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즌 중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10위로 추락한 KIA 타이거즈의 감독이었던 김기태 전 감독이 자진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김 전 감독은 5월 15일 구단에 사퇴를 알렸고, 16일 KT 위즈와의 3연전까지 마친 뒤 정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이후 처음으로 3년 이상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며 한국 시리즈 우승도 1차례 달성(2017)했지만, 그동안 시즌을 운영하면서 드러났던 약점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고개 숙인 김기태 2019년 5월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 경기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고개 숙인 김기태 2019년 5월 16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 경기에서 사퇴를 선언한 KIA 김기태 감독이 마지막 홈 경기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감독과 LG 트윈스 시절부터 코치로 함께 다녔던 조계현 단장도 김 전 감독의 뜻을 말리지는 못했다. 결국 구단은 김 전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였고, 김 전 감독은 16일 경기에서 라인업을 발표한 뒤 기자들 앞에서 사퇴 소식을 알렸다.

3년 연속 PS 진출에서 예견된 징후들

김 전 감독은 2014년 가을 선동열 전 감독(전 국가대표 감독)이 재계약하자마자 바로 팬들의 반발에 사퇴하며 재계약이 파기되면서 KIA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김 전 감독은 2014년 시즌 초반 LG 트윈스의 성적이 최하위로 추락하자 책임을 지고 감독을 사퇴한 뒤 휴식기를 갖다 KIA의 감독으로 취임했다.

선 전 감독 시절 5위-8위-8위로 추락했던 KIA는 2015년 전력을 어느 정도 개편하며 7위를 기록했고, 2016년 리그 5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비록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했지만 현재까지 와일드 카드 결정전 1차전을 승리한 5위 팀은 KIA가 유일하다.

이후 FA 시장에서 양현종과 재계약에 성공하고 시장에 나왔던 최형우 등을 새롭게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KIA는 2017년 한국 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다만 이 해에도 시즌 중반까지 다른 팀과의 승차를 여유있게 벌려놓았다가 막판에 흔들리며 큰 추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7경기 만에 1승 신고한 KIA 투수 양현종 지난 3월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양현종 모습.

▲ 7경기 만에 1승 신고한 KIA 투수 양현종 지난 3월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공을 던지는 양현종 모습. ⓒ 연합뉴스

 
2017년 9월에는 9회까지 6점차 리드를 갖고 있던 경기를 역전패하는 충격적인 경기도 있었다. 결국 9월 말에 2위였던 두산 베어스와 공동 선두까지 허용한 적이 있었으나 시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정규 시즌 우승을 겨우 확정했을 정도였다. 어쨌든 첫 계약 마지막 시즌에 우승은 했기 때문에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8년에도 리그 5위로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진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서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며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해에도 너무 무리한 탓에 4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가 5경기나 벌어졌다. 6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근소하게 앞섰으며 8위 LG와의 승차도 1경기 반에 불과했다.

2015년부터 4시즌 동안 안 좋은 사이클이 항상 후반기에 발생했다. 출전 기회를 잘 얻는 선수들은 너무 자주 출전했고, 그렇다보니 주축 선수들이 후반기에 지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최원준의 경우는 투수와 포수를 뺀 나머지 포지션을 모두 1번 이상 소화하는 '엽기적인' 멀티 포지션을 맡기도 했다.

터질 게 한꺼번에 터진 2019년

2018년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수석코치였던 정회열 코치가 1군에서 말소되며 포스트 시즌에 빠졌다. 유동훈 전 코치 역시 시즌이 끝난 뒤 팀에서 떠나게 되었으며, 정성훈 역시 플레잉 코치 제안을 받았다가 은퇴를 선언하며 코치만 맡고 있다. 임창용 역시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되었다가 그대로 은퇴했다.

시즌 후에 열렸던 팬페스트에서 김 전 감독의 퇴진을 외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2019년 시즌이 열렸고, 초반부터 모든 요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심 타선의 노쇠화를 피할 수 없었고, 양현종이나 김윤동 등은 혹사 후유증을 노출했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졌으며, 포스트 시즌까지 감안하면 과부하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어깨 회전근 염증을 안고 있던 김윤동은 무리해서 등판하다가 어깨 통증 악화 및 대흉근 손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양현종의 시즌 초반 부진은 그 동안 너무 많은 이닝을 책임진 후유증이 컸다. 그나마 최근 3경기에서 매 경기 1실점만 하면서 투구 리듬은 어느 정도 돌아왔지만, 향후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등판 간격을 늘려주는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2010년(16연패) 이후 처음으로 9연패까지 당하며 타이거즈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10위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잠시 탈꼴찌에 성공했으나 5월이 되면서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김 전 감독이 사퇴를 밝힌 시점은 9위 KT와의 3연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시즌 44번째 경기인 5월 16일 KT와의 3연전까지만 경기를 맡고 물러나기로 결정했으며, 남은 100경기는 퓨처스 감독이었던 박흥식의 대행 체제로 가게 됐다.

감독들이 보통 시즌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시즌 중에 새로운 정식 감독 영입이 힘든 관계로 박 감독대행은 남은 시즌 100경기를 모두 맡게 됐다. 만일 2014년의 LG처럼 극적으로 포스트 시즌까지 올라간다면 그 경기까지 모두 담당하겠지만, 5위 키움과 10경기 반이나 벌어진 현 시점에선 상당히 어려운 시나리오다.

대표로 책임지고 물러난 김기태 전 감독, 과연 그만의 책임일까

보통 감독이 시즌 중간에 바뀌면 선수단에 큰 영향이 있다. 누구든지 시즌 중간에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최근까지 가장 큰 각성 효과는 2014년 LG였다. 공교롭게 김 전 감독이 LG의 감독을 사퇴한 뒤, 양상문(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부임한 LG는 시즌 마지막 날 4위까지 간신히 오르며 극적인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의 권한은 상당히 강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진다.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가장 먼저 타겟이 되는 자리가 감독이다. 김 전 감독 역시 이러한 영향으로 자진사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휘했던 16일 경기에서 KIA는 현재 모습의 원인이 단순히 김 전 감독만에게 있지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5회까지 KT의 선발투수 이대은을 상대로 한 점도 내지 못하다가 6회말 공격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간신히 1점을 냈을 뿐, 이대은을 상대로 적시타를 한 개도 만들지 못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고 돌아왔던 상대 선발투수 이대은에게도 이날 경기는 정말 간절했다. 양현종도 그렇듯이 유독 승운이 없었던 이대은은 아무리 국내 프로무대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라지만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던지는 이대은에 비해 KIA의 타선은 너무 무기력했다.

이대은이 퀄리티 스타트 호투를 펼치는 동안 KIA의 선발투수 홍건희는 홈런 3방을 포함하여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뒤에 등판한 구원투수들이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인 데 비해 타선은 KT의 구원투수들을 상대로 고작 2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쯤 되면 그 어떤 이가 감독을 맡더라도 당장 있는 전력으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3할 타자도 없고 팀 장타율은 리그 꼴지다. 수비에서 야수들의 움직임도 믿고 맡길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결국 지난 시즌에 대한 반성과 보완책 마련이 미흡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김 전 감독은 선수들이 남은 100경기를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를 바랐지만, 선수들은 그가 지휘하는 마지막 경기마저도 졌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6천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평일 저녁이라는 시간대와 멀리 떨어진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의 원정 관중들이 극히 적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빈 자리가 너무 많았다.

이제 지휘봉은 박 감독대행에게 맡겨졌다. 남은 100경기는 남아있는 선수단이 책임져야 한다. 무기력한 경기력에 홈 팀 관중들도 발길을 돌린 상황에서 그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 만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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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김기태감독사퇴 박흥식감독대행체제 시즌중감독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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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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