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왼쪽 발등의 전율이 보는 이들 모두에게 전달되었을 것 같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멋진 역전승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었다.

지난 주 금요일이었던 25일 밤 치열했던 아시안컵 8강전(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을 풀 타임으로 뛰고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나왔던 그였기에 5일 7시간만에 또 풀 타임을 뛴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손흥민은 휘청거리는 팀을 멋지게 구해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31일 오전 5시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왓포드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과 요렌테의 극장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두고 2위 맨시티를 승점 2점차로 따라붙었다.
 
 왓퍼드전 손흥민의 경기 모습

왓퍼드전 손흥민의 경기 모습 ⓒ AFP/연합뉴스

 
전반전 왼발 감아차기부터 감각 좋았던 손흥민

손흥민이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 다녀오는 동안 리그 컵과 FA(축구협회)컵에서 모두 탈락한 토트넘 홋스퍼는 이제 프리미어리그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일정에 치중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토트넘의 핵심 선수 여럿이 쓰러지고 말았다.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은 발목을 다쳤고 델레 알리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3월이나 되어야 복귀할 수 있는 형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피로를 다 풀지 못한 손흥민을 선발 멤버 명단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재치있는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위력적인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키퍼 벤 포스터가 지키고 있는 왓포드 골문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왼쪽 기둥을 벗어난 것이었다.

갈 길 바쁜 토트넘은 38분에 먼저 골을 내주며 휘청거렸다. 왓포드의 수비수 캐시카트가 왼쪽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토트넘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윙백을 맡고 있는 오리에를 빼고 루카스 모우라를 들여보내며 절대로 패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흥민의 짜릿한 왼발

이어서 토트넘 벤치에서는 무사 시소코를 빼고 트리피어(69분)를 들여보냈고 79분에는 수비수 베르통언을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에릭 라멜라까지 들여보냈다. 그만큼 동점골이 절실했던 것이다. 

여기서 거짓말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80분, 손흥민의 왼발 끝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골잡이 페르난도 요렌테의 드리블 돌파가 왓포드의 밀집 수비에 막힐 것을 예상한 손흥민은 바로 옆 공간으로 함께 달려들어갔다. 

바로 이런 오프 더 볼도 손흥민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동료의 드리블 돌파를 의미 없는 곳에서 구경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신에게 기회가 올 수 있는 제 2, 제 3의 공간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안목이 있는 손흥민이었다. 그 덕분에 요렌테의 왼쪽 다리에 맞고 흐른 공을 손흥민이 차지했고 그는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 둘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 보기에도 시원한 왼발 인스텝 슛을 꽂아넣었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9호골이었다. 이 동점골이 웸블리 스타디움을 뜨겁게 만들었다. 매우 싸늘해진 날씨 때문에 2만9164명밖에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토트넘 홈팬들은 손흥민의 이른 복귀를 모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분 뒤에 페르난도 요렌테의 헤더 역전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에서 대니 로즈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요렌테가 솟구쳐 올라 이마로 정확하게 반대쪽 기둥 방향으로 떨어뜨린 공이 골키퍼 포스터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약 24분 전에 골문 바로 앞에서 상대 골키퍼 벤 포스터가 쳐낸 공을 오른쪽 무릎으로 성공시키지 못해 풀이 죽어 있던 페르난도 요렌테였기에 이 역전 결승골에 더 감격했다. 

페르난도 요렌테는 그레이엄 스콧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지쳐서 주저앉은 손흥민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아주었다. 그만큼 손흥민의 동점골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토트넘 홋스퍼는 2월 2일(토) 오후 9시 30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게임과 10일(일) 오후 10시 30분 레스터 시티와의 게임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14일(목) 오전 5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첫 게임도 이어진다. 지쳐 있는 손흥민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이 일정들 모두가 런던 홈 게임이라는 점이다.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4R 결과
(1월 31일 오전 5시,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 토트넘 홋스퍼 2-1 왓포드 [득점 : 손흥민(80분,도움-페르난도 요렌테), 페르난도 요렌테(87분,도움-대니 로즈) / 크레이그 캐시카트(38분)]

◎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FW : 손흥민, 페르난도 요렌테
MF : 대니 로즈,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윙크스, 무사 시소코(69분↔키어런 트리피어), 세르지 오리에(46분↔루카스 모우라)
DF : 얀 베르통언(79분↔에릭 라멜라), 다빈손 산체스, 토비 알더웨이럴트
GK : 위고 요리스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토트넘 홋스퍼 68.5%, 왓포드 31.5%
유효 슛 : 토트넘 홋스퍼 3개, 왓포드 1개
슛 : 토트넘 홋스퍼 17개, 왓포드 9개
패스 : 토트넘 홋스퍼 588개, 왓포드 274개
태클 : 토트넘 홋스퍼 17개, 왓포드 18개
걷어내기 : 토트넘 홋스퍼 18개, 왓포드 37개
코너킥 : 토트넘 홋스퍼 9개, 왓포드 5개
오프 사이드 : 토트넘 홋스퍼 1개, 왓포드 5개
파울 : 토트넘 홋스퍼 6개, 왓포드 9개
경고 : 토트넘 홋스퍼 0, 왓포드 4장(아드리안 마리아파, 카포에, 홀레바스, 석세스)

◇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리버풀 61점 19승 4무 1패 55득점 14실점 +41
2 맨체스터 시티 56점 18승 2무 4패 63득점 19실점 +44
3 토트넘 홋스퍼 54점 18승 0무 6패 50득점 24실점 +26
4 아스널 47점 14승 5무 5패 50득점 33실점 +17
5 첼시 47점 14승 5무 5패 40득점 23실점 +17
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5점 13승 6무 5패 48득점 35실점 +13
7 울버햄튼 35점 10승 5무 9패 30득점 31실점 -1
8 에버턴 33점 9승 6무 9패 35득점 33실점 +2
9 왓포드 33점 9승 6무 9패 33득점 34실점 -1
10 본머스 33점 10승 3무 11패 37득점 42실점 -5
11 레스터 시티 32점 9승 5무 10패 30득점 30실점 0
12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1점 9승 4무 11패 30득점 37실점 -7
13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26점 7승 5무 12패 27득점 36실점 -9
14 뉴캐슬 유나이티드 24점 6승 6무 12패 21득점 32실점 -11
15 크리스탈 팰리스 23점 6승 5무 13패 24득점 33실점 -9 
16 사우스햄튼 23점 5승 8무 11패 26득점 41실점 -15
17 번리 23점 6승 5무 13패 25득점 45실점 -20
18 카디프 시티 19점 5승 4무 15패 20득점 46실점 -26
19 풀럼 17점 4승 5무 15패 25득점 53실점 -28
20 허더스필드 타운 11점 2승 5무 17패 13득점 41실점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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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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