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전 이겼다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한국 황의조(왼쪽 세 번째)가 후반 결승 골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한국 호주전 이겼다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한국 황의조(왼쪽 세 번째)가 후반 결승 골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15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A매치에서 승리를 통해 결과는 가져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야심찬 스리백 실험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9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패한 이후 볼리비아, 콜롬비아, 호주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3연승을 이어갔다.

벤투 감독, 플랜 B로 꺼내든 스리백 실험
 
한국 대표팀 한국이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하며 실험에 나섰다.

▲ 한국 대표팀 한국이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하며 실험에 나섰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은 지난 3월 열린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2연전에서 기존의 4-2-3-1 포메이션 대신 4-1-3-2를 가동하며 관심을 모았다. 원톱 대신 투톱으로의 전환, 미드필드진을 다이아몬드로 구성하는 이색적인 포메이션을 실험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는 9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둔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이었기 때문에 실험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호주, 이란전이 전부였다.

벤투 감독은 또 하나의 파격적인 실험을 강행했다. 평소 고집했던 포백이 아닌 스리백으로의 전환이었다. 물론 스리백은 지난 1월 열린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 차례 가동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왼쪽 풀백의 줄부상으로 권경원을 내세우는 변형 스리백에 가까웠다. 상황에 따라 권경원이 왼쪽 터치 라인까지 이동해 포백을 형성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번 호주전은 정상적인 스리백 실험이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키고, 김영권을 중심으로 좌우에 권경원, 김민재가 포진하는 형태였다. 좌우 윙백은 김진수, 김문환으로 구성됐으며, 스리백 앞에는 주세종이 원 볼란치로 포진했다. 2선에서는 황인범과 이재성이 경기를 조율했다. 최전방은 손흥민-황희찬 투톱이었다.

넓은 공수 간격, 실수 잦아진 후방 빌드업

수비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다. 호주를 맞아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김민재, 권경원의 대인 마크는 완벽했고, 김영권이 스리백을 컨트롤하며 뒷 공간을 효과적으로 커버했다. 위기 상황이라곤 전반 17분 나온 세트피스가 전부였다. 브랜던 오닐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미첼 듀크가 헤더슛으로 연결한 공이 한국의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하지만 이날 호주의 공격진은 2군에 가까웠다. 조직적인 공격 부분 전술이나 위협적인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자 롱패스를 활용하며 높이를 내세웠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문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이었다.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후방 빌드업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수비진과 공격수의 넓은 간격은 빌드업 상황에서 불안함을 야기했다. 스리백의 위치가 후방으로 치우쳤고, 투톱과 2선 미드필더는 호주 수비진에 근접했다.

김승규 골키퍼는 롱킥 대신 숏패스를 통해 수비수에게 전달했고, 스리백으로부터 전진패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뻗어나갔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호주는 하프 라인 위로 5명을 배치해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주세종과 황인범은 볼 키핑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실수를 연발했다. 위험 지역에서 공 소유권을 호주에게 넘겨주기 일쑤였다. 2선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해야 할 이재성의 몸놀림도 무거웠다. 또, 스리백 전술에서는 좌우 윙백의 활약이 매우 중요한데 김진수, 김문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황의조 황의조가 호주전에서 후반 30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황의조 황의조가 호주전에서 후반 30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답답한 흐름, '조커' 황의조가 끝냈다

무엇보다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과정이 워낙 매끄럽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볼 점유율에서는 호주를 압도했으나 상대 진영에서 세밀한 패스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45분은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한 한국은 결국 전반전을 슈팅 0개로 마쳤다.

첫 번째 슈팅은 후반 18분 상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얻은 손흥민의 프리킥 슛이었다. 이마저도 수비벽에 맞고 굴절되며 골키퍼 품으로 흘러갔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벤투 감독은 후반 22분 황희찬 대신 황의조가 투입된 시점부터다. 황의조는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슈팅을 시도하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후반 28분에는 홍철, 나상호가 차례로 투입됐다.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왼쪽 윙백 홍철의 왼발 크로스와 황의조의 '킬러 본능'이었다. 후반 30분 홍철이 올린 크로스를 황의조가 쇄도하며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였다.
 
황의조, '첫 골 주인공은 나야 나'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황의조가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황의조, '첫 골 주인공은 나야 나'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황의조가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의 행진을 깨뜨린 한국은 이후 활발한 공격으로 호주 수비를 위협했다. 후반 36분에는 손흥민이 호주 수비수 2명을 제치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 간담을 서늘케 했다.

승리를 거뒀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벤투 감독의 실험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물론 전술 실험에 좀더 무게를 둬야 하는 평가전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비판은 삼가야 한다. 아시아 2차예선을 앞두고 다양한 전술을 실험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 평가전에서는 벤투 감독이 어떠한 경기력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각에 잠긴 벤투 감독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생각에 잠긴 벤투 감독 7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호주와의 평가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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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손흥민 황의조 스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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