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페널티킥은 크로스바를 넘어 높게 떠서 날아가 버렸다. 전반전에 베트남 골문 양쪽 기둥을 번갈아 때린 것도 모자라 크로스바까지 때리는 불운을 겪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로 '골 운이 안 따르는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기다리며 상대 골문을 두드렸다.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처럼 조급하게 달려든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5일 오후 9시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있는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 C조 베트남과의 세 번째 경기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내년 20세 이하 월드컵 진출 티켓이 걸린 경기(29일 오후 6시)에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10월 25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3-1로 승리했다.

10월 25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3-1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골대 불운도 모자라 날아가버린 페널티킥까지

이 경기 전까지 2패(2득점 4실점) 기록으로 C조 네 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된 베트남이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달라붙을 줄은 몰랐다. 그들은 마치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다른 대회에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뛰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베트남 선수들이 발휘한 덕분에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베트남을 조금 쉽게 생각한 듯 보였다.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완벽한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도 날려버린 일이 있었다. 미드필더 고재현의 전진 패스를 받은 키다리 골잡이 오세훈이 왼발 대각선 슛을 날렸고 그 공은 보기 드물게 양쪽 기둥을 번갈아 때리며 굴러나왔다. 

이 순간을 지켜보는 것도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는데 곧바로 크로스바를 때리는 일이 벌어졌다. 상대 골키퍼도 없는 빈 골문이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임재혁의 오른발 밀어넣기가 휑하게 비어있는 골문 안쪽을 외면한 것이었다. 한 번의 공격 기회에서 양쪽 기둥 한 번씩도 모자라 크로스바까지 때렸으니 이 장면은 한동안 축구팬들 사이로 퍼져나가며 댓글이 주렁주렁 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5분 뒤에 베트남의 결정적인 역습이 골로 완성됐다.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간 르 민 빈의 크로스가 한국 페널티 지역 반원 안으로 달려든 르 쑤언 뚜의 오른발 슛으로 정확하게 이어진 것이다. 이 순간 베트남 선수들은 극적으로 8강 진출권을 따낸 듯 매우 기뻐했다. 

이에 한국 선수들은 떠올리기도 싫은 경우의 수가 아른거렸다. 이처럼 불편한 생각을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골이라는 특효약이 필요했다. 33분에 믿을만한 공격수 전세진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베트남 주장 부이 호앙 비엣 안의 걸기 반칙이 전세진을 넘어뜨린 것이다.

그런데 전세진의 11미터 오른발 인사이드 킥 순간 잔디가 미끄러지며 떠 버렸다. 그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 매우 높게 날아가고 말았다. 골대를 세 번이나 때린 8분의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우리 선수들의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로 이러다가는 경우의 수에서 최악의 결과까지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두 번째 페널티킥, 해결사 조영욱 등장

그 사이에 베트남 골문을 지키던 골키퍼가 부상당해 엘리 니에가 장갑을 끼고 들어왔다. 한국 벤치에서도 크로스바를 때린 바 있는 임재혁을 빼고 조영욱을 들여보냈다. 전반전에 두 팀 모두 교체 카드 1장씩 사용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대로 전반전이 끝나는 듯 보였지만 44분에 전세진이 또 하나의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전세진이 공을 밀어놓고 달려들어가는 순간 베트남 수비수 둥 쾅 노가 핸드 볼 반칙으로 공의 진행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전반전에만 페널티킥 기회가 두 번이나 찾아온 것도 축구장에서는 몹시 드문 일이기에 이 기회는 정말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번에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조금 전 교체로 들어온 조영욱이었다.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미끄러짐 없이 베트남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전반전이 다 끝난 시점에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반전에도 교체 선수 조영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56분에 결코 쉽지 않은 각도에서 왼발 크로스를 올려줘 골잡이 오세훈의 위력적인 헤더 슛을 이끌어냈다. 비록 오세훈의 이 헤더 슛이 베트남 골키퍼 엘리 니에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기는 했지만 보다 섬세한 연결이 추가골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임을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베트남 선수들이 수비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역습 전술을 충분히 가다듬고 나왔다. 64분과 65분에 르 반 남의 짜릿한 유효 슛 두 개가 베트남의 역습 위력을 말해준 것이다. 그 때마다 한국 골키퍼 이광연의 슈퍼 세이브가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로 한국이 미끄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65분에 르 반 남의 헤더 슛 궤적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이광연은 자기 왼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골키퍼 이광연이 지켜준 덕분에 77분에 역전 결승골이 나온 것이기도 하다.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베트남 골문 앞으로 흐른 공을 센터백 김현우가 왼발로 차 넣었다. 바로 앞에서 이재익의 몸 맞은 공이 운이 따른 것이다. 전반전의 불운이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지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급증을 버리고 기다린 덕분에 역전승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이례적으로 또 하나의 페널티킥을 얻어내 쐐기골까지 완성시켰다. 
 
 10월 25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3-1로 승리했다.

10월 25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베트남에 3-1로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90+3분에 조영욱이 침착한 드리블로 파고 들면서 베트남 수비수 타이 바 상의 잡기 반칙을 유도한 것이다. 역시 키커는 조영욱이었고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전반전 종료 직전 동점 페널티킥 골과는 반대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축구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어느 게임 하나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비록 8강 진출 가능성은 전혀 없었지만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여러 차례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든 베트남 선수들이 가르쳐준 교훈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29일(월)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D조 2위와 만난다. 바로 이 경기에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남자월드컵 티켓이 걸려 있다. 한국의 8강 상대 팀은 사우디 아라비아(현재 1위), 타지키스탄(현재 2위), 말레이시아(현재 3위) 중 하나가 된다.

2018 AFC 19세 이하 챔피언십 C조 결과
(25일 오후 9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인도네시아 브카시)

★ 한국 3-1 베트남 [득점 : 조영욱(45분,PK), 김현우(77분,도움-이재익), 조영욱(90+4분,PK) / 르 쑤언 뚜(13분,도움-르 민 빈)]

한국 선수들
FW : 오세훈
AMF : 엄원상(66분↔정호진), 전세진, 임재혁(42분↔조영욱)
DMF : 고재현, 구본철(86분↔이상준)
DF : 이규혁, 이재익, 김현우, 최준
GK : 이광연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58.5%, 베트남 41.5%
유효 슛 : 한국 14개, 베트남 8개
슛 : 한국 24개(박스 안 18개), 베트남 15개(박스 안 7개)
코너킥 : 한국 4개, 베트남 8개
가로채기 : 한국 11개, 베트남 16개
오프사이드 : 한국 3개, 베트남 1개
패스 : 한국 460개, 베트남 322개
롱 패스 : 한국 48개, 베트남 64개
패스 성공률 : 한국 78.9%, 베트남 68.3%
크로스 : 한국 18개, 베트남 19개
크로스 성공률 : 한국 38.9%, 베트남 21.1%
파울 : 한국 14개, 베트남 16개
태클 : 한국 8개, 베트남 19개
태클 성공률 : 한국 75%, 베트남 63.2%
경고 : 한국 1장(74분 오세훈), 베트남 3장(35분 응유엔 후 탕, 77분 르 반 남, 90+3분 타이 바 상)

C조 최종 순위
1 한국 7점 2승 1무 7득점 3실점 +4  ***** 8강 진출!
2 호주 5점 1승 2무 4득점 3실점 +1 ***** 8강 진출!
3 요르단 4점 1승 1무 1패 4득점 5실점 -1
4 베트남 0점 3패 3득점 7실점 -4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U-19챔피언십 U-20월드컵 정정용 조영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