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곱 번째 팀은 온갖 잡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넥센 히어로즈다. 곧 새 이름과 함께 2019시즌을 맞이할 예정으로,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시즌을 치른 것은 올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선수단에게도, 팬들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던 이들의 2018시즌을 되돌아본다.

야구계와 팀을 흔들었던 사건사고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구단주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항소심에서 법원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구단주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항소심에서 법원은 이 전 대표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구단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사기 및 횡령, 배임 혐의로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법정에서 실형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야구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지만, 더 이상 히어로즈를 그에게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외에도 메인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의 스폰서비 지급 잠정 중단, 현금 트레이드 논란 등으로 선수단이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5월에는 조상우와 박동원, 주전급 선수 두 명의 성폭행 혐의가 알려지면서 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과 동시에 전력 손실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불펜과 포수진에서는 그 상태로 남은 시즌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6월 이후의 히어로즈에게는 다른 팀들과의 경쟁보다도 팀 내에서 발생하는 악재에 발목을 잡히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다행히 위태롭게 항해를 이어가던 히어로즈는 몇 차례의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똘똘 뭉친 선수단이 힘을 냈고,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시점부터 이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8월 2일 인천 SK전을 시작으로 무려 11연승을 질주하면서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기분좋게 맞이할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에 밀려 4위로 시즌을 마감한 히어로즈는 포스트시즌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았다. 그럼에도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경기로 끝낸 데 이어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은 무산됐지만, 힘든 과정을 거치고 올라온 플레이오프에서도 끝까지 SK를 끈질기게 괴롭히면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기존 선수 활약-신예 등장' 4년 전만큼 강렬했던 'NEW' 넥벤져스

타선에서는 서건창, 이정후, 박병호 등 원래 있었던 선수들이 제 몫을 충분히 다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제리 샌즈도 9월 이후 맹타를 휘두르면서 힘을 보탰다. 몇몇 주전급 선수들이 시즌 도중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기간에는 그 공백을 함께 메워나갔다. 말 그대로 '원 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마운드에서는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의 역투가 빛났다. 브리검은 무려 199이닝을 소화했고, 최원태는 이용찬(15승), 박종훈(14승)에 이어 양현종과 함께 국내 투수들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승수를 쌓았다. 'ERA 최하위' 불펜이 다소 불안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보근과 김상수가 필승조 역할을 잘해줬다.

무엇보다도, 2018년의 히어로즈는 4년 전의 넥벤져스 못지않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남겼다. 올해는 특히 기존에 있던 선수들과 함께 신예 선수들이 힘을 보태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졌다. 야수진에서는 김혜성, 김규민, 송성문 등이 돋보였고 마운드에서는 좌완 이승호, 포스트시즌에서 호투를 펼친 안우진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새 이름과 함께 출발' 히어로즈, 새해엔 좋은 뉴스가 많기를
 
 거취가 주목되는 FA 내야수 김민성

거취가 주목되는 FA 내야수 김민성 ⓒ 넥센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시즌 종료 이후 외국인 선수 계약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투수 브리검, 타자 샌즈와 재계약을 체결했고 새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를 영입했다. 부상으로 빠진 에스밀 로저스를 대신해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했던 에릭 해커가 포스트시즌까지 경기를 소화했지만, 재계약 도장을 찍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외국인 선수 구성은 모두 마쳤으나 히어로즈의 스토브리그가 끝난 것은 아니다. FA 자격을 취득한 '올 시즌 홀드 부문 2위' 이보근, '주전 3루수' 김민성과의 협상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FA 시장 개장 이후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시기상 연말에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해를 넘긴 이후에 두 선수의 거취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새해가 시작되면, 히어로즈는 5년간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키움증권과 손을 잡고 '키움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2019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올 겨울, 전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없었고 오히려 트레이드로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된 안방 보강에 성공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뿐만 아니라 SK를 위협할 대항마로도 꼽을 수 있는 팀이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출발할 2019시즌에는 히어로즈에 좋은 뉴스가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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