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경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흥미진진했다. 류현진의 시즌 12승이 걸린 점도 그렇고, 두 선발투수가 모두 1실점으로 호투한 것도 그랬다.

일단 경기 결과로만 놓고 보면 다저스가 4-2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경기의 기록들을 뜯어보면 당초 다저스가 계획했던 방법의 승리는 아니었다. 류현진과 어니발 산체스가 모두 1실점으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데다, 경기의 마무리 또한 깔끔하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집중력이 "조금은 더" 강했던 다저스

이날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던 산체스는 2006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시절에 노 히터 게임을 한 차례 기록한 적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래서였는지 1회를 제외한 나머지 이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선방했다(89구).

다만 다저스는 산체스가 흔들렸던 1회에 먼저 1점을 냈다. 이후 산체스가 경기 중반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연속 범타 이닝을 만들어내면서, 다저스는 산체스를 상대로 도망가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사실 이날 류현진은 내셔널스 타자들을 상대로 8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산체스보다 많은 출루를 허용했지만 6회까지는 집중타를 맞진 않았으며,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투구를 통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류현진은 득점권 상황만 7번을 맞이했다. 그러나 7회에 교체되기 직전 적시타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그 전까지 6번의 상황에서 한 번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특히 좌익수 알렉스 버듀고는 6회에 장타가 될 수도 있었던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와 함께 7회 적시타 상황에서는 정확한 홈 송구를 통해 류현진의 실점을 1점으로 줄여줬다.

다만 7회의 수비는 좀 아쉬웠다. 내셔널스 타자들이 연속해서 기습 번트를 시도했을 때 내야수들의 타구 대응 부분이 미숙했다. 때문에 주자들을 살려뒀던 점이 적시타로 연결되고 만 것이다. 그나마 버듀고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류현진은 적시타 상황에서 2점을 허용한 뒤 패전투수가 될 뻔 했다.

자신감 회복해가는 켈리와 바에즈, 잰슨은 불안

7회말 1사에서 적시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버듀고의 정확한 홈 송구로 아웃 카운트를 하나 더 추가했다. 내셔널스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하는 바람에 아웃 판정은 유지되었다.

마지막 타자 애덤 이튼과 11구 승부를 펼쳤던 류현진은 6.2이닝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의 투구 기록을 남기고 조 켈리와 교체됐다(103구). 이어진 득점권 상황에서 등판한 켈리는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면서 류현진의 책임 주자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후반 불펜의 승부에서는 다저스의 집중력이 좋았다. 내셔널스는 7회말 산체스 타석에서 대타를 낸 것을 시작으로 8회에만 3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그러나 8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저스틴 터너와의 승부에서 실패하면서  좌우놀이의 결과 또한 안 좋았다.

터너의 타석에서 교체 투입된 카일 바라클로는 폭투로 주자들을 한 차례 진루시키녀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터너는 5구 승부 끝에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3점 홈런을 날리며 이날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터너는 올 시즌 3번째로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후반기 들어 타격감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시즌 15홈런).

8회말에 등판한 페드로 바에즈는 2사에서 커트 스즈키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나머지 타자들을 삼진 1개를 포함하여 모두 범타 처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저스는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9회말에 등판한 투수는 2018년부터 이전까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켄리 잰슨이었다. 2017년 1.32에서 2018년 3.01까지 평균 자책점이 급격히 상승한 잰슨은 올 시즌 3.67로 더 상승한 평균 자책점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기마다 불안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도 잰슨은 9회에만 무려 7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2아웃까지 무난하게 잡았던 잰슨은 트레이 터너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터너의 도루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서(보크 추가 허용) 이튼과의 승부에 집중했으나 도리어 몸 맞는 공으로 이튼까지 내보냈다.

앤서니 론돈과 후안 소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면서 잰슨은 결국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잰슨은 마지막 타자 하위 켄드릭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으나, 주심이 다소 높았던 1구와 2루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떤 대형 참사가 벌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모의고사, 불펜 보강 절실해진 다저스

이번 다저스와 내셔널스의 경기는 미리 보는 디비전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두 팀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2위권과의 승차가 14경기 반이나 될 정도로 사실상 서부지구 우승 및 리그 1위가 유력한 상태고, 내셔널스 역시 시카고 컵스와 함께 리그 와일드 카드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다저스와 내셔널스 모두 강력한 선발투수를 보유한 팀이다. 다저스는 이번 내셔널스와의 시리즈에서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가 모두 등판하며 선발진 최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셔널스는 맥스 슈어저가 등판하지 않지만, 시리즈 마지막 날 뷸러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맞대결을 펼친다. 이날 등판했던 산체스 역시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겪은 베테랑 중 한 명이다.

다저스는 팀 평균 자책점 3.33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리그 2위 신시내티 레즈 4.01)를 달리고 있지만, 이는 선발투수들의 힘이 컸지 구원투수 쪽으로 가면 잘 했다고 볼 수 없다(26일까지 선발 ERA 2.98, 불펜 ERA 4.13). 내셔널스의 팀 평균 자책점은 4.26으로 리그 6위다.

리그 1위가 유력한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와일드 카드 팀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내셔널스는 동부지구 선두권과 승차가 5경기 반으로 벌어져 있어서 현실적으로 와일드 카드를 노려야 한다. 내셔널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다저스를 만나려면 와일드 카드 결정전(단판 승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

사실 이러한 포스트 시즌 시스템 때문에 류현진과 슈어저가 1차전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은 적다. 와일드 카드 팀은 단판 승부에서 에이스 카드를 먼저 사용한 뒤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기 때문에 류현진은 산체스나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 리턴 매치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류현진과 커쇼, 뷸러가 선발 3자리를 맡고 나머지 한 자리는 리치 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힐이 건강할 경우 마에다 겐타가 불펜으로 이동하고 다른 선발 후보 자원들인 로스 스트리플링과 훌리오 유리아스 등이 불펜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켈리와 바에즈 그리고 잰슨도 몸이 건강하다면 포스트 시즌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 LA 스포츠 허브는 26일 다저스 불펜과 관련해 언급했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분명히 필요하긴 하지만 굳이 엘리트 마무리 투수 영입을 위해 유망주를 대거 트레이드할 필요까진 없다고 내다봤지만, 27일 잰슨의 모습을 돌아보면 분명 보험용 자원은 필요해보인다.

압도적인 선발진과 적시에 점수를 내주는 타선의 힘을 봤을 때, 다저스가 지구 우승까지 가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위한 승률 1위를 사수하려면 좀 더 스퍼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이드 마감 시장에서 다저스가 어떠한 결단을 내릴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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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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