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법칙' 정찬성, 격투기 스타일 격투기 선수 정찬성이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정글 & 아일랜드>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정글 &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림인 태국의 맹그로브 밀림과 아시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태국 바다에서의 생존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11일 토요일 오후 9시 첫 방송.

격투기 선수 정찬성이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정글 & 아일랜드>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화끈한 경기스타일 덕분에 국내보다 해외에서 명성이 더 높은 몇 안 되는 한국 파이터 중 한 명이다.  실제로 정찬성은 2011년 UFC 데뷔 후 옥타곤에서 치른 6경기에서 모두 보너스를 획득했다. 특히 2012년 5월에 있었던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경기에서는 4라운드까지 난타전을 주고 받다가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따냈고 이 경기는 2012년 'UFC 올해의 경기'에 선정됐다.

그런 정찬성이 작년에는 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정찬성은 작년 11월 야이르 로드리게스와의 경기에서 5라운드 종료 1초를 남기고 팔꿈치 공격을 허용하며 역전 KO패를 당했고 이 경기는 2018년 UFC가 선정한 '올해의 KO'에 선정됐다.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갔던 만큼 영리하게 시간을 보냈다면 무난한 판정승을 따낼 수도 있었지만 정찬성은 끝까지 자신의 '좀비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전진하다가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UFC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KO패를 당한 선수는 옥타곤 내 입지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인기 파이터 정찬성에게는 재기의 기회가 주어졌다.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린빌의 본 스쿠 웰니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UFN 154 대회의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5위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와 격돌하게 된 것이다. 정찬성에게는 단숨에 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옥타곤 데뷔 후 3경기 만에 타이틀 도전권 따낸 '코리안 좀비'
 
정찬성, 살아 있는 펀치 UFC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공개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정찬성은 오는 11월 11일 미국 덴버 펩시 센터에서 개최되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 참가해 페더급 랭킹 3위 프랭키 에드가와 메인이벤트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2018.9.19

UFC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열린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공개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2010년 WEC에 진출하며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정찬성은 이듬해 WEC를 인수한 UFC로 전장을 옮길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는 파이터가 아니었다.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흥미로운 경기들을 만들긴 했지만 WEC에서의 전적이 2전 2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심지어 그 중 한 번은 조지 루프에게 당한 하이킥 실신 KO패였다). 하지만 정찬성은 큰 무대로 자리를 옮긴 후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찬성은 2011년 3월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의 재대결이자 옥타곤 데뷔전에서 UFC 실전에서 누구도 성공한 적 없는 트위스터(양 팔 사이에 상대의 머리를 넣고 목을 비틀어 항복을 유도하는 기술)라는 기술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정찬성은 9개월 후 페더급 타이틀전을 경험했던 노련한 파이터 마크 호미닉을 단 7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7초 KO'는 UFC 역대 최단기간 KO 타이기록이었다.

현지에서 단숨에 인기스타로 떠오른 정찬성은 2012년 5월 5연승을 달리던 더스틴 포이리에와 생애 첫 메인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두 선수는 4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정찬성은 4라운드에서 다스 초크로 승리하며 UFC 데뷔 후 3연속 피니쉬로 상승세를 탔다. 정찬성은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3경기 연속 보너스를 받으며 현지 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당시 정찬성에게 패했던 포이리에는 현재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에 올라 있다). 

포이리에전 이후 리카르도 라마스와의 경기가 잡혀 있던 정찬성은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앤서니 페티스가 무릎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알도의 7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정찬성은 페더급의 '폭군'으로 군림하던 알도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4라운드에서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당하며 KO로 패했다. 정찬성은 왼팔로 빠진 어깨를 맞추려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알도의 거센 연타 공격을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알도전 패배 후 어깨 수술을 받은 정찬성은 2014년부터 2년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소해 병역의무를 마쳤고 작년 2월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를 1라운드 KO로 꺾으며 '좀비의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입대 전 알도와 타이틀전을 치르느라 취소됐던 라마스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정찬성은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정찬성은 다시 한 번 1년이 넘는 긴 재활에 들어갔고 작년 11월 1년 9개월 만에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패하고도 5위와 경기, '페더급 강자' 위상 되찾을 절호의 기회

사실 179cm의 신장을 가진 전문 타격가 로드리게스는 정찬성에게는 상성이 좋은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덧 옥타곤 8년 차가 된 정찬성은 젊은 파이터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 나가며 5라운드 후반까지 더 많은 유효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찬성의 무난한 판정승으로 끝날 거 같았던 경기는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로드리게스의 '버저비터 엘보우'가 적중되면서 정찬성의 역전 KO패로 끝나고 말았다.

정찬성이 1초를 견디지 못하고 KO패를 당하자 국내 격투 팬들은 신중하지 못했던 정찬성의 경기운영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더 많은 유효타를 통해 포인트를 따냈다고 해서 경기 후반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정찬성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비록 정찬성의 커리어에는 아쉬운 패배 하나가 추가됐지만 경기 종료휘슬이 불릴 때까지 상대를 밀어 붙이는 정찬성의 좀비정신(?) 덕분에 격투 팬들은 2018년 최고의 KO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UFC에서는 명승부를 만든 정찬성의 다음 상대로 페더급 랭킹 5위의 카네이로라는 강자를 붙여줬다. 카네이로는 통산 13승1무2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브라질리언 파이터로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만나기 전까지 무패 행진을 달렸던 강자다. 특히 제레미 스티븐스,컵 스완슨처럼 옥타곤에서 잔 뼈가 굵은 파이터들을 차례로 꺾으며 명성을 높였다. 앞으로 상위권 파이터 1, 2명만 더 꺾는다면 충분히 타이틀 전선에 뛰어 들 수 있는 숨은 강자다.

연패의 위기에서 이런 강자를 만난 것은 정찬성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카네이로를 꺾는다면 로드리게스전 KO패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단숨에 '페더급 강자'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네이로가 격투기 데뷔 후 한 번도 KO승이 없는 반면에 최근 알도에게 데뷔 첫 KO패를 당했다는 점도 근거리 난타전에 능한 정찬성에게는 유리한 부분이다. 물론 6번의 서브미션 승리를 만들어준 카네이로의 주짓수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정찬성과 최두호가 활약하고 있는 UFC 패더급은 '코리안 팔콘' 조성빈과 '스팅' 최승우가 잇따라 UFC에 진출하며 격투 팬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는 체급이다. 하지만 조성빈과 최승우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나란히 UFC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판정패를 당했다. 따라서 UFC 페더급의 '맏형' 정찬성이 짊어진 어깨는 상당히 무겁다. 과연 정찬성은 랭킹 5위 카네이로를 제물로 옥타곤에서 '좀비의 부활'을 외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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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154 정찬성 코리안 좀비 헤나토 카네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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