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황의조가 아시안컵 카타르전에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 황의조 황의조가 아시안컵 카타르전에서 득점에 성공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모든 감독들은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마이 웨이'(my way)가 제법 근사할지 모르나 다른 시각으로 볼 때 융통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확실한 결과로 입증하면 감독만의 축구 스타일은 존중받고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작은 정말 거창했다. 벤투호는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대회 이후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한국 축구가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은커녕 겨우 8강에 그쳤다. 카타르전 패배는 충격 그 자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오후 10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이번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의 고집된 플랜 A 운용이 큰 아쉬움을 남겼다.

▲ 파울루 벤투 감독 이번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의 고집된 플랜 A 운용이 큰 아쉬움을 남겼다. ⓒ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 매 경기 같은 포메이션 가동

상대에 따른 맞춤 전략은 없었다. 언제나 같은 전술과 같은 포메이션을 구사한 벤투 감독이다. 이번 카타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최전방은 황의조였다. 2선은 다소 변화가 있었다. 황희찬의 부상으로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황인범을 한 단계 전진배치했다. 이청용-황인범-손흥민 조합이 2선을 담당했다.

황인범이 빠진 공백을 주세종이 메우면서 정우영과 3선에서 짝을 이뤘다. 포백 수비는 김진수-김영권-김민재-이용,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물론 지난 16강 바레인전과 일부 다른 베스트 11이었지만 황희찬의 부상으로 인한 변화에 불과했다. 전술적인 이유의 라인업 변경으로 볼 수 없었다.

아시안컵에서는 대부분 한국보다 약한 상대들과 맞붙게 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모험을 최대한 자제했다. 언제나 더블 볼란치를 내세우는 다소 안정 지향적인 4-2-3-1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상대 팀들은 내려앉은 채 수비에 치중하는 무승부 전략으로 나오기 일쑤였다. 이럴 때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으로 줄이는 4-1-4-1 같은 포메이션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이었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후방으로 쳐지면서 언제나 공격 숫자 부족 현상을 겪었다.

물론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인 경기를 운영하는 전술을 강조하지만 정작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 다득점을 노리기보단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실었다.
 
공 다툼하는 황인범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황인범이 공다툼을 하고 있다.

▲ 공 다툼하는 황인범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황인범이 공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본 포지션이 3선 미드필더인 황인범이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며, 주세종이 기존의 황인범 자리를 메우는 전형이었는데, 이는 평소보다 좀 더 수비적인 베스트 11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동안 황인범은 몇 차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바 있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기라도 한 듯 잦은 패스 미스와 판단력에서 아쉬움을 보이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주로 상대 골문을 바라보고 플레이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우 수비를 등지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애당초 선수 조합부터 어긋난 셈이다. 
 
한국 대표팀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도 기존과 동일한 4-2-3-1 포메이션을 고집했다.

▲ 한국 대표팀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도 기존과 동일한 4-2-3-1 포메이션을 고집했다. ⓒ 대한축구협회

  
무의미한 빌드업 축구, 대회 내내 답답한 공격력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사실 빌드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전방 압박을 시도하며 맞불을 놓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4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바레인, 카타르는 수비 일변도의 축구로 일관했다.

상대가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빌드업으로 압박을 풀어내고, 빠르게 골문 근처까지 올라서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결국 내려 앉은 밀집 수비를 어떻게 파괴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아시아 팀들의 밀집 수비에 대한 대처법을 확실하게 마련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상대가 움츠려드니 한국의 볼 점유율은 당연히 우세하다. 그러나 매 경기 한 골 차의 신승이었다. 카타르전을 포함, 총 5경기에서 6득점에 머물렀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대한민국 대 카타르 8강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카타르전에서도 90분 동안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앞선 4경기를 통해 발견한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언제나 같은 컨셉과 같은 전술을 고집했다. 단순히 좌우 풀백의 전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선수들의 침투 타이밍과 패스는 늘 불일치했다. 무엇보다 공격 속도가 너무 느리고 둔탁했다. 창의성은 없었고, 공을 소유하지 않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거의 전무했다.

필드 플레이어 모두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강행군을 소화한 손흥민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며, 전방에서 고립된 황의조는 홀로 외로웠다. 공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자 황의조는 측면이나 밑으로 빠지면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는 언제나 동료 선수들이 없었다.

심지어 이날 김진수의 왼쪽 오버래핑은 무기력했고, 이용은 전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두 풀백 모두 크로스가 너무 부정확했다. 좌우 풀백의 공격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전술에 있어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와의 후반전에서도 이렇다 할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의 철퇴 한 방을 맞고 무너졌다. 후반 33분 하템의 중거리 슈팅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흩날리는 땀방울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부알렘 코우키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 흩날리는 땀방울 2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부알렘 코우키와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급해진 벤투 감독은 주세종, 이청용을 빼고 지동원과 이승우를 조커로 투입했다. 그리고 센터백 김민재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극단적인 공격 형태의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한 골을 실점한 뒤에서야 선수들은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많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온 카타르의 밀집 수비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애당초 0-0일 때 후반 초반이나 중반에 변화를 가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매 경기 비슷한 베스트 11과 플랜 A를 고집하느라 주전들의 체력은 소진된 상태였고, 토너먼트에서는 역동적인 움직임마저 종적을 감췄다.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한 벤투호의 최종 성적표는 고작 아시아 8강이었다. 벤투 감독의 경직되고 완고한 전술 운용은 당분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실 벤투호의 문제점은 이뿐만 아니었다. 대회 내내 의료진 불화설을 비롯해 기성용, 이재성, 권경원, 황희찬의 부상 등 선수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에이스 손흥민은 컨디션 난조와 혹사로 인해 평소만큼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벤투호는 아시안컵에서 뼈저리게 실패를 경험했지만 향후 2022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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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한국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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