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따뜻한 봄 바람이 불고 있다. 3월 리그가 개막한 이후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축구장을 찾고 있다. 아직 3라운드밖에 진행되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 K리그의 분위기는 예년과 확실히 다르다.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서포터즈에 인사하고 있다.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 선수들이 서포터즈에 인사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보다 관중 수다. 3라운드에서 K리그1 경기장을 찾은 총 관중 수는 6만2287명으로, 2018년 3라운드 기준 3만7309명에 비하면 실로 놀라울 정도로 증가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팬들을 K리그 경기장으로 불렀을까? 

화끈한 이적시장, 팬들이 놀랐다

리그 경기가 없는 매년 1~2월은 K리그 팬들에게 유독 추운 기간이다. 하지만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K리그 각 구단들의 끊이지 않은 영입으로 이적시장 분위기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 눈에 띄는 팀은 역시나 경남FC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득점왕 말컹의 빈자리를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조던 머치와 유럽 최고 유망주로 평가받던 룩 카스타이노스로 채웠다. 스타플레이어의 영입은 자연스럽게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다. 지난 몇 년간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로 곤욕을 겪던 K리그였기에 경남의 이적시장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4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 FC의 경기. 경남 FC의 머치 선수.

2019년 3월 17일 오후 4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 FC의 경기. 경남 FC의 머치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9년 3월 17일 오후 4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 FC의 경기. 포항 이수빈(왼쪽)이 경남 FC의 룩 카스타이노스(오른쪽)를 상대로 볼을 경합하고 있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4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 FC의 경기. 포항 이수빈(왼쪽)이 경남 FC의 룩 카스타이노스(오른쪽)를 상대로 볼을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밖에 울산과 인천도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울산은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김보경, 수비수 윤영선 등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했고 인천은 '베트남 박지성' 꽁푸엉을 영입하며 국내 팬들을 넘어 베트남 팬들의 관심을 샀다. 이렇게 각 구단의 활발한 영입은 관중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콩 푸엉, K리그 미소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콩푸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콩 푸엉, K리그 미소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9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콩푸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감독들의 변화, 축구가 재밌어졌다

1라운드 수원과 울산과의 경기에서 경기 결과보다 더욱 화제가 된 장면이 있다. 바로 경기 지시를 하던 수원의 이임생 감독의 입모양이었다. "뭐가 무섭다고 자꾸 뒤로 가"라고 하는 이임생 감독의 입 모양은 수원을 넘어 지금까지 K리그 구단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올 시즌 K리그는 3R까지 0-0 경기가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득점뿐만 아니라 경기 속도도 지난 몇 시즌과 비교했을 때 경기 진행도 빨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팀도 '수비 축구'를 하는 경우가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2019년 3월 1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강원 FC의 경기. 전북 모라이스 감독의 모습.

2019년 3월 1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와 강원 FC의 경기. 전북 모라이스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여기에 FC서울 최용수의 감독 복귀, 모라이스(전북)·안드레(대구)·안데르센(인천)의 외인 감독 대결, 김병수(강원)·남기일(성남)의 뚜렷한 축구 철학 등 감독들의 스타일 변화도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K리그 스토리 부재? 대구가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강등 1순위'로 꼽히던 팀이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다. 바로 대구 FC의 이야기다. 

대구는 지난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강등권에 있던 팀이었다. 주장 한희훈이 팬들에게 경기 후 메가폰으로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사과하기까지 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휴식기를 거치면서 대구는 180도 달라졌다.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의 골키퍼 조현우 선수의 모습.

2019년 3월 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1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대구 FC의 골키퍼 조현우 선수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는 휴식기 이후 무패행진을 계속하며 리그 7위와 창단 첫 FA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조현우라는 월드컵 스타로 흥행몰이를 시작하던 대구는 올 시즌 DGB대구은행 파크 개장으로 '흥행 대박'의 방점을 찍었다.

DGB대구은행에서 펼쳐진 3경기 모두 매진을 기록하면서 창단 이래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대구는 경기력마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징야, 에드가, 김대원을 중심으로 한 대구는 ACL 포함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며 'K리그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강등권에서 1년 만에 리그 다크호스로 부상한 대구의 스토리는 팬들의 경기장을 찾는 이유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멜버른 빅토리와 대구 FC의 경기 중 대구 FC의 세징야(왼쪽)가 동점골을 득점한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멜버른 빅토리와 대구 FC의 경기 중 대구 FC의 세징야(왼쪽)가 동점골을 득점한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제 2019시즌의 첫 발을 뗐을 뿐이다. 확실하게 '달라졌다'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는 계속된 '흥행 대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변하지 않는 경기력, 그리고 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의 계속된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사계절 내내 열기로 뜨거운 K리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FC 흥행몰이 1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울산현대 축구단의 경기에서 만원관중이 양팀을 응원하고 있다.

▲ 대구 FC 흥행몰이 17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울산현대 축구단의 경기에서 만원관중이 양팀을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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