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한 팀에 오랫동안 몸을 담는 선수들은 전체 선수들 중에서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도 있고, FA 협상에서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하물며 KBO리그에서 1년 단기 계약만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매년 시즌마다 성적에 의해 평가를 받고 그 성과에 따라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다른 팀을 찾거나 다른 나라 리그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프로 선수로 활동하거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수들이다. 새로운 리그에 도전하고 싶거나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자리를 얻지 못한 선수들은 매년 KBO리그나 일본 등 다른 여러 나라의 이적 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록한 용병들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며 리그에서 역사적인 기록들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렀던 용병들이 정들었던 대한민국 땅을 떠나야 할 위기에 놓였다.

베테랑 중 린드블럼만 재계약 유력, 나머진 한국 떠날 위기

이러한 현상은 주로 투수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특히 4년 이상 꾸준히 활동했던 외국인 투수들에게서 두드러지는데, 이들은 꾸준히 활약하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줬지만 상대 팀들에 의해 분석되면서 점차 하락세를 보였던 선수들이었다.

4년 이상 꾸준히 뛰었던 투수들로 한정하자면 2011년부터 8년째 활약했던 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하여 NC 다이노스의 초창기 외인 투수였던 에릭 해커, 무려 3팀에서 활약했던 헨리 소사, SK 와이번스에서 우승을 맛본 메릴 켈리 그리고 올 시즌 최동원 상 수상자인 조쉬 린드블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켈리는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SK를 떠나기로 했다(1988년생).
 
내가 SK 켈리 7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3차전 경기. 6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SK 선발투수 켈리가 환호하고 있다.

SK 투수 켈리 ⓒ 연합뉴스


본인의 진로 선택에 의해 떠나는 켈리를 제외하더라도 재계약이 유력한 베테랑 투수는 린드블럼뿐이다. 외국인 수상이 적용된 첫 해부터 최동원 상을 수상할 만큼 현재 리그 최고의 투수 중 1명인 린드블럼을 재정 문제에 부딪히지 않는 이상 상식적으로 붙잡지 않을 팀은 없다(15승 4패 평균 자책점 2.88).
 
니퍼트, 긴장감을 극복해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 1회초 kt 선발투수 니퍼트가 투구 도중 땀을 닦고 있다.

kt투수 니퍼트 ⓒ 연합뉴스


나머지 선수들은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운명이다. kt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영입이 확정되었으며 윌리엄 쿠에바스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니퍼트나 라이언 피어밴드 중 최소 1명은 떠나야 하며, 쿠에바스와 계약까지 완료되면 2명 모두 떠나야 한다.

브룩스 레일리의 경우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지난 4년 동안 43승 39패 평균 자책점 4.19를 기록했던 레일리는 2017년 평균 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11승 13패 4.74로 평균 자책점이 1점 가까이 상승하며 하락세가 뚜렷했다. LG에서 뛰었던 소사도 올 시즌 후반기 평균 자책점은 6.06으로 재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할 만한 모습이었다.

높아진 외국인 선수 세금 비율, 고액 연봉 선수 영입 힘들어

예년 같았으면 그래도 새로운 선수들의 적응 문제보다는 검증된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이 KBO리그 팀들의 외국인 선수 활용 방향이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 그러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롭게 바뀐 납세 제도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세청은 2018년부터 일정 기간 이상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국내 거주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은 이전보다 세금을 2배 이상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그 동안 오랫동안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은 이전에 뛰었던 기간까지 인상된 세금을 몰아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미국 출신 선수들은 한미 조세 협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은 낫다. 그러나 한미 조세 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다른 국적 선수들에게는 더 높은 세금이 매겨지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저 버나디나(네덜란드 령 퀴라소 출신)와 헥터 노에시(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등이다.
 
 8월 맹타로 KIA 타선을 이끌고 있는 버나디나

KIA 버나디나 ⓒ KIA 타이거즈


버나디나의 경우는 KIA 타이거즈가 재계약 불가를 선언하고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상태다. KIA는 그 동안 중심 타선에서 타점을 담당했던 김주찬(1981년생), 이범호(1981년생), 최형우(1983년생) 등 베테랑 선수들의 나이를 감안하여 타선을 보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KIA는 용병 타자로서 버나디나 같은 전천후 타자보다는 파워 히터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버나디나가 성적은 준수했지만 1984년 생으로 30대 중후반에 접어든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KIA는 3명의 용병들 중 헥터는 재계약 의지를 보이며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 각종 비용을 포함하여 10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헥터는 재계약 대상자라서 이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헥터는 2017년 20승(다승 공동 1위)에서 2018년 11승으로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다. 현실적으로 연봉이 삭감될 것이 유력하지만 보류선수에 포함된 만큼 25% 이상을 삭감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헥터와 재계약하려면 최소 15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 미국 출신 선수보다 더 많은 세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KIA 투수 헥터 ⓒ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서 헥터가 KBO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다른 팀으로 가게 될 경우 신규 계약 선수로 분류되어 100만 달러밖에 받을 수 없다. 게다가 KIA의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KIA가 5년 동안 보류권을 갖고 있어서 이를 풀어주지 않는 한 KBO리그의 다른 9팀으로 갈 수도 없다.

비록 지난 해에 비해 크게 부진했지만, 새로운 제도로 인하여 100만 달러 미만의 연봉 수준에서는 헥터에 버금갈 선수가 없다는 판단 하에 KIA는 헥터를 붙잡기로 한 것이다. 현실적인 제도 내에서 헥터가 만족할 만한 계약을 이뤄낼 과정은 다소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새로운 선수 찾는 구단들, 모험 대가는?

니퍼트와 피어밴드 대신 새로운 투수들을 영입한 kt는 알칸타라와 65만 달러에 계약했다(쿠에바스 협상 진행중). LG는 소사 대신 케이시 켈리를 연봉 상한선인 100만 달러에 영입했고, 히어로즈 역시 해커 대신 에릭 요키시를 50만 달러에 영입했다. 성적이 검증된 투수 대신 성적을 낼 수 있는 젊은 선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용병 선수들의 영입에 있어서는 성적 이외의 다른 요소도 필요하다. 바로 다른 나라의 문화나 다른 리그에 대한 적응 문제다.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맛보기는 할 수 있지만, 정규 시즌 144경기를 치러봐야 KBO리그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듯이 새로운 용병 선수들에게는 최소 1시즌 이상의 적응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한때 검증되었던 선수들 중에서 KBO리그에 왔다가 오히려 적응 문제로 인해 퇴출된 사례도 많았다. 한때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팀 동료 출신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던 스캇 반 슬라이크의 경우도 2018년 시즌 후반 두산 베어스가 영입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1군에서도 몇 경기 보이지 못한 채 떠났다.

게다가 100만 달러라는 이적료 상한선 제한과 세율의 상승 등 금전적인 문제도 더욱 복잡해졌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올 정도의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처럼 룰5 드래프트에 나올 법한 정도의 수준급 젊은 자원을 데려오기도 어렵다. 아직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은 대개 다른 나라의 최상위 리그보다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호한다. 켈리 역시 아직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충분한 나이였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선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O리그의 팀들은 용병 선수들에 대한 세대 교체를 선택했다. 내국인 선수들에 비해 위험도가 큰 대가를 선택한 구단들이 과연 2019년 시즌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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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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