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탁월한 기술과 우수한 신체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들은 그라운드에서 차이를 만든다. 구단의 1년 농사의 성패가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갈린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K리그 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로 소속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득점왕은 경남FC의 말컹(26골)이 차지했고, 도움왕은 대구FC의 세징야(11도움)가 가져갔다. 2013년 이후 5년 만에 K리그1의 득점왕과 도움왕 모두 외국인 선수가 주인공이 됐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기 마련이다. 외국인 선수의 뛰어난 활약에 웃은 팀과 대조적으로 쓴맛을 본 팀들도 여럿 있었다. 2018년 K리그1 팀들의 외국인 선수 성적표를 살펴본다.

'대박'의 연속 - 경남, 울산, 인천, 대구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가 수원삼성을 상대로 승리 후 2위가 확정되자 말컹이 활짝 웃고 있다. 2018.11.25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가 수원삼성을 상대로 승리 후 2위가 확정되자 말컹이 활짝 웃고 있다. 2018.11.25 ⓒ 연합뉴스

 
지난 시즌 K리그2 챔피언 자격으로 올 시즌 K리그1에 합류한 경남 FC가 사고를 쳤다. 목표였던 상위 스플릿을 넘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적을 일궈냈다. 중심에는 단연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지난해 K리그2에서 22골을 넣었던 말컹은 K리그1도 정복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폭발적인 슈팅으로 26골을 잡아내며 강원 FC의 제리치와 울산 현대의 주니오의 추격을 뿌리치고 득점왕에 등극했다. 괴물 같은 플레이에 어울리지 않는 깜찍한 골 셀레브레이션도 팬들을 즐겁게 했다.

말컹을 제외한 다른 외인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성실함과 번뜩임을 동시에 갖춘 네게바는 측면을 지배했고, 일본 출신의 잊혀진 천재 쿠니모토는 중요한 순간 해결사로 나타났다. 여름에 합류한 파울링요도 팀에 보탬이 됐다.

울산 현대도 외인들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리차드가 단단한 수비력으로 후방의 버팀목이 됐고, 오르샤는 이적 전까지 간결한 돌파와 슈팅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주니오는 22골을 터뜨리며 울산의 빠른 역습의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 맨체스터 시티 출신의 미드필더 믹스는 한 차원 다른 패스로 후반기 울산의 대반전에 중추 역할을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외국인 선수들 덕에 잔류하며 '생존왕' 명성을 이어갔다. '몬테네그로 특급' 무고사는 19골 4도움이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겼고, 코스타리카 출신의 아길라르 치명적인 패스로 10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부노자는 열정적인 수비로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다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치명적인 한 방은 인천이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실점(69실점)을 허용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대구 FC는 세징야의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와 츠바사와 지안의 부진으로 애를 먹었다. 여름 이후 반전을 일궈냈다. 컨디션을 찾은 세징야가 상대 수비진에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유영했다. 여름에 새롭게 합류한 에드가(8골)는 세징야의 패스를 빈틈 없이 마무리했고, 조세도 중요한 순간 골망을 갈랐다.

그래도 '밥값'은 했다 - 전북, 포항, 제주, 수원, 강원
 
 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전북현대와 경남FC의 경기. 전북 로페즈(오른쪽)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12.2

2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전북현대와 경남FC의 경기. 전북 로페즈(오른쪽)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18.12.2 ⓒ 연합뉴스

 
대부분 클럽들의 외국인 선수들이 그래도 제 몫을 해줬다. 먼저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는 보유한 외국인 선수들이 대체로 좋은 활약을 했다. 로페즈가 폭발적인 속도와 힘으로 13골 6도움을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장기 부상으로 고생했던 지난해의 아픔을 훌훌 털어낸 로페즈다. 다만 기대가 컸던 아드리아노(8골)와 티아고(2골)의 플레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세 시즌 만에 상위스플릿에 합류한 포항 스틸러스에는 채프만이 있었다. 인천에서 넘어온 채프만은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포항 수비 라인의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간혹 나오는 롱패스도 일품이었다. 반면 공격수 레오가말류(6골)의 활약은 시즌 초반에 국한됐고, 제테르손과 알레망 등의 활약도 부족했다.

시즌 내내 빈공에 시달렸던 제주는 찌아구(8골)와 마그노(8골)가 고비마다 골을 넣어주며 팀을 살렸다. 과거 제주의 화려한 시절을 이끌었던 산토스나 마르셀로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이번 시즌 제주 입장에서는 소중한 존재였다. 반대로 알렉스와 호벨손의 영향력은 미비했다.

수원 삼성은 데얀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13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했다. 여름에 영입한 사리치는 환상적인 왼발 킥으로 단숨에 수원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바그닝요는 준수한 활약으로 팀에 녹아들었지만 큰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크리스토밤은 별다른 활약 없이 팀을 떠났다.

강원 FC에는 '소양강 폭격기' 제리치가 있었다. 보스니아에서 온 거구의 사나이는 침착한 공 소유와 정밀한 슈팅으로 강원의 꼭짓점 역할을 수행했다. 24골을 넣은 제리치는 부진한 정조국의 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메웠다. 하지만 디에고(7골)는 지난 시즌보다 부진하며 아쉬움을 자아냈고, 수비수 발렌티노스는 강원 수비의 안정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맥고완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쪽박'으로 끝난 외국인 농사 - 서울, 전남

지지난 시즌 K리그1 우승팀 서울은 올 시즌 바닥을 쳤다. 시즌 개막 전 팀의 주축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떨어지는 순위를 잡기 위해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했지만 11위라는 굴욕적인 최종 순위를 받았다. 당장 다음주에 있을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면 내년 시즌은 K리그2에서 보내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는 최악이었다. 지난 시즌 대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에반드로는 3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코바는 팀 공격에 보탬이 전혀 되지 못했고, 여름에 영입한 마티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안델손(6골)이 분전했지만 수렁에 빠진 서울을 구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데얀, 몰리나, 아디, 오스마르 등 상암을 수놓았던 화려한 외국인 선수들을 추억하는 팬들에게 올 시즌은 악몽에 가까웠다. 시즌 막바지에 최용수 감독이 아예 외국인 선수 없이 일정을 소화한 사실이 서울의 끔찍한 1년을 방증한다.

K리그1 최하위로 강등을 당한 전남 드래곤즈의 외국인 선수들도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그 어떤 외국인 선수도 국내 선수를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믿을만한 수비 자원 토미는 구단과 마찰을 빚은 끝에 팀을 떠났다. 유고비치는 분전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완델손(4골)과 마쎄도(7골)가 김인완 감독 대행 체재에서 깜짝 활약했지만, 시즌 종료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영향력은 빠르게 감소했다. 과거 전남 공격의 리더였던 스테보 혹은 자일이 그리웠던 2018년의 전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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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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