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크니> 포스터

영화 <호크니>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호크니는 잘 알지 못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30만 관객을 끌어모은 전시회로 이미 명성은 알고 있었다. 현대 미술의 거장이고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그의 그림을 영화 <호크니>를 통해 미술관이 아닌 영화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호크니>를 보고 있자니 '아... 그래서 현대 미술의 아이콘이라 말하는구나!'라며 무릎을 치게 되었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 전시회를 먼저 봤다면 영화가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전시 도슨트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추상적인 그림조차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예술가 호크니, 그의 삶의 궁금해졌다.

"내가 좋을 때 좋아하는 걸 그린다"는 데이비드 호크니
 
 영화 <호크니> 스틸컷

영화 <호크니>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호크니는 1937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나 금욕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이었지만 삶의 재미로 힘든지도 몰랐다고 회고한다. 단순하게 보기를 즐기고 대상을 보려는 의지 또한 강했던 탓일까.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라는 그의 말은 정통 회화에서부터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까지 시대와 도구를 뛰어넘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일찍이 재능을 발견한 호크니는 "내가 좋을 때 좋아하는 걸 그린다. 어디에 있든 그림을 그린다"라며 예술적 기질을 표현했다.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말고 네 재능을 펼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굳게 믿었다.

그는 화가일 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판화가, 삽화가, 무대 디자이너, 팝 아티스트 등 예술 전반에 폭넓게 활동했다.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를 실천하며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감함도 보인다. 수영장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은 농밀하고 개인적인 내면을 더 큰 첨벙거림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금발에 독특한 안경 쓴 호크니, 그의 삶과 예술
 
 영화 <호크니> 스틸컷

영화 <호크니>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유년시절부터 노년까지 호크니의 사소한 일상을 담는다. 가족과 지인들을 화폭에 담기 좋아했던 예술가를 다루면서, 다큐멘터리는 작품 모델의 인터뷰와 사진, 그림들로 인간 데이비드 호크니를 완성해간다. 내용을 통해 금발의 안경을 쓴 독특하고 완고한 호크니 스타일이 언제 완성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호크니는 꾸준히 커플을 그리며 그들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3차원적 그림을 그려왔다. 추상미술이 주류이던 시절, 대세를 따르지 않고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작가이기도 하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룰을 따르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한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영화 <호크니> 스틸컷

영화 <호크니>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이제까지 없던 방식에 도전하는 일, 단순한 듯 보이는 미니멀리즘 속에서 깊고 분주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영화 속 호크니의 그림들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새로운 방법으로 본다는 것은 새로운 방법으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한 호크니의 어록을 떠올리며,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움이 주는 이로움을 호크니는 자신만의 화법으로 기록하고 있다. 예술이란, 견고해서 어느 것도 뚫을 수 없어 보이지만 깨어지고 말 때 비로소 역사에 기록됨을 호크니는 일찍이 알아차린 게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호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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