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수들이 군 복무를 수행하던 구단 중 한 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경찰청 소속의 야구단이 창단 14년 만에 그 역사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경찰 야구단은 7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해단식을 통해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해체 앞둔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경기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왼쪽 네 번째) 등 선수단과 류대환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등 KBO 관계자들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해체 앞둔 경찰야구단, 마지막 홈경기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왼쪽 네 번째) 등 선수단과 류대환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등 KBO 관계자들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경찰 야구단은 대한민국 경찰청 산하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활동했다. 경찰 이미지 제고와 엘리트 야구인 육성을 목표로 2005년 9월 12일 창단되어 의무경찰로 복무하는 야구선수들이 활동했다.

이전까지는 방위병 제도가 있었기에 일부 선수들이 방위병으로 복무하거나 상무 피닉스에서 군 복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2004년에 대대적인 병역 비리 사건으로 인해 구속되는 선수들까지 발생하면서 군 복무를 위한 스포츠 구단 추가 창설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8시즌 연속 퓨처스 북부리그 제패 위업

상무 피닉스도 그렇듯이 경찰 야구단 역시 군 복무를 수행하는 선수들이 활약하는 팀이라 다른 퓨처스 팀들에 비해 전체적인 전력은 좋은 편이었다. KBO 퓨처스리그는 각 구단의 2군 선수들이 활약하는 리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팀들은 대부분 유망주들이나 재활 선수들이 주축이지만 경찰 야구단과 상무 피닉스는 다른 팀에서는 1군 전력에 해당되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무 피닉스의 경우도 21세기에 들어와서 퓨처스 북부리그를 거의 매년 제패하다시피 했다. 뒤를 이어 경찰 야구단이 2006년부터 퓨처스 북부리그에 참가했다. 처음 3년 동안에는 2년에 한 번 선수들을 선발했다 보니 2008년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신생 팀의 한계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경무부에서 홍보담당관실로 경찰 야구단의 소속이 바뀌고 2010년부터 선수들을 매년 선발하게 되면서 팀 전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북부리그 2위를 차지한 경찰 야구단은 2011년 처음으로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상무와 북부리그 공동우승을 차지했고, 상무가 남부리그로 이동한 2013년부터는 경찰 야구단의 독주가 계속됐다.

그 결과 경찰 야구단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으로 퓨처스 북부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08년부터 감독을 맡았던 유승안 감독의 지도를 통해 경찰 야구단은 그야말로 퓨처스 북부리그의 절대 강자가 됐다.

1기 멤버 최형우(현 KIA 타이거즈) 등을 포함하여 경찰 야구단을 거쳐간 우수 자원들도 많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국내 복귀를 선택한 이대은(KT 위즈)의 경우는 프리미어12 우승에 기여한 뒤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여 뛰어난 성적(2017 평균 자책점 타이틀 1위)을 남기고 전역, 2019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기도 했다.

의무경찰 2023년 폐지 예정, 야구단도 역사 속으로

그러나 2013년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경찰 야구단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다. 상무 피닉스는 국군체육부대령에 의거하여 정식 부대로 지정되어 있는 팀이지만, 경찰 체육단은 법적 근거가 아닌 내부 규칙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경찰 야구단은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입대 상한 연령이 만 30세였는데, 2016년부터 상무 피닉스와 같은 만 27세로 내렸다. 경찰청에서는 의무경찰 선발 규정을 예술 및 체육 분야도 특수 업무에 필요한 인원에 포함시키면서 근거를 확립했다.

이렇게 야구단이 존속할 듯 보였지만, 2016년 국방부에서 대체복무 및 전환복무를 2023년까지만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경찰 야구단은 다시 위기를 맞이했다. 법적 근거보다도 의무경찰 제도가 없어지면 경찰 야구단이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2017년 5월에 의무경찰은 2023년을 끝으로 완전 폐지된다는 계획이 나왔다. 2017년 대통령 선거 공약 중 하나로 의무경찰과 의무소방 제도를 폐지한 뒤 그 인력은 전문적인 인력인 직업 경찰관 및 직업 소방관으로 대체되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었다.

2023년까지는 존속되기 때문에 의무경찰의 마지막 선발은 2021년 12월이다. 그러나 경찰 스포츠 팀의 선수 선발은 이보다 일찍 중단 수순에 들어갔고, 경찰 야구단은 2017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선수 선발을 하지 않게 됐다.

KBO리그에서 2020년까지 유예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챙겨주려고 한다는 논란이 겹치면서 유예를 뒷받침해줄 힘도 없어졌다.

K리그 아산 무궁화의 경우는 의무경찰을 선발하지 않게 되면서 다른 팀에서 선수들을 추가 영입하여 일단 운영하고 있다. 의무경찰 복무 선수들이 모두 전역하기 전까지는 K리그2에서만 활동하며, 이들이 모두 전역하면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KBO리그는 시민구단 없이 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찰 야구단이 일반 프로리그 야구단으로 전환할 방법도 없었다. 2018년에 이대은을 포함한 선수들이 전역하면서 선수는 20명밖에 남지 않게 됐다. 결국 경찰 야구단은 2019년 퓨처스 북부리그에 선수 인력 부족으로 정식 참가는 하지 못하고 과거 고양 원더스가 그랬던 것처럼 교류전만 참가하게 됐다.

올 시즌 경찰 야구단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참가한 48경기는 퓨처스리그 공식 경기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유승안 감독의 요청에 따라 팀 기록이 아닌 선수 개인 기록은 인정해주기로 했다.

전역 예정인 20명의 선수들, 마지막 휴가는 원 소속 팀에서 훈련

2019년 6월 30일 벽제에서 두산 베어스 퓨처스 팀과의 교류전을 끝으로 경찰 야구단의 홈 경기 일정은 모두 끝났다. 마지막 교류전은 7월 10일 서산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 퓨처스 팀과의 원정 경기였다.

그러나 마지막 교류전은 기상 악화로 인해 취소됐다. 원래 교류전 48경기가 편성되어 있었으나 사정으로 2경기가 줄어들었고, 이 중에서도 4경기가 기상 악화로 취소되며 경찰 야구단은 올해 교류전에서 31승 1무 10패를 기록하게 됐다.

7월 10일 경기가 취소되자 경찰 야구단은 서산 실내 연습장에서 고별식을 치렀다. 퓨처스 올스타 게임도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되었고, 교류전 일정이 모두 끝나면서 20명의 11기(주장 김태군) 선수들은 전역이 예정된 8월 12일까지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경찰 야구단 선수들이 전역 후 팀에 복귀하기 전까지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가지 배려가 있었다. 개인에 따라 일수에 차이가 있겠지만, 휴가를 모아뒀던 선수들은 전역 전 휴가를 활용하여 원 소속 팀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11기 선수 20명이 8월 12일에 전역 신고를 마치면 후배 기수가 없는 경찰 야구단은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30일에 열렸던 해단식에서 마지막 주장 김태군(원 소속 팀 NC 다이노스)은 선수 20명이 사인한 야구 배트를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 이 배트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함께 경찰 박물관에 전시된다.

제도의 변화로 인하여 경찰 야구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경찰 야구단 마지막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군 복무를 마치게 될 20명의 11기 선수들은 경찰 야구단의 역사를 간직하며 복귀 후 활약을 준비하고 있다.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게 될 경찰 야구단 선수들의 향후 활약을 지켜보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찰야구단 2019년 7월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찰야구단 2019년 7월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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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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