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후 숭의 아레나 S석에 구름 관중이 몰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과 만세를 함께 나누는 순간.

경기 종료 후 숭의 아레나 S석에 구름 관중이 몰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과 만세를 함께 나누는 순간. ⓒ 심재철

 
2018년 숭의 아레나(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K리그 1 평균 관중은 4168명(12월 1일 시즌 끝 경기 관중수 제외)이었다. 그런데 시즌 마지막 경기에 놀라운 기록이 찍혔다. 그 이전까지 평균 관중수의 2.2배에 해당하는 9123명이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승리와 1부리그(K리그1) 잔류를 확인하기 위해 12월 첫 날을 장식한 것이다. 당연히 이번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홈 경기 최다 관중수 기록이 찍혔다.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고 모든 팀들에게 다섯 경기의 마지막 기회가 남았을 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전남 드래곤즈와 꼴찌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달 3일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35라운드)를 2-1로 이긴 뒤에 겨우 11위에 올라설 정도로 휘청거린 것이다. 그런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바로 그 경기부터 이 마지막 경기까지 4경기를 모두 이겼다. 거짓말처럼 이번에도 1부리그 잔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8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셋이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3-1로 완승을 거둬 최종 순위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미 지난 라운드에서 최종 순위 12위가 확정되어 2019 시즌에 K리그2로 내려가게 된 전남 드래곤즈는 스플릿 라운드 5경기 전패(4득점 10실점)의 초라한 기록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레골라스 '남준재' 날다

김동진 주심의 시작 휘슬이 울리고 1분도 안 되어 무고사의 전진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놀라운 스피드로 전남 골문을 위협하는 바람에 너무 일찍부터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이 바쁘게 돌아간 경기였다.

25분, 인천 유나이티드는 9123명 홈팬들에게 보기 드문 슈퍼 골을 선물하며 숭의 아레나를 어느 때보다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그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파란 화살을 쏘는 레골라스 남준재였다. 문선민이 차 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반원 밖에 있던 남준재가 전남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향해 달려들며 왼발 발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오른쪽 손등 골절상을 입어 뛰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1부리그 잔류 운명이 걸린 시즌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뛰겠다는 의지가 멋진 슈퍼 골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준재는 4분 뒤에도 유연한 드리블 솜씨를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활약을 펼쳤다. 전남 드래곤즈 페널티 지역 모서리 바로 안쪽으로 파고드는 남준재의 발을 왼쪽 풀백 최효진이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31분, 남준재가 얻은 페널티킥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로 성공시키는 순간

31분, 남준재가 얻은 페널티킥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로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이 결정적인 기회를 인천 유나이티드 간판 골잡이 무고사가 놓칠 리 없었다. 골키퍼 박대한이 지키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 골문을 향해 강한 오른발 인스텝킥을 꽂아넣은 것이다. 

이 추가골 덕분에 숭의 아레나는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39분에 전남 드래곤즈의 허용준이 오른발 만회골을 터뜨리며 따라붙었지만 그라운드 위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나 관중석의 팬들이나 조급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전남의 만회골을 터뜨린 허용준은 48분에 골대 불운을 겪었다. 자기 마크맨도 없었고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도 활짝 열린 상황이었지만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된 전남 드래곤즈의 운명을 말해주는 순간으로 보였다.

팬들과 어우러진 인천 유나이티드의 잔류 동화

크로스바 덕분에 동점 위기를 넘긴 인천 유나이티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효율적인 역습 전술을 펼쳤다. 그 덕분에 56분에 멋진 쐐기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전남 드래곤즈의 패스 미스가 나오고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습이 전개됐다.

그 중심에 무고사와 문선민이 마음으로 통하고 있었다. 상대 팀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라인을 꿰뚫고 있는 문선민이 빠져들어가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어 무고사의 오른발 전진 패스가 잔디 위를 미끄러져 지나갔다. 상대 수비수 둘을 보기 좋게 따돌린 문선민은 각도를 잡고 앞으로 나온 전남 골키퍼 박대한의 타이밍을 빼앗는 찍어차기로 3-1 점수판을 만든 것이다. 

문선민은 이 골로 2018 K리그 1 득점 랭킹 5위(14골, 경기당 0.38골)에 올랐다. 1위 말컹(26골, 경남 FC)부터 7위 데얀 다미아노비치(13골, 수원 블루윙즈)에 이르기까지 문선민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토종 골잡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전북 현대의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13골, 경기당 0.37골)보다 1골을 더 넣었기 때문에 본인 커리어 중 최고의 시즌을 마무하게 된 문선민이다.

문선민은 이 득점 후에도 어김없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S석 바로 앞에서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쳐 9123명 홈팬들을 더 기쁘게 해 주었다. 
 
 56분, 무고사의 놀라운 어시스트 패스를 받아 3-1 쐐기골을 터뜨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날개공격수 문선민. 그는 이 골로 2018 K리그1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56분, 무고사의 놀라운 어시스트 패스를 받아 3-1 쐐기골을 터뜨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날개공격수 문선민. 그는 이 골로 2018 K리그1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 심재철

 
이처럼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018 시즌을 해피 엔딩으로 장식했다. 시즌 중에 감독을 교체하면서도 꼴찌 꼬리표를 달고 다녔지만 마지막 네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신임 안데르센 감독의 '잔류 동화' 마침표를 9위로 찍어낸 것이다.

스플릿 라운드 경기 결과만 놓고 순위표를 작성하면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4승 1패(12점 9득점 5실점)로 1위다. 역시 하위 스플릿에 있는 대구 FC가 무패 기록으로 3승 2무(11점 5득점 2실점)를 거둬 2위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가을부터 초겨울에 이르기까지 1부리그에 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은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팬들의 외침을 귀담아들은 것에 있다. 순위는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팬들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뒷심을 분명히 믿고 응원의 목소리를 더 크게 모아주었다. 

지난달 10일 춘천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비상 원정대 버스 8대가 뜬 것이 대표적인 응원의 힘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을 마치 홈 경기장처럼 느꼈고 3-2 짜릿한 승리 선물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경기 후반전 교체 선수 이정빈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 눈물을 흘리며 그 이름을 외쳤던 서포터 김가람씨가 전남 드래곤즈와의 이번 홈 경기에 시축을 맡기도 했다. 

이처럼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파랑 검정'이라는 그들의 상징색으로 언제나 뜨겁게 뭉친다. 평일이었지만 지난 4월 11일(수)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 관중수가 1402명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12월 1일 9123명의 관중수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팀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던 여름에 부임하여 소방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신임 감독 욘 안데르센의 뛰어난 지도력,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표에 뽑힌 이후 팀의 새로운 간판이 된 특급 날개공격수 문선민, 돌아온 레골라스 남준재, 데뷔 첫 시즌에 19골이나 넣으며 뛰어난 공격 능력을 자랑한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무고사, 임대 신분이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왼발 감각으로 도움 순위 2위(10개)에 오른 미드필더 아길라르 등이 인천 유나이티드가 바닥을 찍고 9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핵심 인물이다.

그리고 이들과 언제나 어울려 한목소리를 울려준 팬들이 거기에 있고, 또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숫자가 늘고 있다. 그들이 함께 만든 응원가 여럿 중 하나인 Bella Ciao에 이런 가사가 있다.

"무엇에 끌려 이 곳에 왔나. 그건 바로 내 운명" 

바로 여기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특유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다.

2018 K리그 원 38R 결과(1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
★ 인천 유나이티드 FC 3-1 전남 드래곤즈 [득점 : 남준재(25분), 무고사(31분,PK), 문선민(56분,도움-무고사) / 허용준(39분,도움-한찬희)]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문선민(87분↔이정빈), 아길라르, 고슬기, 남준재(62분↔김보섭)
DMF : 한석종
DF : 김동민, 김정호, 김대중, 정동윤(69분↔최종환)
GK : 정산

◎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
FW : 양준아(60분↔완델손)
AMF : 한찬희, 허용준, 김영욱
DMF : 유고비치(46분↔김평래), 이상헌(80분↔김경민)
DF : 최효진, 이지남, 도나치, 이유현
GK : 박대한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FC 41%, 전남 드래곤즈 59%
유효 슛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개, 전남 드래곤즈 10개
슛 : 인천 유나이티드 FC 13개, 전남 드래곤즈 20개
코너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개, 전남 드래곤즈 9개
프리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8개, 전남 드래곤즈 21개
오프사이드 : 인천 유나이티드 FC 1개, 전남 드래곤즈 2개
파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 17개, 전남 드래곤즈 19개
경고 : 인천 유나이티드 FC 2장(16분 고슬기, 87분 김보섭), 전남 드래곤즈 1장(82분 이유현)

◇ 2018 K리그1 최종 순위표
1위 전북 현대 86점 26승 8무 4패 75득점 31실점 +44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2위 경남 FC 65점 18승 11무 9패 59득점 44실점 +15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3위 울산 현대 63점 17승 12무 9패 59득점 44실점 +15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4위 포항 스틸러스 54점 15승 9무 14패 48득점 49실점 -1
5위 제주 유나이티드 54점 14승 12무 12패 42득점 42실점 0
6위 수원 블루윙즈 50점 13승 11무 14패 53득점 54실점 -1
7위 대구 FC 50점 14승 8무 16패 47득점 56실점 -9
8위 강원 FC 46점 12승 10무 16패 56득점 60실점 -4
9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42점 10승 12무 16패 55득점 69실점 -14
10위 상주 상무 40점 10승 10무 18패 41득점 52실점 -11
11위 FC 서울 40점 9승 13무 16패 40득점 48실점 -8 ***** 승강 플레이오프
12위 전남 드래곤즈 32점 8승 8무 22패 43득점 69실점 -26 ***** K리그2 강등

◇ 스플릿 라운드 5경기 순위표
1위 인천 유나이티드 FC 12점 4승 1패 9득점 5실점 +4
2위 대구 FC 11점 3승 2무 5득점 2실점 +3
3위 제주 유나이티드 10점 3승 1무 1패 5득점 2실점 +3
4위 전북 현대 9점 2승 3무 7득점 3실점 +4
5위 울산 현대 7점 2승 1무 2패 8득점 8실점 0
6위 포항 스틸러스 7점 2승 1무 2패 8득점 8실점 0 (울산 3-1 포항 승자승 반영)
7위 경남 FC 7점 2승 1무 2패 5득점 5실점 0
7위 강원 FC 7점 2승 1무 2패 5득점 5실점 0
9위 상주 상무 7점 2승 1무 2패 3득점 3실점 0
10위 FC 서울 4점 1승 2무 2패 5득점 6실점 -1
11위 수원 블루윙즈 1점 1무 4패 5득점 12실점 -7
12위 전남 드래곤즈 0점 5패 4득점 10실점 -6

◇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
☆ 부산 아이파크 - FC 서울 (12월 6일 목요일 오후 7시, 부산 구덕 운동장)
☆ FC 서울 - 부산 아이파크 (12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1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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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남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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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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