을 당해야 했지만, 그 전력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며 탄탄대로를 달린 끝에 가을야구 기회를 또 얻었다. 비록 휴스턴을 이기는 데 실패했지만, 올해는 자신들의 안방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WC 1위 자리도 따냈다.

템파베이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잇몸야구를 넘어선 임플란트 야구로 더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양키스에게 이내 밀려버렸다. 그렇지만 6월에 한 번 삐끗한 작은 틈을 비집은 양키스의 신들린듯한 행보가 유독 빛났을 뿐 템파베이의 올시즌은 작년을 한 단계 더 넘어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이제 오프너 없이도 선발진을 꾸릴 정도로 뎁스도 확보했고, 선택한 선수들도 모두 흡족한 결과물을 안겨준 시즌이었다.

양 팀의 승차는 1경기, 상대 전적도 1경기 차였다. 템파베이는 홈/원정이 성적이 똑같을 정도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균질한 퍼포먼스를 장소에 펼쳤지만, 오클랜드에게는 홈 어드밴티지가 천군만마와도 같을 것이다. 양팀 구장이 각각 넓은 파울 지역(콜리세움), 인조 잔디+돔 천장 로컬룰(트로피카나)이라는 특수한 형태를 갖춘 것을 고려했을 때 오클랜드는 수비 적응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력측정 및 랭킹산정시스템인 ELO 레이팅 상에서도 오클랜드는 5위에 올라 8위인 템파베이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다. 비슷한 성적을 낸 팀과의 맞대결에서 홈 어드밴티지와 ELO 레이팅 상의 평가는 오클랜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 타선 분석
 
 템파베이-오클랜드 타선 비교

템파베이-오클랜드 타선 비교 ⓒ 정강민

 
오클랜드의 타선은 공-수 조화가 리그 전체로도 손꼽히는 타선이 됐다. 맷 올슨과 맷 채프먼 듀오는 파괴력과 준수한 수비능력으로, 유명한 핫코너 듀오 브리조(브라이언트-리조)도 넘어설 기세를 보였고, 마커스 시미언은 수비에서의 환골탈태에 이어 공격력이 만개해 공수겸장 유격수가 됐다. 여기에 작년에는 내-외야 간 불균형이 다소 있었지만, 칸하의 성장과 로리아노의 장타툴이 만개하며 격차를 많이 좁혔다. 

템파베이의 타선은 오스틴 메도스가 MVP 도전자로 활약해준 것이 큰 수확이었고, 얀디 디아즈와 브랜든 라우는 구단의 안목을 증명하는 기쁜 활약을 해줬다. 하지만 디아즈와 라우가 시즌 중후반부 부상으로 인해 오래 자리를 비웠다가 마지막 순간 복귀했으며, 메도스도 집중견제를 받다 보니 파괴력이 점점 떨어지고 말았다. 최지만과 팸, 가르시아 등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투했지만 타선은 리그 중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시즌 내내 보여준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이 나왔다. 템파베이가 화력에서 오히려 오클랜드를 앞섰던 것이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었을 템파베이는 대주자 전문 요원 조니 데이비스까지 영입하며 오클랜드를 흔들 수단들을 추가로 마련해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오클랜드는 템파베이의 스몰볼 강화에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루 저지도 자신이 있고(83허용 41저지(ML 2위) 33%(ML 5위)) 내야수비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비불안과 선수별 수비력 격차가 있는 템파베이의 빈 공간을 노리면서 동시에 큰 한 방을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 불펜 분석
 
 템파베이-오클랜드 불펜 비교

템파베이-오클랜드 불펜 비교 ⓒ 정강민

 
불펜에 좋은 선수를 갖추고 있는 두 팀답게 눈여겨볼 불펜투수들이 많다. 먼저 템파베이는 시즌 전에 데려온 에밀리오 파간, 시즌 중 마이애미에서 데려온 닉 앤더슨(라인 스타넥 반대급부)이 올해 닥터K의 능력을 뽐내며 경기 후반을 지워냈다. 여기에 '저니맨' 올리버 드레이크까지 승리 조에서 삼진 수집능력을 뽐내며 불펜의 미덕이라 불리우는 인플레이 억제와 볼넷 억제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오클랜드는 루 트리비노와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부진으로 끝나지 않고 시즌까지 조기에 마감짓는 불운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가 다른 선수로 잘 교체되었다. 유스메이로 페팃은 그간의 롱릴리프 이미지를 벗고 셋업맨으로 변신해 트리비노, 트라이넨의 부진을 커버했으며, 작년 DFA 아픔을 겪은 리암 헨드릭스는 이를 딛고 마무리투수 등극과 올스타 선정, 불펜 fWAR 1위 투수가 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승전조가 탄탄한 두 팀의 불펜이지만, 나머지 투수들의 뎁스는 템파베이 쪽에 더 우세함이 있다. 트리비노와 트라이넨이 빠진 부분이 뎁스에 타격을 준 것이 크다. 현재 승전조 셋 다음으로 믿을만한 투수는 웬델켄인데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더 많이 나온 투수고 선발유망주 루자르도와 퍽은 불펜에 등장하자 바로 구원진의 등불처럼 됐다.

반면 카스티요, 로, 포셰, 빅스, 키트릿지 같은 투수들이 대기하는 템파베이의 불펜은 모든 투수가 어느 타이밍에도 나설 수 있어야 하는 포스트시즌 불펜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거의 모든 주력 투수들이 오클랜드 타선에 한 번씩 기선제압을 당한 부분은 신경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 예상 선발투수
 
 템파베이-오클랜드 예상 선발투수 매치업

템파베이-오클랜드 예상 선발투수 매치업 ⓒ 정강민

 
오클랜드는 단판 승부라는 엄청난 중압감에 내세울 투수가 부재했다는 점이 고민됐던 팀이었지만, 최근 이를 해결한 것처럼 보인다. 바로 션 머나야가 장기부상을 떨쳐내고 5경기의 쇼케이스에서 어마어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베테랑 파이어스가 잘 이끌어왔지만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머나야가 화려하게 재등장해 추가동력을 얻었던 바 있다.

템파베이는 찰리 모튼을 내세운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구속이 증가한 선발투수로 회춘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튼에게 템파베이는 2년 3000만 달러라는 이례적인 거액 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또 대히트를 쳤다. 모튼은 여전히 나이를 거스르는 활약으로 사이영상 경쟁에도 참전해왔다. 16승을 거뒀으며, 2점대를 놓쳤지만 3점대 극초반의 성적으로 휴스턴에서 반등한 커리어를 떠나서도 잘 이어왔다.

예상된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모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동안 부상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줬고, 무엇보다 오클랜드를 상대로는 그 어떤 투수도 부럽지 않을 지배력을 보였다. 반면 머나야는 장기부상에서 돌아온 것부터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올해 나온 5경기에서 양키스 전을 제외하면 모두 시즌을 포기한 팀들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평가에 마이너스 요소가 있었다.

# 관전 포인트

오클랜드는 모튼을 상대하는 것이 최대 과제. 휴스턴 소속일 당시 기량을 만개한 모튼인데, 오클랜드도 그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모튼이 동부지구로 떠나면서 어려운 상대와의 대결이 줄어들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모튼을 상대로는 아예 제압을 당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트리비노와 트라이넨을 아예 못 쓰는 상황에서 대체할 선수들을 마련해 불펜 손실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자칫 마운드 운영에서 앞뒤로 불리한 상황에서 단판전을 치르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템파베이는 일단 가장 확실한 선발투수 모튼을 와일드카드에 내보냈다. 스넬과 글래스노가 이닝소화력에 제한이 있는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젊은 팀원들에게 더 깊은 가을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또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선수들이 많은 야수진이 중압감 큰 단판전에서 단단한 수비로 최고참 모튼을 도울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두 팀은 저마다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꽤 긴 시간을 감내하고 만든 팀이다. 하지만 스몰마켓의 한계로 이 팀들은 다저스처럼 장기적으로 전력을 보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강팀으로 남아있기에는 어려운 팀들이다. 이들은 때가 되면 가치 있는 선수들을 팔고 또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의 기다림을 가져야 도전자의 자리에 오른다. 올해 상대를 제압하고 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세대는 어떤 팀의 세대가 될지 주목해보자.  
 와일드카드전 양팀 예상 라인업

와일드카드전 양팀 예상 라인업 ⓒ 정강민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가을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