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모라이스판 '닥공' 축구가 제대로 구현된 경기였다. 전북이 수원 원정 경기에서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며 기분 좋은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전북은 9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수원전에서 로패즈(2골), 김신욱, 문선민의 연속골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대구와의 K리그 개막전에서 비긴 아쉬움을 털어내며 1승 1무(승점 4)를 기록,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반면 수원은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전북, 수원 압박 무력화 시킨 세밀한 빌드업 

이날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원톱 김신욱을 중심으로 2선에 로페즈-이승기-한교원을 포진했다. 그리고 중원에는 손준호-최영준 조합을 내세웠고, 포백은 김진수-홍정호-김민혁-명준재,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나이 어린 신예들을 대거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4-1-4-1 포메이션에서 데얀이 최전방을 맡았고, 임상협-유주안-전세진-염기훈이 뒤를 받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고승범, 포백은 홍철-고명석-김민호-김태환으로 짜여졌다. 골키퍼는 김다솔이었다.

전북의 닥공은 매섭게 몰아쳤다. 수원의 높은 수비 라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전반 2분 만에 김민혁의 롱패스로 수원 뒷 공간을 무너뜨렸고, 김신욱의 헤딩 패스를 받은 로페즈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전북은 전반 12분에도 추가골을 만들었다. 한교원의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공중으로 높게 떠올랐지만 김신욱이 김다솔 골키퍼가 나온 틈을 놓치지 않고 하프발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추가골 넣은 김신욱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전북 현대와 베이징 궈안의 경기. 전북 김신욱이 추가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전북 김신욱(자료사진) ⓒ 연합뉴스

 
여기에 만족할 전북이 아니었다. 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한교원의 크로스를 로페즈가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3-0을 만들었다.

전북은 공수 양면에 걸쳐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빠르고 세밀한 원터치 패스와 반 박자 빠른 공간 침투로 수원의 압박을 무력화시켰다. 발밑뿐만 아니라 제공권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김신욱은 대부분의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가져갔고, 2선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게 머리로 패스를 배달했다.

또, 전북의 압박 전술 역시 완벽했다. 수원의 패스 경로를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수원은 공을 소유할 때 언제나 2명 이상의 전북 선수를 상대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더욱 강해진 모라이스판 닥공, 올 시즌도 K리그 지배할까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전반 26분 만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민호를 빼고 공격수 타가트를 투입했다. 4-1-4-1에서 4-4-2로 전환을 꾀했다. 타가트-데얀이 투톱을 맡았고, 염기훈이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염기훈이 중원을 책임진 이후 답답했던 숨통이 트였다. 염기훈의 플레이메이킹에 힘입어 수원의 패스 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임생 감독은 후반 들어 바그닝요를 투입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경기 주도권은 전북이 쥐고 있었다. 홍정호-김민혁이 버틴 수비진은 수원의 파상공세를 거뜬하게 차단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교체 투입하며 허리 장악력을 높이고자 했다. 

전반전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전북의 공격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로페즈는 엄청난 피지컬과 속도감 있는 개인기로 수원 수비를 붕괴시켰고, 후반에 교체 투입된 문선민은 전북 측면 공격의 활력을 높였다. 또, 중원에서는 최영준이 엄청난 활동량과 압박으로 존재감을 뿜어냈다. 정확도 높은 태클, 상대의 패스를 여러 차례 끊어내며 공 소유권을 되찾았다.

공수 전환 속도에서 수원은 전북을 따라가지 못했다. 공 소유권을 빼앗은 전북은 재빨리 수원 진영으로 넘어간 뒤 위협적인 슈팅을 생산했다.

전북은 후반 21분 네 번째 골을 추가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로페즈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문선민의 발리슛이 수비 몸에 맞고 살짝 굴절되며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북은 지속적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29분 손준호 대신 한승규를 투입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후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사실 4-0으로 종료된게 아쉬울 만큼 전북과 수원의 체급차가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전북은 지난 시즌까지 최강희 감독의 장기집권 하에 '닥공'이라는 트렌드를 탄생시키며 K리그를 지배한 바 있다.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고 외국인 지도자 모라이스가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전북의 색깔은 고스란히 유지됐다.

오히려 세밀한 후방 빌드업과 원터치 패스, 여기에 속도마저 추가된 모습이다. 모라이스판 닥공이 올 시즌 K리그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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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수원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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