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5회, 잉글랜드 1부리그 18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구단 리버풀 FC는 1989-1990 시즌을 끝으로 무려 19년 동안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잉글리시 풋볼리그의 디비전1을 계승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이후엔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라이벌임을 자처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13번의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버풀은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약점이었던 골키퍼 포지션에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알리송을 영입했고 '기니 특급' 나비 케이타를 통해 중원을 보강했다. '알프스 메시' 제르단 샤키리도 특유의 터프한 플레이를 통해 리버풀의 공격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리버풀의 이적생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하며 리버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 EPA/연합뉴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이 단행한 투자는 이번 시즌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버풀은 리그 16라운드를 치른 현재 승점 42점으로 맨시티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파리 생제르망에 이어 C조 2위로 16강을 확정했다.

2500억 원을 투자해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이번 시즌에도 리버풀의 에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이집트의 축구 영웅이자 리버풀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에서 떡잎 보이고 영국에서 폭발한 이집트의 축구영웅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던 2002년, 만 10세의 어린 소년 살라는 이집트 카이로의 아랍 콘트랙터스 SC의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측면 수비수였던 살라는 아랍 콘트랙터스의 U-16팀 감독의 권유로 측면 공격수로 변신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량이 꽃피기 시작했다. 2010년 1군 팀으로 승격된 살라는 두 시즌 동안 활약하다가 2012년6월 스위스의 명문팀 FC바젤로 이적하며 유럽생활을 시작했다.

살라는 바젤에서의 첫 시즌 29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바젤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2013-2014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세계적인 명문구단 첼시FC를 두 번이나 꺾는 데 기여하며 주가가 상승했다(당시 첼시에는 에당 아자르, 케빈 더 브라위너, 페르난도 토레스, 프랭크 램파드, 존 테리, 후안 마타 등 슈퍼스타가 즐비했다). 그리고 살라는 첼시를 두 번이나 무너트린 활약을 계기로 2014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첼시로 이적했다.

하지만 살라는 첼시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1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F 피오렌티나로 임대됐다. 살라는 피오렌티나 이적 후 7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AS로마로 이적한 살라는 2015-2016 시즌 리그 34경기에서 20개의 공격 포인트, 2016-2017 시즌 모든 대회에서 19골 15도움을 기록하며 세리에A 최고의 측면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살라는 지난해 6월 프리미어리그 재도전을 선택했다.

살라는 3690만 파운드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종전 기록은 앤디 캐롤의 3500만 파운드)을 세우며 리버풀 유니폼을 입었다(이 기록은 1년 후 알리송과 케이타에 의해 깨졌다). 리버풀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투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살라에게 한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은 게 됐다. 살라가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데뷔 시즌을 만들며 리버풀은 물론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살라는 2017-2018 시즌 리그에서만 36경기에서 32득점10도움을 기록하며 해리 케인(토트넘 핫스퍼),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같은 쟁쟁한 공격수들을 제치고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살라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리버풀을 11년 만에 결승으로 이끌며 유럽 전체가 주목하는 공격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살라의 2018년은 묘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살라 1골 1도움' 리버풀, 맨시티 3-0 완파…4강 청신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가 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전반 12분 선제 결승 골을 넣은 살라는 31분 사디오 마네의 쐐기 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친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을 3-0으로 꺾고 4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오른쪽) ⓒ EPA-연합뉴스

 
살라의 초반 부진은 단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살라는 어깨 부상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순 없었다. 살라는 월드컵 출전 강행을 선언하며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결국 가장 중요했던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살라는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전에 출전해 각각 1골씩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지만 이집트는 3전 전패로 쓸쓸하게 월드컵 일정을 마감했다.
 
'너와 나 한폭의 데칼코마니'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와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왼쪽)와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느덧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가 된 살라는 지난 시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살라는 15라운드까지 7골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했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강해진 리버풀의 전력과 2배 이상 높아진 주급 등을 고려하면 만족스런 활약은 아니었다. 게다가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세리에A의 SSC 나폴리와 2위 경쟁을 펼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살라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의 부상과 그에 따른 월드컵에서의 고전을 씻어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살라는 지난 8일 AFC 본머스와의 16라운드 경기에서 혼자 3골을 퍼붓는 원맨쇼를 펼치며 단숨에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FC)와 함께 득점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특히 후반 2분 저돌적인 드리블로 수비 2명을 제친 후 반대쪽 골문 구석으로 가볍게 차 넣은 2번째 골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했다.

살라는 12일에 열린 나폴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리버풀의 16강행을 견인했다.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나폴리의 골문을 위협하던 살라는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제임스 밀너의 패스를 받아 수비 1명을 벗겨낸 후 주로 쓰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 슈팅을 통해 나폴리의 골문을 흔들었다. 살라의 골은 그대로 리버풀의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이 됐고 리버풀은 C조 2위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행을 확정 지었다.

살라는 지난 본머스전에 이어 나폴리전까지 골을 기록한 후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소위 '무표정 뒤풀이'를 선보였다. 이를 두고 팬들은 살라가 새로 밀고 있는 '시그니처 뒤풀이'라는 얘기부터 살라가 리버풀 구단과 불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살라가 골을 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크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포옹할 때마다 살라를 향한 콥(리버풀 팬의 애칭)들의 사랑은 점점 커질 것이다.
 
 EPL 리버풀 소속 선수 모하메드 살라

EPL 리버풀 소속 선수 모하메드 살라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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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리버풀FC 모하메드 살라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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