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골이 늦었지만 수원의 파랑색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분만에 뼈아픈 실수로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번 시즌 강팀 전북을 물리치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라보았기 때문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더욱 절실했던 수원이다. 그래서 이 패배는 너무나 쓰라릴 수밖에 없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25일 오후 2시 창원 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7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에서 경남 FC가 승리했다. 경남 FC는 후반전 교체 선수 쿠니모토의 기막힌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겨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최종 순위 2위를 확정했다.
 
경남 FC 홈 마지막 경기 활짝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김효기가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경남 FC 홈 마지막 경기 활짝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김효기가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끝까지 불어닥친 경남의 돌풍

2부리그(2017 K리그 챌린지)를 평정하고 승격하자마자 이렇게 높은 곳까지 치고 올라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끝내 경남 FC는 우승 팀 전북 현대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2018 K리그 1 득점왕이 유력한 간판 골잡이 말컹(26골, 경기당 0.84골)이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었지만 경남 FC는 네게바, 김효기, 파울링요의 공격력으로 수원 블루윙즈 골문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었다. 
 
경남 파울링요 '가자'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 파울링요가 드리블하고 있다.

▲ 경남 파울링요 '가자'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 파울링요가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홈 팀 경남 FC는 경기 시작 후 30분만에 네게바의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분위기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날아올라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지만 경남 선수들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9분 뒤에 첫 골이 터졌다. 파울링요의 과감한 돌파가 오른쪽에서 빛났고 그의 오른발 슛이 노동건의 다리에 걸렸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때를 기다리던 김효기가 미끄러지며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경남 FC 김효기 '수원전 선제골'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김효기가 선제골을 넣은 후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 경남 FC 김효기 '수원전 선제골'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김효기가 선제골을 넣은 후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의 이 첫 골은 갈 길 바쁜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수원으로서는 이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4위 자리가 눈에 들어오는 입장이었다. 3위 울산 현대가 2018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서 대구 FC를 이기고 우승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마지막 희망을 걸고 뛴 수원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골 기회가 있었다. 실점 후 2분만에 수원 블루윙즈의 차세대 에이스라 불리는 전세진이 경남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슛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완벽한 슛 동작을 욕심내며 공을 끌다가 경남 수비수에게 막히고 말았다. 

쿠니모토의 놀라운 결승골, 수원의 꿈 사라져

그래도 수원 블루윙즈의 챔피언스리그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후반전에 경기를 뒤집는다면 다음 주 마지막 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걸고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55분에 경남 골문 안으로 수원의 동점골이 굴러들어갔다. 수원 미드필더 조원희의 왼발 중거리슛이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며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노수용 제1부심의 깃발이 높이 올라가고 말았다. 조원희의 발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데얀이 오프 사이드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수원 데얀 동점골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삼성 데얀이 동점 골을 넣고 있다.

▲ 수원 데얀 동점골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삼성 데얀이 동점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미세한 차이라서 수원 선수들은 억울했지만 그래도 동점골을 향해 뛸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었지만 수원이 82분에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내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염기훈의 드리블 돌파를 경남 수비수 김현훈이 잡아챈 것이 김용우 주심에게 걸린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수원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켰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약 10분 정도 남아있는 시점이었기에 수원 블루윙즈의 역전승 의지가 더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5분 뒤 수원의 뒷문이 허술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88분, 수원 골문 앞 위험 지역에서 높게 뜬 공을 향해 달려든 선수는 모두 세 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경남 FC 선수들이 2명이었다. 수원 센터백 조성진이 몸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여기서 공을 따낸 경남 FC의 후반전 교체 선수 쿠니모토가 보기 드문 발재간을 자랑하며 왼발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막으러 다가오는 수원 골키퍼 노동건을 재치있는 드리블로 따돌린 것도 모자라 왼쪽 끝줄 바로 앞 슛 각도가 거의 없는 곳이었지만 절묘한 왼발 슛으로 골 라인을 통과시킨 것이다. 수원 수비수 곽광선이 몸을 내던지며 커버 플레이를 펼쳤지만 소용없는 완벽한 타이밍의 골이었다.
 
경남 FC 특급 쿠니모토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쿠니모토가 역전 슛을 성공한 후 손짓하고 있다.

▲ 경남 FC 특급 쿠니모토 2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경남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 경남FC 쿠니모토가 역전 슛을 성공한 후 손짓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이 결승골이 수원 블루윙즈의 챔피언스리그 꿈을 산산조각낸 셈이다. 이 경기 직후에 스틸 야드에서 이어진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홈 팀 포항이 패했다면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바로 그 경기에서도 포항 스틸러스의 후반전 교체 선수 김지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85분에 성공시켜 1-1로 비겼다. 

김지민이 따낸 이 승점 1점이 포항 스틸러스의 4위 확정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울산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제주 유나이티드가 5위가 됐지만 포항 스틸러스와의 승점 차이가 3점, 득점 수에서도 포항 47득점, 제주 유나이티드 40득점으로 남은 1경기만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정규리그 1~3위를 확정한 '전북, 경남 FC, 울산 현대'에 배부된다. 그런데 3위 울산이 대구 FC와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FA컵 우승 팀에 배부되는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정규리그 4위 팀에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다음 달 2일 오후 2시 일제히 열리는 2018 K리그 1 마지막 라운드에서 가장 주목받을 팀은 포항 스틸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8 K리그 원 37R 결과(25일 오후 2시, 창원 축구센터)

★ 경남 FC 2-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김효기(39분), 쿠니모토(88분) / 데얀 다미아노비치(83분,PK)]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경남 FC 38%, 수원 블루윙즈 62%
유효 슛 : 경남 FC 8개, 수원 블루윙즈 5개
슛 : 경남 FC 13개, 수원 블루윙즈 12개
코너킥 : 경남 FC 3개, 수원 블루윙즈 6개
프리킥 : 경남 FC 12개, 수원 블루윙즈 23개
오프 사이드 : 경남 FC 1개, 수원 블루윙즈 5개
파울 : 경남 FC 11개, 수원 블루윙즈 18개
경고 : 경남 FC 2장, 수원 블루윙즈 1장

★ 울산 현대 0-1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마그노(64분)]
★ 포항 스틸러스 1-1 전북 현대 [득점 : 김지민(85분) / 로페즈(58분,PK)]

◇ 2018 K리그 1 상위 스플릿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85점 26승 7무 4패 74득점 30실점 +44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2 경남 FC 64점 18승 10무 9패 58득점 43실점 +15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3 울산 현대 60점 16승 12무 9패 58득점 45실점 +13  *** 2019 AFC 챔피언스리그
4 포항 스틸러스 54점 15승 9무 13패 47득점 46실점 +1
5 제주 유나이티드 51점 13승 12무 12패 40득점 42실점 -2
6 수원 블루윙즈 50점 13승 11무 13패 53득점 52실점 +1

◇ 상위 스플릿 마지막 라운드 일정(12월 2일 일요일 오후 2시, 왼쪽이 홈 팀)
☆ 수원 블루윙즈 - 제주 유나이티드(장소 : 빅 버드)
☆ 포항 스틸러스 - 울산 현대(장소 : 스틸 야드)
☆ 전북 현대 - 경남 FC(장소 : 전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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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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