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구름관중' 열기...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 경기 (장충체육관, 2019.1.12)

여자배구 '구름관중' 열기...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 경기 (장충체육관, 2019.1.12) ⓒ 한국배구연맹

 
2018~2019시즌 V리그가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자배구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프로 리그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과 관중수의 급상승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자배구는 지난 16일 정규리그 6라운드 중 4라운드까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남자배구는 18일 한국전력-OK저축은행 경기를 끝으로 4라운드를 마무리한다.

여자배구 4라운드의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은 0.96%(닐슨코리아 케이블TV 가구 기준)로 집계됐다. 사실상 1%대에 육박한다. 요즘 같은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케이블TV 시청률 1%대면 '대박'으로 평가한다.

4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배구 '한 라운드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여자배구 한 라운드 최고 시청률은 지난 시즌 4라운드에 기록한 0.90%였다.

여자배구 시청률이 시간이 갈수록 급등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올 시즌 라운드별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을 살펴보면, 1라운드 0.69%, 2라운드 0.83%, 3라운드 0.88%, 4라운드 0.96%로 껑충 뛰었다.

그러면서 4라운드까지 평균 시청률이 0.84%에 달했다. 이는 지난 시즌 4라운드까지 기록한 0.81%를 추월한 수치다.

전체 시청률 급등 불구... 동시간대 2경기로 '평균 시청률'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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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여자배구 시청률이 놀라운 대목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 속에서 달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과 달리 평일 경기 시간을 오후 5시에서 남자배구와 똑같은 오후 7시로 옮겼다. 그러나 한국배구연맹(KOVO)은 수요일 하루만 그것도 여자배구만 동시간대에 2경기를 하고, 남자배구는 월·화·목·금요일에 1경기만 단독 경기를 하도록 편성했다.

TV 시청률 측면에서 보면, 여자배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V리그 개막 전까지만 해도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 여자배구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우려는 해소됐지만, 평균 시청률 면에서는 여전히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에 비해 큰 손해를 보고 있다. 팬들도 어느 한 경기는 시청을 포기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여자배구 팬들이 KOVO를 향해 지속적으로 불만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수요일 여자배구 동시간대 2경기의 시청률을 합산하면 1.5%~1.9%대로 매우 높지만, 개별 경기당 평균 시청률로 환산하면 0.75%~0.95%로 뚝 떨어지게 된다. 평균 시청률을 계산할 때는 동시간대 2경기의 합산 시청률이 반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단독 경기의 경우 고스란히 평균 시청률에 반영된다.

물론 최근에는 수요일 2경기의 평균 시청률(0.75~0.95%)마저도 지난 시즌 전체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0.78%)을 넘어서고 있다.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동시간대에 2경기를 했음에도 평균 시청률이 지난 시즌 1경기할 때와 똑같거나 높다는 건, 시청자층이 전체적으로 크게 확장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여자배구 시청자가 반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팀별로 팬층이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 부분은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여자배구 관계자와 팬들은 더욱 아쉬움을 토로한다. 여자배구도 남자배구와 같이 평일에 한 경기만 단독으로 편성했다면, 전체 평균 시청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건 같은' 주말 경기 시청률... '남자배구 추월' 속출

남녀 배구가 경기 시간대가 겹치지 않고, 각각 1경기만 하는 주말(토·일)에는 오히려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를 추월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는 여자배구와 남자배구의 시청률이 같거나 여자배구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 시즌 남녀 배구의 주말 경기 평균 시청률은 거의 대등했다. KOVO가 지난해 12월 26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3라운드까지 주말 경기 평균 시청률은 남자배구 0.93%, 여자배구 0.91%였다. 4라운드 주말 경기 평균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남자배구 1.13%, 여자배구 1.10%로 집계됐다.

결국 올 시즌 전체 평균 시청률에서 여자배구가 남자배구보다 낮게 집계되는 건, 평일 동시간대 2경기라는 불리한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는 남녀 배구의 평균 시청률이 대등한 상황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평가가 될 수 있다.

관중수에서도 여자배구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남자배구는 지난 시즌보다 소폭 감소했다. 4라운드까지 집계한 여자배구 총 관중수는 지난 시즌보다 20.6%(2만4541명)나 급증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수도 2393명에 달한다. 지난 시즌에는 4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수가 1984명이었다. 올 시즌 여자배구 평균 관중수는 남자배구보다도 많다.

여자배구 평일 경기 시간을 오후 5시에서 7시로 옮긴 것이 관중수 증가로 직결된 것이다. 오후 5시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직장인,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고 TV 시청자도 늘었다. 다행히 남자배구도 4라운드부터 관중수가 지난 시즌보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KOVO도 방침 변경... 여자배구 '평일 1경기-경기일수 증가'

결국 KOVO도 비판 여론을 수긍하고, 다음 시즌에는 여자배구도 평일에 '하루 한 경기'만 열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KOVO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 번 이사회 때 다음 시즌에는 여자배구도 평일 하루에 1경기씩 하고, 여자배구 평일 경기 일수도 화·수·목 등으로 늘리기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현재 그렇게 준비하고 있고, 구체적인 안은 배구팬, 방송사 등 여러 곳으로부터 여론을 듣고 좋은 방향으로 짤 것"이라고 말했다.

KOVO는 또 올해 한국 배구의 지상 과제인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남녀 배구의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이 10월 말~11월 초로 확정될 경우, 2019~2020시즌 V리그 개막 일정을 11월 9일로 연기할 계획이다. 올 시즌 V리그 개막일이 10월 13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시즌은 27일 정도 늦게 시작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KOVO 관계자는 "프로팀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 예선전에 총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며 "올해는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모든 일정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프로 리그의 흥행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는 당연해 보인다. 특히 여자배구는 김연경(32세·192cm)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배구계뿐만 아니라 일반 스포츠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다.

다만, KOVO는 V리그 라운드 수는 줄이지 않고, 기존 6라운드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평일 경기 수를 늘려서 4월 초에 V리그가 모두 종료되도록 일정을 구성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될 경우 다음 시즌은 남자배구와 여자배구가 평일 오후 7시 동시간대에 경기하는 일수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녀 배구의 시청률·관중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자칫 남녀 둘 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여자배구 평일 오후 7시와 하루에 한 경기씩 하는 방안은 그대로 가져가되, 남녀 경기가 겹치는 경우를 최소화하는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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